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뒤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에 빠져 평생 모아 온 재산을 줄줄이 송금하고 있는 남편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아내가 법적인 조언을 구했다.
2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남편과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여성 A씨가 “제 남편은 반듯한 사람이었다”며 “연애할 때부터 저에게 잘했고, 결혼해서도 다정한 남편이자 든든한 아빠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남편은 직장생활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마쳤다”며 “퇴직을 하고 인생 후반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려던 참이었는데, 최근 남편이 경증 치매 진단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A씨는 “남편이 예전과 달리 판단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며 “스마트폰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시작하더니 낯선 사람에게 속아서 ‘로맨스 스캠’ 사기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상대방은 온갖 달콤한 거짓말로 남편에게 접근했고, 남편은 그걸 철석같이 사실로 믿더라”며 “지금도 지속적으로 큰돈을 송금하고 있어 평생 모은 재산이 빠르게 줄고 있는데, 자식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고 말헸다.
그는 이어 “더는 손 놓고 지켜볼 수 없다”며 “남편의 인지 기능이 더 떨어진다면 앞으로 재산이 얼마나 더 빠져 나갈지 걱정되고, 저 혼자서는 남편을 막기도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이혼을 할 수 있는지, 또 재산분할로 남은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김지연 변호사는 “남편의 치매가 경미해 의사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것이 아니라면 협의이혼도, 재판이혼도 모두 가능하다”며 “남편이 로맨스 스캠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는 행위는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를 근거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남편의 의사능력이 상실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 처분 행위 자체를 바로 무효로 다투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재산이 더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혼소송과 함께 가압류나 가처분 같은 재산보전 조치를 검토할 수 있고, 판단 능력 저하 정도에 따라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 제도도 활용할 수 있다”며 “이미 스캠으로 빠져나간 재산 역시 그 경위에 따라 재산분할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캠 상대에게 보낸 돈은 사기를 이유로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형사고소를 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며 “하지만 로맨스 스캠의 상대방은 대체로 해외에서 수사로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등을 이용하는 만큼 실효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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