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의 말이다. 인공지능(AI)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변화로, 준비된 자에게 혁신의 기회를 열어준다. 건설 산업도 예외가 아니며, 과거의 건설현장은 이제 스마트 기술로 무장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생산성을 재정의하고 안전기준을 새로이 설정하며, 데이터와 예측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변화의 문턱에 선 우리는, 그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가?
AI 도입 이전, 건설 산업은 수작업과 경험에 의존하며, 목표 설정과 예산 산출도 직관에 기반을 뒀다. 설계단계의 작은 실수는 큰 비용으로 이어졌고, 자재 관리와 인력 배치의 비효율로 프로젝트 지연이 잦았다. 데이터 관리 부족은 시설상태 예측과 최적화를 어렵게 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AI가 본격 도입되면서 설계 오류를 줄이고, 자재 낭비와 공정을 최적화해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공사와 유지관리에서도 AI 기반 자동화로 효율성과 안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AI 기술은 주요 선진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FORTUNE BUSINESS INSIGHTS의 2024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건설 AI 시장은 2023년 32억 달러에서 2024년 39억 3000만 달러로 성장하고, 2032년에는 226억 8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24.5%로 추정된다. 이는 AI 기술이 건설 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높이는 핵심기술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은 여러 사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Deloitte의 2020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산업에 AI와 데이터 고급 분석기술을 도입할 경우 총 건설비용의 10~15%를 절감할 수 있다. 영국의 Laing O’Rourke는 모듈러 건축부품의 설계 및 제조 과정에 AI를 적용하여 제조 리드타임을 40% 단축하고 노동력을 25% 절감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국토교통부 주도로 2023년 7월 출범한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는 공공, 민간, 학계가 협력해 건설 산업의 혁신을 도모하는 플랫폼이다. BIM, OSC(Off-Site Construction), 건설 자동화, 디지털 센싱, 스마트 안전, 빅데이터 등 6대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줄이며, 기술 표준화 및 확산을 통해 지속 가능한 건설 산업을 추구한다.
우선, BIM은 건축의 전 생애주기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로, AI와 결합해 설계 오류를 줄이고 자재 사용과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다. 삼성물산은 2021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BIM 국제표준 인증(ISO 19650)을 획득했으며, 이러한 BIM 역량은 대만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 제3터미널 프로젝트 등에서 발휘되고 있다.
OSC는 공장에서 자재를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품질 관리와 공정 최적화를 실현하는 기술이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프로젝트에서 OSC와 FSLM(Full Span Launching Method) 공법을 결합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박스 거더(길이 60m, 무게 1,800톤)를 성공적으로 설치했다. 이를 통해 OSC 기술의 효율성을 입증했다.
건설 자동화는 AI 기반 로봇을 활용해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삼성물산은 아산 디스플레이 현장에서 액세스 플로어 시공 로봇을 도입해 작업자의 고위험 작업을 대체하고 공사현장의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디지털 센싱 기술은 장비와 인프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고장을 예방하고 유지 보수를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 현대건설은 별내선 복선전철 사업에서 스마트 안전 시스템(HITTS)을 도입해, 터널 전 구간에 무선 통신망을 구축하고 IoT 센서를 통해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스마트 안전 기술은 작업자의 체온, 심박수, 피로도 등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을 사전에 감지 및 경고하는 기술이다. AI를 활용한 산업안전 플랫폼 ‘누비슨(Nubison)’은 고위험 작업 현장을 대상으로 이동형 CCTV와 AI 영상 분석기술을 활용해 근로자의 안전장치 착용 여부와 시설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중대재해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AI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건설 프로젝트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자재 관리와 공정 최적화를 지원한다. 포스코건설은 광양제철소에 AI 구동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자재 수요 예측과 자동 이송 구현으로 자재 공급망의 효율성과 공정 관리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AI와 접목된 자원관리 시스템은 스마트건설 기술과 결합해 건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K-water는 화성 정수장에서 AI 탑재 운영 시스템을 통해 물 공급 변동성 예측과 에너지 소비 최적화로 운영효율을 개선했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글로벌 등대’로 선정돼 지속 가능한 발전 사례로 평가받았다.
미래의 스마트건설은 AI를 중심으로 디지털 트윈과 빅데이터 분석기술이 통합되어 설계, 시공, 유지관리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더 나아가 스마트도시와도 연계해 건설 산업을 도시 인프라의 디지털 허브로 진화시켜 탄소 중립과 자원 효율 극대화 등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 할 것이다.
AI는 건설인력의 직무환경을 변화시키며, 자동화 기술의 확산으로 새로운 직무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AI 적용 로봇 유지보수와 드론 운용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인력의 기술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건설기술교육원은 2024년 6월부터 BIM, 스마트건설 등 전문과정 교육을 통해 현장 근로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돕고 있다.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홉필드 교수는 “AI에 대한 통제와 한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된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는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명확히 설명하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스크 관리, 설계오류 탐지, 공정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AI는 건설 산업에서 핵심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AI는 반복적이고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을 처리하고, 인간은 창의성과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에 집중하는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가장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현재를 바꾸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AI는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효율성과 안전성, 지속 가능성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핵심기술이다. 이를 위해 기술 혁신과 정책적 지원, 개인의 디지털 전환 역량이 결합되어야 한다. 기업은 AI로 공정을 혁신하고, 정부는 표준화와 인프라를 뒷받침하며, 개인은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협력은 스마트건설 기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AI와 함께 건설 산업이 디지털 혁신의 선봉장이자 지속 가능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김형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bonsa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