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국내 증시가 미국발 인공지능(AI) 투자 우려에 연쇄 급락하며 패닉 장세에 빠졌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한 데 이어 6일에는 코스피가 장 초반 5000선을 내주고 매매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블루웨이브’가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로 번지면서, 반도체주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가 아시아 주요 시장 가운데서도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6일 코스콤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 전날 코스피는 5.28% 하락 마감해 한중일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대만 가권지수도 3.20% 하락폭을 기록해 코스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과 중국 본토, 홍콩 등에서는 주요 지수가 일부 상승마감했다.
이날 오전 개장한 아시아 증시에서 코스피가 장초반 8% 안팎으로 낙폭을 확대한 가운데 대만 가권 지수도 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만 가권 지수는 3만9000포인트를 하회하며 전장 대비 6%대 하락폭으로 개장한 뒤 장초반 9% 가까이 낙폭이 확대됐다.
일본 주요 지수도 한국과 대만 대비 낙폭이 제한됐지만 역시 약세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6만 포인트를 웃도는 전장 대비 1%대 하락폭으로 개장한 뒤 장초반 낙폭울 6% 안팎으로 화대해 오전 10시 기준 5만7000선 안팎에서 횡보 중이다.
아시아 주요 시장 가운데서도 두러진 코스피의 약세는 반도체 대형주 의존도가 좌우했다.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팔아 치운 3조4000억원 순매도 가운데, 삼성전자(1조1626억원)와 SK하이닉스(1조5203억원)가 차지한 비중이 약 70%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 하락률 5.3% 가운데 반도체의 하락 기여도가 약 4.6%포인트였고, 나머지 업종의 기여도는 약 0.7%포인트에 그쳤다”며 “반도체의 연쇄 급락이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지만 업종마다 충격 강도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한국과 더불어 반도체 쏠림이 두드러진 대만 증시도 미국발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대만 대표 지수인 가권지수에서 반도체 업종 비중은 50%를 웃돈다. TSMC 한 종목의 비중만 40% 이상이다. 이에 가권지수는 전날 3.20% 하락했다. 황원칭 타이신증권투자자문 최고전략책임자는 “단기적으로 4만~4만2000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6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대만 가권 지수는 4만 포인트를 이미 하회하고 있다.
한국·대만 증시의 취약성은 같은 날 아시아 타 시장 등락폭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특히, 일부 지수가 오히려 상승 마감한 중국·홍콩 증시와의 대비가 뚜렷하다. 전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가 각각 0.10%, 3%대 상승 마감했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중국 내수와 자국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 동력이 작용한 결과다.
일본 역시 한국이나 대만 대비 낙폭이 제한됐다. 전날 일본 증시에서는 닛케이225(주요 상장기업 225개 종목) 지수가 1.79% 낙폭에 그쳤다. 시장 전반을 폭 넓게 반영한 토픽스(주요 상장기업 1600여 종목) 지수는 오히려 1.16%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 검사장비·제조장비주가 급락했지만 실적 전망을 높인 도요타 등 자동차주와 비AI 업종이 시장을 지탱한 결과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부담 완화 기대도 자동차·운송 등 비AI 업종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는 이번 급락을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용수 부담과 지역사회의 반발이 미국 내 규제 강화 논의로 이어지면서, 투자 일정이 늦어질 경우 AI용 반도체 주문이 유지되더라도 납품과 매출 인식 시점이 밀릴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시장이 투자 집행 속도와 실적 반영 시점의 변화 가능성을 주가에 먼저 반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수요가 견조하다는 사실이 AI 밸류체인 모든 기업의 실적과 재무적 안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공급 제약은 수요 자체를 훼손하지 않지만 매출 인식 시점을 늦추고, 투자 회수 기간을 늘리며 자금 조달 부담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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