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전시간 93% 단축·전력망 기술 자립

- AI·이차전지·전력반도체로 재도약

강상희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이 5일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한국전기연구원 제공]
강상희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이 5일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기술 자립을 이끌어 온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과 첨단 전력기술을 앞세워 미래 전기화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한국전기연구원은 5일 경남 창원본원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전기의 힘으로! 혁신의 빛으로! 미래 전기화 세상의 중심 KERI’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1976년 한국전기기기시험연구소로 출발한 전기연구원은 당시 연구인력 43명, 예산 7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50년이 흐른 현재 인원 902명, 예산 1915억원 규모의 국가 핵심 전기기술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전기연구원의 대표적인 성과는 국가 전력망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1997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한국형 배전자동화시스템(KODAS)은 평균 53분에 달하던 정전 시간을 3.6분으로 단축했다. 2003년에는 765kV 2회선 수직형상 초고압 전력설비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했다.

2014년에는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는 차세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을 세계 다섯 번째로 국산화했다.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핵심 전력망 운영기술의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연구 영역도 국가 안보와 첨단산업으로 확대됐다. 2015년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를 구축해 잠수함 핵심 추진체계의 성능 검증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주요 내빈들이 비전 선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한국전기연구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주요 내빈들이 비전 선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최근에는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국산화와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 대량 합성, 탄소나노소재 기반 고성능 전극 개발 등 차세대 전기·전자 소재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험인증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1년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 자격을 획득하면서 전기연구원이 발행한 시험성적서의 국제적 통용 기반을 확보했다.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이 해외 인증에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강태원 충남대 국가정책전문대학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전기연구원이 지난 50년간 창출한 생산유발효과는 102조33억원에 달한다.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26조8672억원, 고용유발효과는 15만4675명으로 분석됐다.

전기연구원은 향후 50년을 이끌 핵심 전략으로 AI 기반 전력망 혁신과 국가전략기술 확보, 지역 산업과 연계한 협력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AI와 디지털 전환 기술을 활용해 국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지원하는 전력 정책 싱크탱크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전력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시험인증 인프라를 활용한 지자체·대학·기업 간 협력도 강화한다.

강상희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를 향한 우리의 50년 진심이 대한민국 산업 발전이라는 가장 선명한 기적으로 피어났다”며 “국가 전기화 시대의 중심에 서서 세상을 풍요롭게 바꿀 혁신의 100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