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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구마사 역사왜곡, 산청 동의보감촌에 불똥…‘류의태’ 철거요구
“허준 스승, 산청이 주장하는 ‘류의태’ 아니다”
100년뒤 어의 유이태 업적이 ‘류의태’것 둔갑
‘류의태’로 가공 or 착각?…기록엔 전혀 없어
산청 동의보감촌 콘텐츠에 유이태 후손 반발
임진왜란 비행기, 진주 ‘비거’도, 침소봉대 논란
옹진·곡성 심청, 삼척·강릉 헌화가논란은 무죄
산청군의 ‘류의태’ 족적은 심각, 철거요구 거세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중국의 간악한 동북공정 공작에 호응하는 듯한 역사왜곡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우리 국민들의 분노 속에 퇴출된 가운데, 국내 관광지에도 과도한 역사 재해석, 가공, 조작으로 역사문화관광 마케팅을 벌이는 몇몇 지자체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고향이 경남 산청이라고 밝힌 한 제보자는 최근 헤럴드경제에 이메일을 보내, “SBS 퓨전 사극 ‘조선구마사’ 폐지를 보면서 동의보감촌의 역사 왜곡을 알린다”면서 “허준(1539~1615) 보다 100년 뒤 활약한 어의 유이태(1652∼1715)를 끌어다, 기록도 없고 생몰도 모르는 ‘허준의 스승 류의태’를 가공하는데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산청군측은 이에 대해 “일부 허구가 포함돼 있지만, 구전되는 이야기의 진위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입장 기조를 수년째 견지하고 있다.

산청 동의보감촌

제보자들과 실존인물 유이태 후손들은 유이태(허준의 90~100년 가량 후배 어의)의 업적이 문헌에 없는 ‘류의태(허준의 스승으로 주장되는)’ 족적으로 둔갑한 것으로, ▷백과사전 기록내용 ▷서실 ▷약수터 ▷낚시바위 ▷스승대 ▷침대롱바위 ▷선영 황산 ▷다름재왕래 등을 들었고, 가공한 조형물로는 ▷가묘 ▷묘비 ▷동상 ▷기념비 ▷약수터를 적시하며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경남 진주역사진주시민모임이 진주시가 추진하려는 ‘비거(飛車)’ 소재 망진산 비거테마공원 추진에 대해, “신빙성 없는 이야기”라면서 제동을 걸고 나선, ‘조선의 비행체’ 논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진주시는 “교양도서, 개인문집 등에 ‘비거’ 이야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비거’를 관광콘텐츠화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진주시는 답변과정에서 산청 동의보감촌을 예로 들먹여 눈길을 끌었다. 시는 지난해 “역사적 사실과 관광자원의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이는 남원의 춘향전, 흥부전, 장성의 홍길동전, 산청 동의보감촌, 하동 최첨판댁 등 다른 지역의 관광자원화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진주성

심청전 테마로 관광마케팅을 하는 지자체는 경기 옹진군(백령도)와 전남 곡성군으로 양립하고, 헌화가와 관련해서는 강원 삼척시가 수로부인공원을, 강릉시가 헌화로를 조성했다.

고려의 마지막왕이 어디서 숨졌는지 혹은 피살됐는지를 두고 논란을 벌인 삼척시와 경기 고양시는 각각의 공양왕릉을 두고 있다. 공양왕릉은 국내 2개다.

여기서 우리는 관광마케팅, 스토리텔링으로서 허용될 수 있는 범위와 명백한 역사왜곡이므로 중단되어야 하는 범위를 잘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옹진군 백령도 심청상

헌화가의 경우 신라의 수도인 경주에서 출발해 명주(강릉)태수로 부임하러 가던 순정공 일행이 쉬다가 소 끄는 노인을 만난 지점이 삼척쯤인지, 강릉 정동진쯤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임지에 다 가서 쉬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 헌화가에 나오는 노인의 수로부인 유혹이 있고 난 뒤 구지가 배경지(지금의 동해시 추암 혹은 삼척시 증산)에서 수로부인 실종사건이 발생한 점 등으로 미뤄 삼척쪽의 주장이 좀더 논리적이라는 정도의 논평이 나올 뿐이다. 이 경우 헌화가 소재의 양립은 허용될 만 하다.

곡성의 관음사에는 심청전이 실화일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게 하는 흔적들이 있다. 이에 비해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는 백령도 앞바다이다. 이 경우는 두 지역 모두에서 심청 소재를 선용하고 탐방객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확산하는 것이 권장된다.

공양왕은 고려사수 투쟁을 전개하던 정몽주를 막후에서 지원하던 인물이다. 기록상 공양왕은 패색이 짙자, ‘금왕(今王)은 멍청하고 어두워 군도(君道)는 사라졌고 인심은 떠나갔습니다. 더 이상 사직생령의 주(社稷生靈 主)가 될 수 없으니, 부디 폐(廢)하여 주십시오’라고 청했다는 고려사 기록으로는 순순히 항복한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한양과 개성 사이 어디엔가 편히 묻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시에 유리한 기록이다.

삼척 헌화공원
강릉 헌화로의 미술관

삼척시는 조선 창건세력들이 50년 이상 집요하게 고려 말살을 꾀했던 점에 비춰 부흥운동의 중심이 될 공양왕을 조기에 악착같이 추적했고, 삼척 싸리재(살해재)에서 살해했으며, 생존한 참모와 백성들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안장했고, 마을을 궁궐을 의미하는 궁촌이라 불렀다. 뒤늦게 삼척으로 온 고려 마지막 신하들이 남은 옷가지, 신체 일부 등을 수습해 고양시에 모셨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 역시 나름의 근거를 가지므로 명백히 확인되기 전까지는 양립을 용인할 만 하다.

‘비거(飛車)’는 아리송하다. 기록은 없지만, 만든 사람 이름이 나온다. 발명가 정평구(鄭平九)는 전라도 김제 출신으로 비거를 발명해 1592년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에서 이를 사용, 외부와 연락하는 한편, 어느 영남 고성(孤城)에 갇혀 있던 성주를 30리 밖으로 탈출하게 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진주시는 이를 근거로 항공우주테마파크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정평구 가문 기록 등 다소간 고증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산청 동의보감촌 많은 콘텐츠 중에서 실존인물 유이태의 족적을 ‘130~150년 앞서 살았다고 주장되는 근거 불명의 류의태’ 자취로 둔갑시키고 각종 ‘류의태’ 비각 등을 세운 것은 어의 유이태 후손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다른 시설은 몰라도 허준의 100년 후배 의사인 유이태의 명백하고도 확실한 역사를 다른 사람의 것인양 오해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산청군은 팬데믹 암중모색기에 서둘러 동의보감촌 일부 구역과 홍보물의 ‘류의태’ 부분에 손을 봐야 한다. 이는 남의 집 족보, 학생들의 국사책을 훼손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한다. 백령도 만물상 앞에는 잠수함을 꼭 닮은 갯바위가 있는데, 해설사는 ‘심청이 타고 온 잠수함 바위’라고 한다. 이 정도는 당연히 애교이고 입담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일부에선 없는 얘기를 지어내기도 한다. 비유법은 좋은데, 팩트 왜곡으로 아이들이 배우는 국사책을 다시 쓰게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향토사학자들이 국사책을 바꿀 만한 고증을 벌인 ‘재발견’ 팩트에 대한 주류사학계, 국사편찬위원회의 포용력도 키워야 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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