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병기의 문화와 역사이야기]‘왕과 사는 남자’가 역사를 단순화한 효과는?
[문화칼럼니스트=서병기]수양대군(세조)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많았다. 영화 ‘관상’(2013년)에서는 배우 이정재가 수양대군의 강한 권력에 대한 집착을 잘 보여주었다. KBS 드라마 ‘왕과 비’(1998~ 2000년)는 세조를 선인으로 그렸고, 단종의 충신인 김종서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KBS ‘공주의 남자’(2011년)는 김영철이 열연한 조선의 마키아벨리 수양대군과 그의 정치적 숙적이었던 김종서의 두 자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뤄 인기를 끌었다. 수양에게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영화 ‘단종애사’(1963년) 등이 있다. 개봉 50일만인 지난 25일 1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억울하게 죽은 단종의 이야기다. ‘왕사남’의 차별점은 역사를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세조실록’ 9권에는 “노산군이 스스로 목을 매어 죽으니 예로써 장사를 지냈다”고만 돼있다. 거기에 약간의 상상을 입혔다. 그래서인지 스토리텔링이 꽉 차지는 않지만,
2026.03.30 20:57
고품격 다큐 ‘글로벌 한인기행’ K뷰티 리더 박형근·히로시마 거인 권양백 성공스토리[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설 명절 특집으로 방송된 KBS 1TV의 다큐멘터리 두 편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배우 김영철이 진행한 재외동포 성공 휴먼다큐 ‘글로벌 한인기행 - 김영철이 간다’ 2부작이었다. 지난 17일 방송된 1부에서는 애틀랜타 뷰티 산업의 리더 박형권 회장을, 18일 방송된 2부에서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위령비 이전에 앞장선 권양백 회장을 만나 이들이 타국에서 치열하게 일궈낸 성공의 비밀과 한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조명했다. 먼저 이 프로그램의 프리젠터인 국민배우 김영철은 K-뷰티로 미국을 사로잡은 애틀란타의 뷰티 마스터(Beauty Master)의 박형권 회장과 만났다. 애틀랜타는 조지아주의 주도이자 미국 동남부의 최대도시다. 코카콜라와 CNN 본사가 있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가와 오바마대로가 있을 정도로 흑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흑인들의 성지’다. ▶미국에서 K-뷰티 산업으로 블루오션 개척 박형근 회장은 애틀란타에서 시작해 K-뷰티 산업으로
2026.02.25 09:28
K-팝의 미래[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팝은 어떤 변화를 그리고 있는가. 방탄소년단의 히트곡인 ‘봄날’ ‘IDOL’ ‘DNA’과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는 많이 다르다. 작곡가의 국적부터가 다르다. 내수를 중점적으로 고려할 때와 북미 등 글로벌 본격 진출 시점의 음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를 BTS의 ‘새로운 부캐’의 등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K-팝의 추구미가 어떤지를 보기보다는 기술의 발달이 미칠 영향을 먼저 살펴보는 것도 K-팝의 미래를 잘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 K-팝이 음악 장르를 떠나 세계관을 만들고 게임으로도 확장할 수 있었던 시절이 이제 꽤 지났다. 여기에 ‘러브유어셀프’라는 철학을 넣어 방시혁 프로듀서가 떴고, 숏폼이 부각되면서 민희진 같은 아트 디렉터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기도 했다. 지금 음악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도구는 AI다. 기술의 발달은 플랫폼과 K팝의 변화로 이어지는데, AI로 아
2026.01.24 13:19
K-드라마 70년…제작 산업의 위기, 바로잡을 수 있을까?[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한국 드라마는 1956년 HLKZ-TV에서 생방송으로 방영된 ‘천국의 문’을 시작으로 70년간 이어져왔다. 이제 드라마는 K-팝과 함께 한류 열풍을 이끌어 온 핵심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의 영향으로 한국제품을 사고싶다는 외국인들도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시장 규모를 300조 원대로 확대하고, 문화산업 수출 5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드라마 산업과 영화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영화 산업의 침체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 극장에 가지 않고 OTT물 등을 보는 소비행태로 인해 많이 알려져왔지만, 드라마 산업의 위기 상황은 외부에는 덜 알려져있다. 그 이유는 드라마 산업 위기가 일시적인 침체가 아니라, 시스템 전반에 걸쳐 계속 누적된 복합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며,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라는 말속에서 문화적인 면과 비즈니스적인 면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25.12.28 02:04
대하사극 ‘‘문무(文武)’ 제작이 오늘날 한중관계에서 시사하는 바는?[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TV 수신료 통합징수를 못해 재정적 타격을 입었던 KBS가 지난 4월 17일 수신료를 다시 전기요금에 통합 징수하도록 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재의결 끝에 통과됨으로써 공영방송의 재원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TV 수상기를 보유한 가정 등에는 11월부터 전기요금 고지서에 TV 수신료가 함께 청구된다. 이에 따라 KBS는 ‘제2의 창사’ 수준으로 공영성, 공공성, 공익성 강화 계획을 재정비해 수신료의 가치에 보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KBS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공공성 강화 사업’을 추진하며, 시청자 중심의 방송 혁신과 공익 콘텐츠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 작업이 ‘국민 역사 교과서’ 명품 대하드라마를 해마다 제작해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정통 사극 ‘문무(文武)’ 제작에 착수해, 공영방송의 가치와 경쟁력을 입증할 계
2025.11.11 09:47
