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택배기사 60% “월 100만원 이상 소득 감소”
소득 감소 예상자 84% “투잡·추가업무 의향”
야간근무 종사자 87% “현 수준 유지·확대 희망”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와 국회에서 야간근무 제한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추가 노동으로 오히려 전체 근무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기업경영학회는 6일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2026년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무제공자와 야간업무 종사자의 직종별 업무환경 비교 및 정책 제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0월 유통·판매, 제조·생산, 화물운송·택배, 물류센터, 경비·보안, 숙박·관광 등 10개 업종의 야간업무 종사자 9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4.4%는 현재 야간업무를 스스로 선택했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횟수로 일하고 싶다는 응답은 74.8%였으며, 근무 횟수를 늘리고 싶다는 비율도 11.7%에 달했다. 전체의 86.5%가 현재 수준 이상의 야간업무를 희망한 셈이다. 근무 횟수를 줄이고 싶다는 응답은 13.5%였다.
야간업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이었다. ‘보수가 높아서’라는 응답이 48.8%로 가장 많았고, ‘생계비·필요 소득 마련’(25.9%), ‘낮 일만으로 소득 부족’(6.9%)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근무 횟수를 유지하고 싶은 응답자 가운데 70.8%는 소득 유지를 이유로 꼽았다. 야간업무를 더 늘리고 싶다는 응답자의 82.7%도 추가 소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근무를 줄이고 싶다는 응답자들은 건강 악화와 피로 누적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야간업무가 소득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건강과 휴식 측면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난 것이다.
야간업무 제한에 따른 소득 감소 우려는 화물운송·택배 업종에서 두드러졌다.
해당 업종 종사자의 59.8%는 야간업무 횟수 등이 제한되면 월 1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조사 대상 10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소득이 줄어들 경우 다른 일을 병행하겠다는 응답도 많았다. 화물운송·택배 종사자 중 월 100만원 이상 소득 감소를 예상한 사람의 84.3%는 투잡이나 추가업무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체 야간업무 종사자 가운데서도 소득 감소 시 추가로 일하겠다는 응답이 76.4%에 달했다.
연구진은 야간업무를 일률적으로 줄이더라도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전체 노동시간은 오히려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에 앞서 소득 감소에 따른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새벽배송 노동자의 근무시간 제한을 둘러싼 입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8월에는 택배 노동자의 심야작업 횟수를 월 12회로 제한하고 근무 종료 후 최소 11시간의 휴식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다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장시간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다며 실질적인 노동시간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야간근무자의 소득을 보전하면서도 과로를 예방할 방안을 찾는 것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학회는 야간업무 종사자와 별도로 17개 직종의 노무제공자 2938명을 대상으로 사회보험과 업무환경에 관한 조사도 실시했다.
이 가운데 해당 업무를 주업으로 하는 1847명의 소득과 근무시간, 휴식, 계약 안정성, 업무 안전, 사회보험 등 21개 항목을 비교한 결과 정보통신·소프트웨어(SW), 골프장 캐디, 택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업무환경을 보이는 직종으로 분석됐다.
특히 택배업 종사자의 월평균 순소득은 433만원으로 조사 대상 17개 직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정보통신·SW(376만원), 건설기계·장비(349만원), 화물차주(32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택배는 소득뿐 아니라 소득 안정성과 계약 안정성에서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화물차주와 가전배송·설치, 어린이통학버스 종사자는 소득과 업무 안정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보험 지원에 대한 수요도 직종마다 차이가 있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모두 가입한 비율은 정보통신·SW가 81%, 택배가 78%로 비교적 높았다. 사회보험료 납부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방문판매 50%, 택배 51%로 다른 직종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방문판매와 택배 종사자가 사회보험료 지원을 우선적인 지원 과제로 선택한 비율도 각각 12%, 21%에 머물렀다. 조사 대상 17개 직종 가운데 사회보험료 지원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은 직종은 없었다.
연구진은 사회보험료 지원을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똑같이 적용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소득과 업무환경이 취약한 직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단순히 보험료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저소득 노무제공자의 고용·산재보험료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윤동열 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입법 과정에서 직접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시간에 따라 소득이 결정되는 야간 종사자 대부분에게 시간 제한은 소득감소를 의미하는 만큼 휴게·휴식 보장, 건강검진 확대 등 능동적인 건강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사회보험 지원 역시 취약 직종 중심으로 합리적인 대안이 정교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열렸다. 기조세션에서는 기업의 고용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구축, 노무제공자 및 야간업무 종사자의 노동환경을 다뤘다. 이후 지속가능경영과 인사조직, 전략·국제경영, 재무·회계, 생산·경영정보시스템(MIS), 마케팅 등 분야별 학술 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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