“재질 플라스틱…다른 종류 추정 진술도”
국과수 결과 대해 “공식 통보 없어”
北 지형 변화 ‘작년 하반기’ 첫 관측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당시 현장 장병들이 폭발 지점 인근에서 목함지뢰와 비슷한 형상의 물체를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보였다는 진술이 함께 나왔고 다른 종류의 지뢰로 추정한 진술도 나왔다. 군은 현장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를 종합해 지뢰 종류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황주봉 합동참모본부 작전1처장(준장)은 28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하는 것”이라며 “형상은 목함지뢰와 유사하고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보였다는 취지의 진술도 있고, 다른 인원은 다른 종류로 추정하는 진술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형상과 색깔이 목함지뢰와 유사하다고 하는데, 형상이 목함지뢰와 비슷한 지뢰가 몇 종류 있다”며 “현장에서 명확히 확인한 다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목격 위치에 대해 “폭발 지점 인근”이라고 답했다. 다만 인근의 범위는 “현장에 가봐야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격한 인원 수, 지표면 위로 드러난 상태였는지 매립된 상태였는지, 미폭발 지뢰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답을 미뤘다.
황 처장은 “A라는 인원이 본 것과 B라는 인원이 본 것이 같은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며 “현장에서 다시 탐지하며 대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백브리핑에서 “어느 측 지뢰 같다는 진술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군이 “말씀드리기 제한된다”고 한 이유도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장병들이 “적 지뢰뿐 아니라 아군 지뢰의 형상과 재질 특성까지 교육받고 DMZ 작전에 투입된다”며 진술의 신뢰도를 일부 인정했다. 북한군 목함지뢰(PMD-57)는 본래 나무 상자로 만든 지뢰다.
M14 대인지뢰에 쓰이는 테트릴인지, 목함지뢰의 TNT인지를 가리는 분석에 대해 “관련 인원들의 피복을 국과수에 맡겼고, 테트릴인지 TNT인지는 결과가 나오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뢰덧신 착용 상태에 비해 부상 양상이 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바디캠 음성 녹음 여부, 사고 당시 영상과 소리 자료에 대해서는 “태스크포스(TF)가 영상과 소리 등을 복합적으로 보고 있어 단건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조사 결과 발표 때 함께 설명하겠다고 했다.
군은 전날 공지에서 처음 쓴 ‘미확인 지뢰지대’라는 표현도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1953년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지속적으로 활동해 온 지역이 아니다”며 “선배 전우들이 방어를 위해 매설한 지뢰도 있을 것이고 이후 여러 변화 요소도 있지만 기록된 부분과 아닌 부분을 다 따질 수 없어 확인되지 않은 지역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황 처장은 사고 지역을 두고 “별도의 수색로가 없는 새로운 지역이고, 수십 년 동안 가보지 않은 완충 지역이어서 지뢰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폭발 원인을 과거 매설 지뢰로 볼 가능성이 더 크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특정하거나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군 지뢰 매설로 의심되는 지형 변화를 처음 관측한 시점은 지난해 하반기로 확인됐다. 황 처장은 “작년 하반기에 관측했고, 이후 인근에서 MDL을 넘어오면 작전 수행 절차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MDL 근처 몇 개소를 대략 확인해 유엔사에 통보했고, 사단·군단·지상작전사령부·합참까지 그 개소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은 GP(전방초소)·GOP(일반전초) 감시장비로는 일부 관측이 되지 않는 곳이어서 위성 등 다른 영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9·19 군사합의에 따른 GP 철수와 관련된 사각지대냐는 질문에는 “전혀 상관없다. 그 지역 GP는 정상 운용 중”이라고 답했다. 보고 계통과 대응의 한계에 대해서는 “작전 수행 절차를 다 설명할 수 없다”며 “지휘계통과 상황계통으로 보고하고 있다”고만 했다.
사고 당시 사용한 지뢰탐지기가 PRS-20K로 알려진 데 대해 합참 관계자는 “PRS-20K는 비금속까지 탐지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장에서 탐지한 범위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현장조사에서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탐지 성능이 있는데도 폭발이 났다면, 탐지 범위와 절차가 조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위험 지역 진입 전 드론이나 로봇 같은 무인장비 투입을 검토했느냐는 질문에는 “유엔사가 요청한 것은 현장을 직접 가서 보는 것이었고, 그래서 수색로 개척이 먼저였다”며 “그런 장비는 최초에 협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로봇이 운용된 지역도 있었다”며 추후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추석 연휴 기간 내린 비로 증거가 훼손됐을 가능성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예보보다 약 4~5㎜ 정도 비가 온 것으로 확인했고 유실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날 조사팀이 폭발 원점에 닿지 못한 이유로는 무거운 방호장구를 들었다. 황 처장은 “보호장구류가 상당히 무겁고 움직이기 어려운 장비여서 시간이 더 걸렸다”고 했다. 21일과 장비가 같은데도 조사가 더딘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는 적이 우리 탐지 상황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실시간으로 전 국민이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상황 판단과 평가가 달라져 더 신중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입 인원이 늘어나 각 제대의 역할이 많아진 점도 이유로 들었다.
유엔사가 준비가 안 돼 조사가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고 당일부터 고위급에서 바로 소통했고, 그래서 평소보다 빨리 헬기가 들어갈 수 있었다”며 “기본 조사를 시작한 날부터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지역 MDL 기준을 두고 남북, 유엔사 간 이견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작전보안상 요구되는 부분이 많다”며 답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작전 방식 개선 등 필요한 후속 조치를 면밀히 검토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사고는 지난 21일 오전 10시 50분께 경기 파주 MDL 인접 25사단 관할 지역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 중 발생했다. 지뢰 추정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나 수색대대장 등 2명이 중상을, 1명이 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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