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다음날 ‘레임덕 방어’ 행보

전쟁 정당성 주장…“헤그세스는 잘하고 있다”

아무일 아닌듯 백악관 연회장 공사장 돌연 방문

‘탄핵’ 스스로 거론하며 경계 ‘정치적 역풍’ 경고

민주 상원 탈환에도 공화 10명 등돌려야 ‘탄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를 접한 뒤 백악관 연회장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를 접한 뒤 백악관 연회장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이 중간선거 패배의 원인이라 인정하면서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교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의 정당성을 재차 주장하면서, 패배 책임론에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이름을 언급해 자신과는 선을 그은 것이다.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와 그 일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조짐을 보이자, 자신의 탄핵을 추진하면 파멸을 자초할 것이라 경고하기 했다.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확인된 이상, 레임덕(권력 누수)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날인 이날 백악관 연회장 공사장을 예고 없이 방문해, 이란 전쟁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는 JD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맞다고 본다. (전쟁이) 휘발윳값을 단기간 조금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동시에 다시 (전쟁을) 해야 한다면 다시 해야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그게 유일한 답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 전쟁이 중간선거 패배를 초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란의 핵보유 저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정당화 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주도한 헤그세스 장관의 교체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그는 잘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각료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언 중간 공사 현황을 기자들에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등, 선거 참패가 별 일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연회장을 홍보하는데 집중했다. 백악관 연회장 건설은 부동산 재벌인 그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재단장 프로젝트의 중요한 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모두를 거머쥔 민주당의 탄핵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그는 취재진이 전날 밤 민주당과 대화를 했는지, 그들이 자신에 대한 탄핵을 거론했는지를 묻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걸(탄핵을) 우려하고 있나’라는 질의엔 “조금도 안 한다”고 답한 뒤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민주당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 자신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면 오히려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때 이미 2차례 탄핵 시도를 했지만, 두 번 다 상원을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미국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이 상원 100석 중 54석을 확보했고, 접전중인 알래스카와 미시시피에서 2석을 더 추가한다 해도 탄핵 가결 의석인 67석에는 한참 못 미친다.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공화당 내 이탈표가 11표 이상 나와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충분치 않다.

민주당 내에서도 굳이 탄핵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민주당이 탄핵 추진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소야대 국면이 뚜렷해진 이상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추진 동력을 잃고 레임덕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의회 권력을 탈환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국정 독주를 저지·차단하겠다고 별러 왔다. 기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공화당이 예산 및 입법을 지원했지만, 다음해부터는 하원에서의 입법 지원이나 상원에서 예산안 처리도 모두 민주당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측근들에 대한 전면 조사를 동원하면, 탄핵을 추진할 뚜렷한 범죄 행위 혐의 등의 명분이 나오면서 민주당 내 분위기가 급격히 탄핵 추진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미 하원에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로,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조사와 탄핵 추진이 다음해부터 본격화할 ‘심판 정국’의 속도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