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안 명예의 전당 평생공로 메달 수상
한국 영화·음악 밸류체인 구축 호평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아시안 명예의 전당에서 평생공로 메달을 받았다. 올해 헌액자 명단에는 블랙핑크 로제(ROSÉ), 일본 야구의 개척자 노모 히데오(Hideo Nomo) 등 음악·스포츠·비즈니스 분야의 인사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8일 CJ ENM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22회 아시안 명예의 전당 시상식에서 ‘센테니얼 평생공로 메달’을 수상했다. 영화와 음악, 방송 분야에서 30여 년간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고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 기반을 넓혀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센테니얼 평생공로 메달은 산업 발전과 문화적 영향력, 문화 간 협력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특별상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 제임스 홍(James Hong), 2021년 낸시 콴(Nancy Kwan), 2024년 코니 정(Connie Chung)에 이어 네 번째 수상자다.
이날 시상은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가 맡았다. 지난해 이 부회장이 아시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수만 프로듀서를 소개한 데 이어, 올해는 이 프로듀서가 이 부회장의 수상자로 나섰다. 이 프로듀서는 “제가 K-팝의 대부라면 이미경 부회장은 K-컬처의 대모”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수상 소감에서 “문화는 산소와 같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기지만, 문화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남길 가장 큰 유산은 지금까지 이룬 성과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만들어내는 기회”라며 후배 창작자들이 더 큰 꿈을 꾸고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로제부터 노모 히데오까지…올해 헌액자 면면
올해 아시안 명예의 전당에는 이 부회장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인물과 기업이 헌액됐다. 블랙핑크 로제는 글로벌 음악 활동을 통해 K-팝의 영향력을 넓힌 공로로 이름을 올렸다. 로제는 그룹 활동뿐 아니라 솔로 앨범 ‘로지(rosie)’와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협업한 ‘아파트(APT.)’ 등으로 세계 음악 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다.
전 메이저리그 투수 노모 히데오는 스포츠 개척자 부문 헌액자로 선정됐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와 글로벌 외식 브랜드 딘타이펑(Din Tai Fung)도 기업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영화배우 리사 루(Lisa Lu), 에미상 수상 프로듀서 심란 바이완(Simran Baidwan), 가수 제시카 산체스(Jessica Sanchez) 등이 헌액자 명단에 포함됐다.
2004년 설립된 아시안 명예의 전당은 아시아계 및 원주민의 문화적 유산과 성취를 기리고, 문화·교육·연구 분야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올해 시상식은 기술·엔터테인먼트·과학·스포츠 분야 여성 인재를 지원하는 장학 프로그램 ‘윈테스(WinTESS)’와 연계해 진행됐다.
K-콘텐츠의 해외 진출에서 글로벌 제작 생태계로
이 부회장의 수상은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작품 수출을 넘어 제작과 투자, 유통, 창작자 협업으로 확장된 흐름과 맞닿아 있다. CJ는 1995년 드림웍스 SKG 투자에 참여했고, 1998년 CGV 강변을 열며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시대를 시작했다. 영화와 방송, 음악을 아우르는 사업 기반을 구축해온 CJ의 행보에서 이 부회장은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를 이끈 주요 인물로 평가받는다.
영화 분야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상징적인 성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작품의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기생충’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비영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첫 사례였다.
음악 분야에서도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확장에 힘을 쏟았다. Mnet을 비롯해 ‘마마 어워즈(MAMA AWARDS)’, 2012년 미국에서 시작한 케이콘(KCON)은 한국 음악과 문화를 해외 팬들에게 소개하는 주요 통로로 성장했다. KCON은 음악 공연을 넘어 음식과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행사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 CJ ENM의 전략은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해외 창작자와 제작사와 함께 기획·개발·제작하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위한 창작자 발굴과 공동 제작은 한국 콘텐츠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는 시도다.
이 부회장은 수상 소감에서 차세대 창작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남길 가장 큰 유산은 단순히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더 큰 꿈을 꾸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다음 세대가 우리가 감히 꿈꾸지 못했던 더 큰 꿈을 꾸고, 우리가 생각했던 한계를 뛰어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