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타운 136곳 지정에도 착공은 번동 1곳…공급 목표와 현장 실적 간극
3600세대 통합시공 땐 211억원 절감 추산…분리시공에 조합원 부담 가중
“구역별 칸막이 없애야 사업 빨라진다”…인허가·시공·공동시설 통합 해법 제시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묶었지만 공사는 따로 하고, 공동시설은 함께 쓰면서 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서울시가 노후 저층주거지 정비의 대안으로 내세운 ‘모아타운’의 현주소다. 사업구역을 통합하면 정비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개별 조합 중심의 사업구조가 유지되면서 공사비 부담과 사업 지연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오중석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2)은 4일 제340회 정례회 주택실 행정사무감사에서 모아타운 사업의 추진 실적과 비용구조를 분석하며 사업 운영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주문했다. 단순히 정비구역을 묶는 방식에서 벗어나 인허가와 시공, 공동시설 운영까지 하나의 사업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의원은 “따로 주택을 모으면 모아주택이지만, 모아주택을 모으면 따로타운이 된다”며 모아타운 정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모아타운 지정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왔다. 2022년 사업 도입 이후 136곳을 지정하며 당초 목표였던 ‘5년간 100곳’을 넘어섰다. 올해는 모아통합기획과 SH공사비 검증, 표준정관, 표준공사계약서 등을 도입하며 사업 지원체계도 보완했다.
하지만 지정 실적과 실제 주택공급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 오 의원의 판단이다.
서울시가 지난 8월 발표한 ‘2031년까지 모아주택 4만호 착공’ 계획에 포함된 146곳, 4만2268호는 모두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사업지다. 이 가운데 103곳은 아직 조합설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오 의원은 과거 조합설립 실적으로 제시했던 물량을 새로운 착공 목표에 다시 반영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주택실장은 “그렇게 봐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기존 주택을 제외한 실제 공급 증가분도 별도로 산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속도 역시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다. 서울시 자료상 조합설립부터 착공까지 평균 64개월이 걸리지만, 조합설립 단계에 있는 30곳은 2027~2028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 의원은 “내비게이션이 64분 걸린다고 안내한 길을 1~2년 만에 가겠다는 약속”이라며 현실적인 사업 일정과 공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모아타운 지정지 136곳 가운데 착공한 곳은 강북구 번동 한 곳에 불과하다. 서울시 자료마다 착공 실적이 14곳, 8곳, 1곳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등 사업 성과를 판단할 집계기준조차 통일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주목할 대목은 모아타운 내부 사업의 진행 속도다. 오 의원이 제시한 현황에 따르면 모아주택 195곳 중 사업시행인가 이상 단계에 도달한 비율은 모아타운 외부가 43.8%인 반면 내부는 10.4%에 그쳤다. 여러 구역을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업 추진이 더뎌지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다만 정확한 원인 분석을 위해서는 지정 시기 등을 동일하게 맞춘 비교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사업비 문제에서는 통합시공의 경제적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모아타운은 하나의 관리계획 아래 여러 구역이 연결돼 있지만 조합별로 시공사를 선정한다. 지하주차장과 공동시설이 사실상 연결되는 현장에서도 시공사가 다르면 공정과 시방이 달라지고, 인력과 장비도 별도로 투입해야 한다.
오 의원실이 400세대 규모 조합 9곳, 총 3600세대를 가정해 분석한 결과 개별 시공에 필요한 법정 필수인력은 81명으로 추산됐다. 반면 하나의 현장으로 통합하면 31명으로 줄어든다.
공사기간 30개월을 기준으로 중복 인건비 118억원과 현장별 기초비용 93억원을 합쳐 총 211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대당 약 586만원, 조합원 1인당 약 838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의원실이 설정한 가정에 따른 추정치지만 사업구조의 차이가 조합원 분담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오 의원은 “통합은 안전인력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쪼개진 중복을 없애자는 것”이라며 개별 사업장마다 반복되는 인력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안전관리 문제도 제기됐다. 조합별 인력 배치 의무 때문에 실제 근무하지 않는 현장소장이나 안전관리자가 서류상으로만 등록된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치구와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합동점검을 통해 실제 상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동시설을 둘러싼 조합 간 이해관계 충돌도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모아타운 1호 사업지인 강북구 번동조차 5개 구역이 하나의 건축협정으로 묶이지 못하고 두 개로 나뉘었다. 헬스장 등 주민공동시설의 위치와 운영방식을 놓고 구역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오 의원은 여러 조합이 참여하는 통합협의체에 실질적인 결정 권한이 없다는 점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관리계획을 함께 수립하더라도 시공사 선정과 공동시설 배치, 사업 일정 등을 최종 조정할 법적 주체가 없으면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주지원 정책의 사각지대도 드러났다. 올해 편성된 소규모 정비사업 이주비 융자 예산 60억원이 실제 공고에서는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모아주택 10개 구역의 조합원 1450명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7개 구역의 이주 일정이 내년 2월로 미뤄졌다고 오 의원은 설명했다.
오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아타운 단위 인허가 일원화, 단일 시공사 중심의 통합시공, 조합원 65% 동의를 전제로 한 통합협의체 권한 위임, 외부 전문가를 통한 공동시설 위치 조정, 중복 인력 해소와 현장 안전점검 강화 등 5대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주택실장은 제안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개별 사업별 인허가를 규정한 현행 법체계상 통합 추진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 의원은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표준정관, 통합시공 인센티브, 공동시설 배치 조정, 현장 합동점검부터 추진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에 공식 건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는 모아타운 정책의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건수를 늘리는 데서 그칠 것인지, 실제 착공과 입주를 앞당기고 주민 분담금을 줄이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둘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오 의원은 “따로 주택을 모아 모아주택을 만들었다면 이제 모아주택을 진짜로 모아야 한다”고 했다.
7toy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