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압승에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확산

대만 장초반 9% 급락…반도체 쏠림 시장 충격

코스피 5000선 붕괴…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

외국인 순매도 70%가 삼전닉스 집중 ‘직격탄’

아시아권 중 한국 증시 낙폭 가장 두드러져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로 미국을 비롯한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5000선 붕괴 뉴스와 주요 지수가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로 미국을 비롯한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5000선 붕괴 뉴스와 주요 지수가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국내 증시가 미국발 인공지능(AI) 투자 우려에 연쇄 급락하며 패닉 장세에 빠졌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한 데 이어 6일에는 코스피가 장 초반 5000선을 내주고 매매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 해제 이후에도 여전히 5000선을 하회하는 등 코스피는 이날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이른바 ‘블루웨이브’가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로 번지면서,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은 여파이다. 아시아권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반도체주 비중이 압도적인 국내 증시가 더 큰 충격을 받는 형국이다.

6일 코스피는 이날에도 개장하자마자 불과 3분여 만에 8% 넘게 급락, 장중 5000선이 무너지고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지수가 5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6일 이후 9개월 만이다.

대만 주요 지수도 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오전 10시 기준 대만 가권 지수는 3만9000포인트를 하회하며 전장 대비 6%대 하락폭으로 개장한 뒤 장초반 9%대 안팎으로 낙폭을 확대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6만 포인트를 웃도는 전장 대비 1%대 하락폭으로 개장했지만 장초반 낙폭을 확대해 6% 안팎 등락률 기록하며 오전 10시 기준 5만7000선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아시아권 증시가 일제히 미국 중간선거 이후 급락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파장엔 온도 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 지난 5일에도 코스피는 5.28% 하락 마감해 한중일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대만 가권지수도 3.20% 하락폭을 기록해 코스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의 두드러진 급락세는 반도체 대형주 의존도가 큰 여파로 풀이된다.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팔아 치운 3조4000억원 순매도 중 삼성전자(1조1626억원)와 SK하이닉스(1조5203억원)가 차지한 비중이 약 70%에 달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 하락률 5.3% 가운데 반도체의 하락 기여도가 약 4.6%포인트였고, 나머지 업종의 기여도는 약 0.7%포인트에 그쳤다”며 “반도체의 연쇄 급락이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과 더불어 반도체 쏠림이 두드러진 대만 증시도 미국발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대만 대표 지수인 가권지수에서 반도체 업종 비중은 50%를 웃돈다. TSMC 한 종목의 비중만 40% 이상이다. 이에 가권지수는 전날 3.2% 하락했다. 대만 현지에서는 향후 지수가 5일 종가(4만1574.72) 하단까지 낙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원칭 타이신증권투자자문 최고전략책임자는 “단기적으로 4만~4만2000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권 내에서 한국과 대만은 특히 반도체주 비중이 큰 시장이다. 특히, 일부 지수가 오히려 상승 마감한 중국·홍콩 증시와의 대비가 뚜렷하다. 전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가 각각 0.10%, 3%대 상승 마감했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중국 내수와 자국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 동력이 작용한 결과다.

전날 일본 증시에서는 닛케이225(주요 상장기업 225개 종목) 지수가 1.79% 하락했다. 시장 전반을 폭 넓게 반영한 토픽스(주요 상장기업 1600여 종목) 지수는 오히려 1.16%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 검사장비·제조장비주가 급락했지만 실적 전망을 높인 도요타 등 자동차주와 비AI 업종이 시장을 지탱한 결과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부담 완화 기대도 자동차·운송 등 비AI 업종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업계는 반도체주 비중이 큰 국내 증시의 특성을 감안할 때, 결국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 데이터센터의 투자 일정이 늦춰질 우려가 해소될지에 반등 여부가 달렸다고 전망한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용수 부담과 지역사회의 반발이 미국 내 규제 강화 논의로 이어지면서, 투자 일정이 늦어질 경우 AI용 반도체 주문이 유지되더라도 납품과 매출 인식 시점이 밀릴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는 반도체주와 국내 증시엔 큰 부담이다. 시장이 투자 집행 속도와 실적 반영 시점의 변화 가능성을 주가에 먼저 반영하고 있어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수요가 견조하다는 사실이 AI 밸류체인 모든 기업의 실적과 재무적 안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공급 제약은 수요 자체를 훼손하지 않지만 매출 인식 시점을 늦추고, 투자 회수 기간을 늘리며 자금 조달 부담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유진 기자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