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 순매도 규모, 작년 2.6배

‘역대급’ 경상흑자에 매도 56.1%↑

환율 하락에 저가매수 수요도 커져

美중간선거 뒤 올라…상·하방 팽팽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본점 스크린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이상 하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연합]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본점 스크린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이상 하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원/달러 환율이 올해 6월 고점을 찍은 뒤 10월까지 4개월 연속 떨어진 가운데 올해 1~9월 국내 민간기업들이 외환시장에 내다 판 달러가 작년 1년 치의 두 배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대규모로 환전하면서 원화가 강세를 띤 흐름이다.

다만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심리 위축에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앞으로도 경상수지 대규모 흑자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동안 환율 상·하방 압력이 팽팽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7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비금융 민간기업 외환거래 금액’ 자료에 따르면 비금융 민간기업의 올해 1~3분기 현물환(즉시 거래)·선물환(미래 특정 시점에 거래) 순매도액(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금액)은 2865억7000만달러(약 389조원)로 집계됐다.

올해 1~3분기 순매도액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1093억2000만달러)의 2.6배에 달했다. 작년 연간 순매도액(1491억3000만달러)과 비교해도 1.9배다. 비금융 민간기업은 금융기관과 공기업을 뺀 일반 기업을 뜻한다.

매도액과 매수액이 일제히 늘어난 가운데 매도액 증가 폭이 매수액을 웃돌았다. 매도액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736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715억5000만달러)보다 56.1% 늘었다. 9개월 만에 작년 연간 매도액(6464억4000만달러)을 이미 13.9% 넘겼다. 매수액은 4494억3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1% 늘었다. 작년 연간(4973억1000만달러)과 비교하면 90% 수준이다.

매도세 급증에는 기본적으로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에 기업들의 달러 보유액이 급격하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9월 경상수지 흑자는 614억6000만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600억달러를 돌파했다. 1~9월 누적 흑자는 3406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38억9000만달러)의 4배를 넘어섰다. 여기에 정부의 환전 독려와 기업들의 세금이나 국내 투자용 원화 환전 수요 등이 겹치면서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2분기까지는 외국인 주식 매도와 리밸런싱(재조정),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 관련 선물환 매입이 진정되지 않았는데 이게 진정되면서 3분기부터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기업 달러 매도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분기별로 보면 3분기는 순매도 규모가 축소됐다. 매수액이 직전 분기보다 11.2% 늘면서 매도액 증가율(2.8%)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달러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에 대한 수요가 더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수입업체 위주로 저가 매수 흐름도 상당히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넘쳐나는 달러에 기업들이 환전하고 남은 달러를 예금으로 넣는 수요도 늘고 있다. 9월 말 기준 기업의 달러화예금은 1178억7000만달러로 다섯 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입업체는 어차피 결제해야 할 달러를 환율이 떨어졌을 때 미리 사서 외화예금에 배치해 두고, 수출업체도 일부는 팔던 환율보다 떨어지니 덜 팔고 예치한다”며 “수출입 기업을 나눠서 보면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3분기 들어 급락했다. 6월 평균 1528원(주간 종가 기준)이었던 환율은 7월 1488.9원, 8월 1404.4원, 9월 1358.8원, 10월 1336.4원 등 4개월 연속 떨어졌다.

시장에선 앞으로도 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이어지며 연말 환율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점도 환율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에서도 환율 추가 하락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원화는 예년보다 약세”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등에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고, 달러와 같은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등 환율의 상방 압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간선거가 시작된 11월 3일(1341원) 이후 6일(1356.6원)까지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올랐다. 특히, 6일은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한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14.5원 급등했다.

트럼프 패배 후 달러 약세…환율 얼마나 더 떨어질까 [머니뭐니]

트럼프 패배 후 달러 약세…환율 얼마나 더 떨어질까 [머니뭐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국채 발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화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에 하락 압력이 커지고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26709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