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베 전 총리 대중 정책 계승 요청
다카이치, 경제 협력 대신 中에 책임 있는 행동 촉구
대만 문제로 갈등 지속…중일 관계 경색 장기화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중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유화적 대중 정책을 계승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 5일 다카이치 총리의 임시국회 소신 표명 연설을 앞두고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 대중 정책을 아베 전 총리 시절의 기조로 되돌려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이 제시한 선례는 2014년 아베 전 총리의 국회 연설이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중국과의 우호 관계 구축 의지를 밝히며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바 있다.
2012년 일본 정부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와 이듬해 아베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중일 관계는 급격히 악화한 상태였다.
이에 아베 전 총리는 2014년 9월 국회 연설에서 양국 간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대신 안정적인 우호 관계 구축을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속한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아베 전 총리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됐다.
중일 관계가 악화한 계기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중국은 이를 자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대한 개입으로 받아들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양국 관계가 냉각되면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도 일본 총리의 국회 연설에 주목한 것은 과거 아베 전 총리 때와 같은 방식으로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중국도 관계 회복의 계기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리 관저 역시 중국의 제안을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총리의 연설문에 아베 전 총리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는 내용을 담고, 경제 협력 확대 의지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이러한 방향을 수용하지 않고 연설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연설에서는 “중국과 오랜 기간 쌓아온 관계를 토대로 전략적 호혜 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하겠다”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오히려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규제 등 경제적 압박 조치와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 정부에 “책임 있는 행동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과거 아베 전 총리가 민감한 현안을 피해 우호 관계를 강조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연설 이후 중국 정부 관계자가 일본 측 인사에게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취지로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중국 역시 일본과의 경제 협력 필요성을 고려해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대만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먼저 적극적인 화해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지도부가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중국 정부 인사들이 일본을 ‘중요한 경제·무역 파트너’로 평가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중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외교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양국 모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공급망이 맞물려 있는 만큼 정치·안보 갈등이 경제 협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양국의 공통 과제로 꼽힌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이 일본과의 경제적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양국 간 냉각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