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시그널’ 12월 7일 방송 강행

재촬영·재편집 등 선례로 본 방송가 딜레마

2016년 방영된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형사 역을 맡은 배우 조진웅. [tvN]
2016년 방영된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형사 역을 맡은 배우 조진웅. [tvN]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주연 배우 조진웅의 과거 행적 논란으로 편성이 무기한 연기됐던 tvN 드라마 ‘두번째 시그널’이 마침내 세상에 나온다. 사전 제작 시스템이 정착된 방송가에서 ‘출연자 리스크’로 인한 장기 미편성 사태를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제작진은 재촬영이나 폐기 대신 원작 방영이라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tvN은 오는 12월 7일 밤 10시 ‘두번째 시그널’을 월화드라마로 편성한다고 지난 6일 공식 입장을 냈다. 1회 분량을 일부 축소·조정해 1·2회를 연속 방송하고, 이튿날인 8일에는 3회를 내보낸다. 이후 매주 월·화요일 한 회씩 방송한다.

tvN 측은 “특정 출연자의 잘못된 과거 행적은 채널로서도 결코 가볍게 바라볼 수 없는 문제”라면서도 “‘두번째 시그널’은 특정 출연자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다. 기획 단계부터 촬영과 후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스태프와 제작진, 관계자들의 시간과 노력이 담긴 공동의 창작물”이라고 밝혔다. 출연자 개인에 대한 평가와 작품 자체의 가치, 창작자의 노력을 구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두번째 시그널’은 2016년 방송된 tvN 드라마 ‘시그널’의 후속작이다. 김은희 작가가 집필하고 김혜수·이제훈·조진웅 등 전작의 주요 배우들이 출연한다. 당초 2026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제작됐으나 지난해 12월 조진웅의 과거 소년범 전력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편성이 보류됐다. 조진웅은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미 촬영을 마친 작품에서 조진웅이 맡은 이재한 형사는 이야기의 핵심 인물이다. 출연분을 삭제하거나 다른 배우로 교체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방송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져 왔다.

주연 교체부터 전면 재촬영까지…방송가의 대응

출연자 논란으로 작품 공개가 어려워진 사례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반복됐다. 논란의 발생 시점과 해당 배우의 비중에 따라 제작사와 방송사의 대응은 달랐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1년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다. 남자 주인공 온달 역을 맡은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자 지수는 작품에서 하차했다. 당시 촬영은 95% 이상 진행된 상태였다. 제작진은 나인우를 대체 배우로 투입하고 지수가 출연한 장면을 재촬영했다. 이미 방송된 1~6회까지 다시 촬영해 기존 영상과 다시보기 서비스를 교체하기로 했다.

‘달이 뜨는 강’ [KBS 제공]
‘달이 뜨는 강’ [KBS 제공]

제작진은 방송을 중단하지 않고 배우 교체와 재촬영으로 작품을 완결했다. 드라마는 시청률 9%대를 유지하며 월화극 경쟁에서 선전했다. 다만 재촬영에 따른 제작비와 일정 부담은 피할 수 없었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도 출연자 논란에 배우를 교체한 사례다. 2021년 방송을 앞두고 에이프릴 출신 이나은을 둘러싼 괴롭힘 의혹 등이 불거지자 제작진은 이나은의 하차를 결정하고 표예진을 투입했다. 촬영분을 다시 찍는 과정을 거쳐 드라마는 예정대로 방송됐다. 첫 회 10.7%, 2회 13.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논란 배우의 출연분을 재촬영하거나 교체하는 방식으로 방송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다만 ‘달이 뜨는 강’은 촬영이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주연을 바꿔야 했고, ‘택시기사’는 상대적으로 촬영 초기 단계에서 교체가 이뤄졌다.

장기간 편성 보류…4년 묵힌 ‘디어엠’, ‘날아올라라 나비’

배우 교체가 어렵거나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작품은 장기간 편성을 보류하기도 했다. KBS 드라마 ‘디어엠’은 박혜수의 학교폭력 의혹으로 첫 방송을 앞두고 편성이 취소됐다.

2021년 2월 첫 방송 예정이었던 이 작품은 촬영을 마친 상태였지만 국내 방송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2022년 일본 스트리밍 플랫폼 유넥스트(U-NEXT)를 통해 먼저 공개됐고, 2025년 KBS 조이와 KBS2에서 국내 방송됐다. 첫 방송을 앞두고 편성이 취소된 이후 국내 시청자와 만나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디어엠’은 방송을 폐기하지 않고 해외 유통과 국내 재편성을 통해 작품을 공개했다. 그러나 장기간의 편성 지연으로 방송 당시 화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JTBC 드라마 ‘날아올라라 나비’ 역시 출연자 논란으로 국내 방송이 지연된 사례다. 2021년 방송을 목표로 제작을 마쳤지만 배우 심은우의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지면서 편성이 보류됐다. 이후 해외에서 먼저 공개됐으며, 국내에선 2026년 방송됐다. 심은우는 경찰 조사를 통해 학교 폭력 의혹을 완전히 벗은 뒤였다. 드라마는 제작 완료 이후 약 5년 만에 공개, 10회로 축소돼 방송됐다. 최종회 시청률은 1.7%를 기록했다.

tvN ‘시그널’ 시즌1 포스터. [tvN]
tvN ‘시그널’ 시즌1 포스터. [tvN]

재편집 공개…핵심 인물은 유지 ‘종말의 바보’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는 출연자 논란에도 작품을 공개한 사례다. 유아인의 마약류 투약 혐의 관련 수사가 이어지면서 2023년 공개 예정이었던 작품의 일정이 연기됐다.

넷플릭스는 2024년 4월 26일 작품을 공개하면서 재편집과 후반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이야기의 주요 캐릭터를 맡고 있어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웠다. 제작진은 작품의 흐름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편집을 진행했다.

넷플릭스는 작품 공개를 선택했지만, 공개 이후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출연자 논란과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번째 시그널’과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살릴 것인가, 보류할 것인가

출연자 논란을 둘러싼 드라마 제작사의 대응은 크게 배우 교체와 재촬영, 출연분 축소 및 재편집, 장기간 편성 보류, 기존 작품 공개 등으로 나뉜다.

‘달이 뜨는 강’과 ‘택시기사’는 배우 교체와 재촬영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디어엠’과 ‘날아올라라 나비’는 국내 방송을 장기간 미뤘다가 해외 공개 또는 재편성을 거쳐 시청자와 만났다. ‘종말의 바보’는 핵심 배우를 유지하면서 재편집을 통해 공개했다.

‘두번째 시그널’은 이 가운데 기존 출연진을 유지하고 작품을 공개하는 선택을 했다. tvN은 작품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우려를 최소화할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영상 기술을 활용한 수정과 AI를 통한 인물 교체 테스트도 진행했으나, 연기 표현과 서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최종 적용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작품 공개가 출연자의 과거 행적을 옹호하거나 정당화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