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계획 발표
서울월드컵경기장·서울공항서 본대회
해외 40만명·국내 10만명 등록 추산
정부 협력 숙박 마련·폭염·인파 대비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단절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만남의 용기, 맞아들임의 용기입니다.”(정순택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장)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가 약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최대 1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교황 레오 14세도 대회를 위해 처음으로 방한한다. WYD 조직위원회는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서울공항을 주요 행사 장소로 정하고, 참가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50만명 등록 추산…파견미사 100만명 운집 예상
WYD 조직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회 일정과 예상 참가 규모, 주요 행사 개최지, 안전·숙박·교통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1986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시작된 WYD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한데 모여 교류하는 축제다. 내년 서울 WYD는 17번째 대회로, 비그리스도교 국가이자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첫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시아 국가로는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본대회는 내년 8월 3~8일 서울 일원에서 개최된다. 조직위는 전 세계 약 190개국에서 온 해외 청년 순례자 40만명과 국내 참가자 10만명이 등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외 취재진 약 3000명, 주교·사제단 약 1만3000명, 자원봉사자 약 2만명 등도 함께한다.
3일 개막미사와 5일 레오 14세 교황 환영 행사, 6일 십자가의 길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7일 밤샘 기도와 8일 파견 미사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진행된다.
조직위는 개막 미사에 20만명, 교황 환영 행사에 30만명, 십자가의 길과 밤샘 기도에 각각 50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날 파견 미사에는 미등록 참가자를 포함해 1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측했다.
본대회에 앞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는 전국 15개 교구에서 교구대회가 진행된다.해외 참가자들은 각 지역에 머물며 한국의 신앙, 문화, 생활을 경험한 뒤 서울로 이동해 본대회에 참여한다.
대회 참가 등록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됐다. 조직위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는 지난 4일 저녁까지 8만1820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27만명·서울시 23만명 숙박시설 확보 계획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서울을 찾는 만큼 숙박 시설 확보는 주요 과제다. 조직위는 성당과 일반 가정의 홈스테이, 학교 체육관·강당, 대학 및 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5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동숙박시설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본당과 홈스테이를 통해 서울대교구가 27만명, 서울시, 교육청, 교육부, 서울시 외 교구 등을 통해 23만명 규모의 숙박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도영 정부지원단 대외협력팀장은 “23만명 중 학교 시설을 활용해 10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며 “정부지원단은 교육부, 서울시교육청과 숙박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홈스테이와 학교를 제외한 공공시설에서 4만명을 수용한다는 목표다. 김장열 서울시 국제행사지원과장은 “자치구와 서울시가 보유한 체육관, 강당 등의 목록을 추리고 있다”며 “연내 장소를 확정해 조직위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상 주교는 “서울대교구 217개 본당을 중심으로 홈스테이 등을 통해 27만명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라며 “지연 내 사설 기관과 사립학교 활용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참가 신청이 마감되는 내년 5월 31일 이후에야 정확한 숙박 수요를 파악해 인원을 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폭염과 인파 밀집 우려…“안전 최우선” 대비
한여름에 대규모 야외 행사가 열리는 만큼 폭염과 인파 밀집에 대비한 안전 대책도 마련한다. 조직위는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해 주요 행사장에 그늘과 휴식·급수 공간을 설치하고, 기상 상황에 따라 현장 운영을 조정할 계획이다. 행사장 이동 시 참가자들의 보행 및 대기 시간도 최소화할 예정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행사장에 냉방 설비를 갖춘 응급의료시설과 전문 의료진을 배치하고, 인근 병원과 연계한 긴급 이송 체계도 가동한다. 행사장별 상황은 경찰, 소방, 의료기관, 지자체가 함께 대응한다.
또한 장애가 있는 사람도 누구나 함께할 수 있도록 단차 없는 동선을 연결하고, 휠체어 이용 공간과 동반인 좌석, 감각 휴식 공간을 마련한다. 주요 프로그램에는 수어와 자막을 동시에 제공할 예정이다.
박찬구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폭염 대응과 대규모 인파 관리, 숙박과 교통, 안전 등 개최 도시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사항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행사장 선정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광화문광장에서 시복식이 열렸지만, 이번에는 교통 통제와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서울공항을 주요 장소로 정했다.
이 주교는 “광화문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여러 날 도로를 통제해야 하고 안전 문제와 인원수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단절의 시대, 만남의 용기 필요”…교황, 고통받는 이들과 만남
2027 WYD 조직위원장인 정순택 대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장)는 이번 대회가 단절을 겪는 청년들에게 ‘만남’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오늘의 사회를 ‘단절의 시대’로 진단했다. 손안의 화면으로 언제든 서로에게 닿을 수 있지만, 정작 서로를 깊이 알기는 더 어려워졌으며 혼자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단절을 가장 선명하게 겪는 사람들이 바로 젊은이들”이라며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되며 자신을 증명해야 하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변화로 사람을 판단해 온 기준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정 대주교는 “사람의 가치는 증명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며 레오 14세 교황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를 인용해 “인간의 존엄은 한 사람의 능력이나 부, 사회적 위치에 달려 있지 않으며, 사람의 가치는 이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WYD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청년들이 서로를 조건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만나는 자리이고, 가정과 지역 사회는 이들을 환대한다며 “2027년 여름 서울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청년들이 자신의 참된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진정한 만남으로 나아가는 경험이다. 온 국민이 전 세계 청년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처음 한국을 찾는 레오 14세 교황은 WYD 공식 행사 외에 고통받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가질 전망이다. 이 주교는 “이주민과 소외감을 느끼는 구직자, 장애인 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의 방북이나 북한 청년들의 참가 가능성에 대해선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우리가 섣불리 나서서는 (성사가) 안 되기 때문에 조직위에서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조직위는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이 주교는 “WYD를 통해 가톨릭 교세를 확장하겠다는 욕심은 갖고 있지 않다”며 “함께 만나서 인간의 본질과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대회 홍보대사로 김태희 배우가 소개됐으며, 공식 마스코트 ‘호비(Hobi)’와 ‘코비(Cobi)’도 처음 공개됐다. 호랑이를 형상화한 호비는 희망(Hope)을, 사자를 모티브로 한 코비는 용기(Courage)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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