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800조원 돌파…총지출 93조 늘어 증가율도 최고

반도체 호황에 국세수입 169조 급증

李 “내년 예산, 초격차 도약 디딤돌·국민 삶 변화 마중물”

3대 메가+AI·미래 성장엔진에 대규모 투자

38.6조원 구조조정 병행…재정건전성 도모

내년 나랏빚 1500조 돌파…2030년 채무비율 49% 관리

이재명 대통령[헤럴드경제 DB]
이재명 대통령[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김해솔 기자]이재명 정부가 편성 전 과정을 주관한 첫 예산안에서 총지출이 820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보다 지출을 93조원 늘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인재 양성, 청년 지원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 여력이 커진 만큼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경기 회복과 성장동력 확보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7년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93조원(12.8%) 증가한 820조9000억원이다. 총지출 규모는 물론 증가율도 역대 최대다. 기존 최대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10.6%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현재 세계는 AI 혁명과 에너지 대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산업 질서의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내년도 예산안은 대한민국을 초격차 선도 국가로 도약시키는 든든한 디딤돌이자 국민 삶 전반에 가시적인 변화를 이끄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 목표로 미래 성장동력 창출과 청년의 미래 희망 사다리 구축, 양극화 완화, 민생 안전망 강화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저성장 고착화냐, 잠재성장률 반등이냐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며 “늘어난 미래 재원으로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고도화해 다시 재정 여력을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재정 전략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AI와 첨단산업, 인재 양성 등 경제의 공급 능력을 키우는 데 재정 확대의 초점을 맞췄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총력 지원 예산은 올해 10조8000억원에서 내년 21조3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포스트 반도체’ 첨단전략산업과 에너지·창업·문화·중소기업 지원 등을 아우르는 미래 성장엔진 확충 예산도 51조2000억원에서 62조8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청년 성장단계별 지원 예산은 올해 28조2000억원에서 내년 43조3000억원으로 15조1000억원(53.5%) 증가한다. 교육·일자리·창업·자산형성·주거 등 청년의 생애주기별 지원을 강화한다.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지방 국립대 신입생 등록금 전액 지원도 추진한다. 혼인·출산·양육 지원을 묶은 3종 패키지를 신설해 결혼과 출산, 자녀 양육에 따른 부담도 낮춘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지출 확대와 함께 108조원 규모의 구조조정도 단행한다. 재량지출에서 38조6000억원을 절감하고 전체 재정사업의 10%가 넘는 2100여개 저성과·유사·중복 사업을 폐지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자동 연동 방식도 55년 만에 개편한다.

적극재정의 기반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다. 내년 총수입은 880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205조6000억원(30.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세수입은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415조4000억원보다 168조9000억원(40.7%) 증가한 584조4000억원으로 예상됐다.

특히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는 올해 추경예산보다 115조4000억원 증가한 216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특별성과급과 배당 확대 등의 영향으로 소득세도 올해 추경예산보다 43조2000억원 늘어난 180조원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세수 증가분을 모두 당장 지출하기보다 일부를 미래 재정에 대비한 재원으로 적립한다.

최근 10년간 내국세 증가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고, 이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한다.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이는 데 활용하고, 104조4000억원은 향후 세수 결손이나 경기 둔화에 대비한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

나라살림은 2030년 1000조원을 넘어선다.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총지출은 2030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다. 정부는 세수 여력이 집중되는 2026~2027년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한 뒤 2028년부터 지출 증가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현재의 반도체 세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제할 수는 없다”며 “2028년부터 국세수입 증가율을 3% 수준으로 보고 총지출 증가율도 9%, 7%, 5% 수준으로 연착륙시키면서 재정수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세수가 지출보다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 지표는 개선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본예산 기준 3.9%에서 내년 0.1%로 축소된다. 국가채무비율도 같은 기간 51.6%에서 48.3%로 하락한다.

그러나 나랏빚 자체는 증가한다. 국가채무는 올해 1413조8000억원에서 내년 1515조~1520조원대로 100조원 이상 늘어 처음 1500조원을 넘어선다. 채무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세수 증가와 함께 분모인 명목 GDP가 커지는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 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억제하고 국가채무비율은 2030년 49%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저출생·고령화로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 의무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8.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 부담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적극재정의 성패는 세수 증가세와 성장률이 정부의 예상대로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일찍 꺾이거나 세수가 전망치를 밑돌 경우 대규모 지출 확대와 1000조원 시대의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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