‘글로벌 한인기행 김영철이 간다’와 ‘코리아 디아스포라’[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디아스포라’(Diaspora)란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가리킨다. 하지만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을 지칭하는 말로 확장돼 사용되고 있다. ‘디아스포라’ 때문에 변호사에서 영화감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미국 뉴욕에서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살아가고 있던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인 전후석 씨다. 그는 쿠바 배낭여행을 하다 쿠바 한인사회 재건을 위해 헌신한 고(故) ‘헤로니모 임’(Jeronimo Lim Kim 1926~2006, 한국명 임은조)의 딸 파트리시아 임 씨를 만나며 ‘헤로니모’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게 됐다. “헤로니모는 디아스포라 개념을 소개할만한 상징적 인물이다. 쿠바에는 이민 6세까지 1000명 정도의 한인이 살고 있는데, 4세 이후는 100% 혼혈이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한국인에 대한 정체성이 사라진다. 어떻게 정체성을 유지하고, 본국과의 관계를
2025.10.25 00:53
현대판 에로시리즈 ‘애마’는 어떤 역사적 과정을 밟고 나왔나[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헤럴드경제=서병기선임기자]1970년대 한국사회는 개발독재시대 억압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었다. 1972년 10월 유신으로 이론(異論)과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민주주의의 암흑기’가 이어졌다. 문화에 대한 규제와 금지도 강했던 시절이었다. 그랬던 70년대 한국영화는 호스티스 영화의 전성시대였다. ‘별들의 고향’(이장호, 1974) ‘영자의 전성시대’(김호선, 1975), ‘O양의 아파트’(변장호, 1978) ‘꽃순이를 아시나요’(정인엽, 1978), ‘나는 77번 아가씨’(박호태, 1978), ‘26×365=0’(노세한, 1979) 등이 대표적인 호스티스 멜로영화다. 이런 영화들의 여주인공은 안인숙, 정윤희, 장미희, 염복순, 김자옥, 유지인 등 당대를 풍미한 정상급 여배우들이다. ▶1970년대 호스티스 멜로물의 한계 여주인공이 유흥업소 종사자로 설정돼 서사를 전개하는 호스티스 멜로물은 한마디로 여성의 수난사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착착 진행되던 산업화에 따른 도시 이주 경험과
2025.09.22 10:19
대한민국은 ‘연프’공화국...K-러브로 글로벌 콘텐츠 됐다[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헤럴드경제 = 서병기선임기자]대한민국은 연애프로그램 공화국이다. 1년내내 ‘연프’가 방송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연애 프로그램이 또 하나 생긴다. 서브채널에도 ‘연프’가 생겨 거의 모든 플랫폼에는 연애 프로그램이 있다. SBS ‘신들린 연애’처럼 연프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콘텐츠도 나오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은 좋겠다. 60대 후반이 된 주병진이 아직 결혼을 못하고 있으니까 tvN STORY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3명의 여성을 만나게 해준다. 주병진은 3명의 맞선녀 중 13살 연하의 호주 변호사 신혜선을 선택했다. 가장 친한 매니저에게 배신당해 대인기피증에 걸린 천정명은 4명의 여성과 맞선을 보며 좀 더 밝고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현섭은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에서 만난 정영림에게 프러포즈에 성공한 후 결혼의 꿈을 이루고 요즘은 달콤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채널A ‘요즘 남자 라이프-신랑수업’에서는 ‘150억 건물주’ 장우혁이 이다해의 소개로 만난 오채은과 데
2025.08.20 21:01
송승환의 다채로운 얼굴과 삶…그의 60년 문화활동이 보인다 [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송승환 데뷔 60주년 기념 사진전 ‘나는 배우다’가 지난 6월 11일부터 22일까지 성황리에 열렸다. 전시회 장소는 종로구 계동 골목에 있는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 스페이스였다. 10대 청년 송승환이 휘문고 재학 시절 동기인 손석희 앵커와 함께 걸었던 북촌 계동골목 거리이기도 하다. 전시장은 목욕탕을 개조해 만들었기 때문에 곳곳에 재래식 목욕탕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여기서 송승환의 연기와 연출 인생 60년을 연대기처럼 볼 수 있었다.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난 송승환은 1965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후 60년동안 연극 30여 편, 영화 20여 편, 드라마 70여 편에 출연했다. 또한 한국 최초의 브로드웨이 진출작이자 61개국에서 공연하며 세계적 공연이 된 난타를 비롯하여, 60여 편의 연극, 뮤지컬을 제작하였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전시회 입구에 ‘송승환의 진심’이라는 글을 쓴 정유정 작가 겸 연출가는 “송승환 님은
2025.07.19 09:43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차별화 성공비결…돈벌이 보다 가치와 철학 집중[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EBS, E채널 공동 제작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은 지난 6월 25일 12화 임형주 편을 끝으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이웃집 백만장자’는 우리 주변의 12명의 백만장자를 만나 그들의 삶과 철학을 짚어보며 진짜 부(富), 진짜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선사했다. 그동안 백만장자를 만나 돈을 번 비결을 분석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라이프&토크 프로그램은 간간이 선보였다. 하지만 ‘이웃집 백만장자’는 차별성을 유지하면서도 공익성을 추구했으며,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고 의미있는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모두 성공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 점은 지난 6월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가 1회 ‘1만평 왕국을 세운 전설의 헤어 디자이너’ 편으로 제302회 이달의 PD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을 때 심사위원회가 밝힌 선정 이유를 보면 잘 드러난다. 이달의 PD상 심사위원회는 “기존의 부자 관련 프로그램이 자산 규모 등에
2025.07.09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