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모듈러 4개사 도산·철수 원인 분석
LH, 2030년까지 1.8만가구+α 발주 추진
“공공으로 시작해 제도적 기반 구축 필요”
[헤럴드경제=윤승현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카드로 ‘모듈러주택’을 꺼낸 가운데 우리보다 앞서 산업을 육성했던 영국에서는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에도 사업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던 데다 업체별 생산·품질 문제, 자금난 등이 겹친 결과다. 우리나라 또한 모듈러주택 활성화를 위해서는 원가 및 품질 표준화, 지속적인 수요 창출 기반이 마련돼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30년까지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모듈러주택 ‘1만8000가구+α’를 발주할 예정이다. 내년 발주 물량은 3500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고, 원가 절감 실적에 따라 후속 물량을 배정하는 ‘물량-단가 연동제’도 추진할 방침이다.
기업들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장 제작 진행 과정에 맞춰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착공 전 기술개발과 생산설비를 준비할 수 있는 기술유도 기간도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가 모듈러주택에 주목한 이유는 빠른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듈러주택은 건축물의 주요 구조물과 설비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과 달리 공장 제작과 기초공사를 동시에 진행해 공사 기간을 20~30% 단축할 수 있다.
모듈러주택이 안정적로 공급되려면 물량 확대뿐 아니라 지속적인 수요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영국의 경우 정부의 노력에도 현실적 문제가 얽히며 관련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건축·건설 분야 국제학술지 ‘빌딩 리서치 앤드 인포메이션’에 소개된 ‘영국 주택 부문 입체 모듈러 기업의 구조적 불일치와 도산’ 논문에 따르면 영국에서도 모듈러주택은 주택 공급 부족, 건설업 생산성 저하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제조업 방식과 기존 주택 공급 체계 사이 구조적 불일치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모듈러주택은 초기 설비 투자비가 큰 만큼 공장을 지속적으로 가동해야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주택사업은 부지 확보와 인허가, 자금 조달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진행돼 물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석 대상 중 하나인 모듈러주택 전문기업 ‘일크 홈스(Ilke Homes)’는 영국 주택공급기관인 홈스 잉글랜드(Homes England)와 민간 투자자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설비를 확대했으나, 인허가 지연 및 사업 중단으로 공장 가동이 불안정해졌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자금 조달 악화까지 겹치면서 2023년 강제청산에 들어갔다.
대형 금융그룹 리걸앤드제너럴(Legal & General)이 추진한 ‘L&G 모듈러 홈스(L&G Modular Homes)’ 역시 안정적인 사업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고, 결국 2023년 신규 모듈러주택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하우스 바이 어반 스플래시(House by Urban Splash)’는 생산·설계 결함에 따른 추가 보수비와 자금 부족이 겹치며 2022년 관리절차에 들어갔다. ‘커넥트 모듈러(Connect Modular)’ 또한 기존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과 운영비 상승으로 자금난을 겪었다.
국내에서도 공공부문 외에는 활용 기반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기존 공법보다 공사비가 약 30% 높은 데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환경에 대응할 주거 품질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산업용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로 수요가 집중돼 PC 제조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거 품질을 요구하는 주택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토부는 일반 공법 대비 초과 공사비 지원과 함께 ‘모듈러 특별법’을 제정해 맞춤형 특례와 인센티브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제한 요인을 고려할 때 공공임대주택이 가장 합리적인 (모듈러주택) 활성화 방법으로 보인다”며 “공공에서 시장을 확산하고 민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h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