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반복 담합 근절 위한 입법과제 발표
가격재결정 명령 명문화…처분 시효 연장
“정상적인 가격 조정, 담합과 구분돼야”
[헤럴드경제=김진·정대한·박연수 기자] 올해 연달아 담합이 적발된 식품업계가 당정의 개선안을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 영업정지라는 가장 큰 철퇴는 피했지만, 입법 현실화 시 압박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가격재결정 명령을 명문화하는 내용과 관련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28일 당정의 발표와 관련해 헤럴드경제에 “담합을 억제하고 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강화하겠다는 제도 개선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가격재결정 명령의 경우 원재료 가격과 환율, 물류비 등 다양한 요인이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실제 제도 적용에 대한 부담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유가 등 외부 변수가 식품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가격재결정 명령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담합이 없었더라면 시장에서 형성됐을 적정 가격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이후 발생한 원재료비나 환율 등 정상적인 가격 변동 요인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적용 기준과 절차가 충분히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곡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하는 가격재결정 명령은 올해 초 정부가 고강도로 추진한 고물가 대응안을 통해 20년 만에 부활했다. 당정은 아예 공정거래법상 시정조치의 한 유형에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의 가격재결정명령’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가격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자진신고자에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처분시효 역시 현행 12년에서 최대 15년으로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전 정부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가격재결정 명령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담합 자체는 정직하지 못한 행위이고 근절돼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공정위에서 담합의 기준과 범위를 과도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사기업이 전략과 판단에 의해 가격을 결정해 판매하는 것이고, 구매를 결정하는 건 소비자의 몫”이라며 “가격을 국가가 결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정상적인 가격 조정과 담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가 행정소송에서 번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공정위의 과징금 순환급액은 1065억4100만원에 달한다. 법원에서 과징금 산정 방식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기업에 돌려준 금액으로, 작년 한해 연간 환급액(698억44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규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액의 과징금을 때려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며 “K-푸드가 국가적 사업으로 조명을 받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논리만으로 부도덕한 기업으로 보였을 때 글로벌 시장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 등 담합에 대한 제재 강화도 중요하지만, 근본 원인부터 해결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선행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정안의 최고 수위 제재인 ‘반복 담합 사업자 등록취소·영업정지’는 식품업계에 적용되지 않는다. 식품은 별도로 국가 차원의 영업등록·허가가 필요하지 않아서다. 당정안에 따르면 적용 대상은 ▷의약품 제조업, 소방시설업 등 안전·생명 분야 ▷석유 정제·판매업 등 에너지·산업 분야 ▷폐기물처리업 등 환경 분야 ▷여객·화물 운송업 등 운송 분야 등 4곳이다. 5년 이내 2회 이상 담합을 행한 사업자를 개별법에 따른 등록취소·영업정지 대상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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