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여행비 25% 쓰는 부유층

과시 대신 취향과 경험 찾는 소비

고가와 실속 결합한 스마트 럭셔리

한국도 최저 대신 품질 균형 선택

[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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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글로벌 여행 시장의 소비 패턴이 재편되고 있다. 최근 여행객들은 값비싼 겉치레 대신 독립된 공간에서의 여유와 깊이 있는 문화 체험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 소비자의 ‘실속형 럭셔리’로도 빠르게 번지는 추세다. 이동 경비는 줄이되 숙소와 고유한 현지 경험에는 과감히 지갑을 여는 등 가치 중심의 깐깐한 소비가 여행 산업 전반의 표준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결제 기술 기업 비자(Visa)의 경제 분석 조직 ‘비자 비즈니스 및 경제 인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여행시장은 소수 고소득층이 이끌고 있다. 연 소득 20만 달러(약 2억7000만원)가 넘는 가구는 전체의 약 5%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여행 지출의 최대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소비 방식은 ‘비싸고 화려한 것’보다 개인 취향에 맞춘 경험과 새로운 목적지를 찾는 경향이 짙어졌다. 남에게 보이는 여행보다 스스로 만족하는 여행이 중시되는 것이다.

‘나만의 여정’으로…프라이버시가 새 럭셔리로

[힐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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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이 가장 원하는 것은 사적인 여행 경험이다. 글로벌 럭셔리 여행 네트워크 버츄오소의 럭스 리포트는 소셜미디어가 여행지를 순식간에 붐비는 곳으로 바꾸는 시대에 프라이버시를 ‘줄을 서거나 사진 촬영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최대한 불편함 없이 세상을 누비는 것’으로 정의했다. 남과 공간을 나누지 않는 것 자체가 프리미엄 여행의 핵심 가치가 됐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대중이 찾는 호텔 대신 독채 휴가용 빌라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공용 공간을 다른 투숙객과 나눌 필요가 없고, 정해진 조식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요인이다.

공항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인다. 공항 의전·VIP 서비스 기업 다이아몬드에어는 지난달 1일 런던 히드로 공항 인근에 프라이빗 원격 체크인 라운지를 열었다. 승객은 활주로가 내다보이는 라운지에서 식사와 휴식을 즐기며 복잡한 공항을 대신한 라운지에서 체크인과 수하물 위탁을 마치고, 전용 차량으로 터미널까지 이동한다.

빠른 속도 대신 여유를 즐기며 현지 문화와 깊이 교감하는 슬로우 럭셔리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녀왔는지 보다 한 곳에서 얼마나 깊이 경험했는지가 여행의 가치를 가른다는 인식이다. 1930년대 양식으로 복원한 영국 관광 열차 노던 벨(Northern Belle)은 2027년부터 차창 밖 풍경을 보며 캐비어 블리니와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당일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 크루즈도 대안으로 떠올랐다. 강 크루즈선은 해양 크루즈선과 달리 내륙의 도시와 마을을 직접 지나고, 승객 수도 훨씬 적어 한결 오붓하다. 스위스의 글로벌 크루즈 선사인 바이킹 크루즈가 이달 나일강에 투입하는 신규 유람선 바이킹 세크메트호의 정원은 82명이다. 내년에는 대표 상품인 ‘파라오와 피라미드’ 여정과 함께 12일간의 나일강 개기일식 여정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쓸 곳엔 쓰고 아낄 곳은 아낀다…한국도 ‘실속형 럭셔리’

[힐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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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은 부유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속을 챙기면서 꼭 원하는 경험에만 지갑을 여는 ‘선택과 집중’의 소비가 일반 여행객 사이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쿠날 채터지 비자코리아 사장은 “소비자들이 가치를 정의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며 “특히 여행에서 경험과 발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가치를 우선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방식이 고가 상품과 실속형 선택지를 섞는 것이다. 항공편은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 대신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나 일반석으로 이동 경비를 줄이고, 아낀 비용을 개인적인 문화 체험이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에 쓰는 형태다.

힐튼 꽝하인 온센 리조트 로비 [힐튼 제공]
힐튼 꽝하인 온센 리조트 로비 [힐튼 제공]

해외여행 수요가 높은 한국에서도 이런 소비 흐름이 뚜렷하다. 글로벌 호텔 그룹 힐튼의 ‘2027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의 90%가 지난 1년 안에 여가 목적 여행을 다녀왔고, 41%는 앞으로 여행 지출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각각 글로벌 평균보다 4%포인트, 6%포인트 높다. 여행에 쓰는 돈은 늘리되 쓰는 방식은 깐깐해졌다. 숙소를 고를 때 최저가를 최우선으로 꼽은 응답은 10%에 그쳤지만, 가격과 품질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응답은 54%로 절반을 넘었다.

과시보다 전체 여정의 질과 균형 잡힌 만족도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가 대세로 정착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헤더 라번 힐튼 인터내셔널 코브랜드 및 금융 서비스 파트너십 총괄 부사장은 “한국 여행객은 충분히 쉬거나 소중한 사람과 편안하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는 데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행객들은 이제 단순히 가격표만 보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


ter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