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0가구 조사, 76.3% 성공 기대·77% 장기 가치 긍정

- 국민 인식 반영 여부 따라 집단별 가치 최대 66% 차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누리호 5호기 1·2단이 결합된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누리호 5호기 1·2단이 결합된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와 같은 대형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국민의 인식과 태도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21일 발간한 ‘과학기술정책 브리프’ 제69호를 통해 누리호 R&D 사업의 국민 체감가치를 분석하고, 국민 인식을 반영한 새로운 경제·사회적 편익 추정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STEPI는 전국 1010가구를 대상으로 누리호 R&D 사업에 대한 연간 지불의사금액(WTP)을 조사했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공공재의 가치를 추정하는 조건부가치측정법(CVM)을 활용하되, 응답자의 사업 성공 기대와 장기 가치 선호도를 추가로 반영한 R&D 특화형 모형 ‘R&D-CVM’을 새롭게 설계했다.

조사 결과 누리호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것으로 기대한 응답자는 76.3%에 달했다.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1.7%에 그쳤다.

사업의 편익이 먼 훗날 실현되더라도 지지하겠다는 응답 역시 77.0%로 나타났다. 장기적 가치에 회의적인 응답은 3.4%였다.

이를 토대로 추정한 누리호의 연간 경제·사회적 가치는 약 2조3000억원이다. 국민 인식을 반영하지 않은 기존 CVM 방식의 추정치인 2조3500억원보다 약 2.11% 낮았다.

전체 추정치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국민 인식에 따라 집단별 격차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누리호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평가한 집단의 지불의사금액은 연간 약 100억원으로, 기존 방식으로 추정한 약 300억원보다 66.4% 낮았다. 반면 성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집단의 추정치는 기존 방식보다 약 9.2% 높았다.

장기적 가치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집단에서도 기존 방식보다 지불의사금액이 약 32.0% 낮게 추정됐다.

이는 국민의 인식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응답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분석할 경우 R&D 사업의 가치를 과대 또는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우주항공청 제공]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우주항공청 제공]

연구진은 대형 R&D 사업의 특성상 기술개발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고 경제·사회적 편익이 수십 년 뒤에 나타날 수 있어 기존 사회기반시설 중심의 가치 추정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업 기획 단계부터 국민 인식을 반영한 집단별 가치 평가를 실시하고, 성공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낮거나 찬반이 엇갈리는 사업은 국민 소통과 공론화를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대형 R&D 사업의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계량화하기 어려웠던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하고, 사업 추진 이후에도 성공·실패나 일정 지연 등 주요 시점마다 국민 체감가치를 반복 측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김학효 STEPI 부연구위원은 “R&D 사업의 가치는 국민의 인식 및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국민 인식을 R&D 사업의 기획·평가·환류 등 전주기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조사 결과를 누적해 국민 인식과 체감가치의 변화를 지표화한다면 향후 유사한 대형 R&D 사업을 기획·운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