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한겨울 한파에도 얼음이 가득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한국인의 모습이 해외에서 화제다. 한국 특유의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문화를 궁금해하는 외국인의 글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의 한 중국인 이용자는 “한국인들이 왜 그렇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두꺼운 패딩을 입고 한 손에는 얼음 든 커피를 들고 있는 모습이 중국인 시선에서는 너무 추워 보인다”고 적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차가운 음료에 익숙한 건지, 뜨거운 커피보다 맛있어서인지 이유를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2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며 관심을 받았다.
한국인들은 다양한 이유를 내놨다. 한 이용자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냉수를 즐겨 마신다”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근무 중 졸음을 쫓는 카페인이 들어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물처럼 자주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한국은 실내가 많이 따뜻하다”며 “더운 실내에 들어가면서 잠을 쫓고 정신을 차리려고 아이스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겨울에도 10잔 중 6잔은 아이스…보리차부터 빨리빨리 문화까지
한국인의 아이스커피 사랑은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메가MGC커피가 지난해 4000여개 매장에서 발생한 약 4억건의 커피 주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겨울에도 커피 주문 10잔 중 6잔은 아이스커피였다.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인 대서(7월 22일)에는 아이스커피 비중이 97%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습관은 단순한 커피 취향을 넘어 한국의 일상적인 음료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80년대 델몬트 유리병에 보리차를 담아 마시던 습관에서 이어져 오늘날에도 식후에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연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넉넉히 넣어 해외에 비해 전반적으로 연한 편이다.
일부 전문가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식문화와 관련 있다고 본다. 정주영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는 언론 기고문에서 “한국의 얼죽아 본능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라며 “겨울에는 동치미 국물에 냉면을 말아 먹고, 여름에는 냇가에 수박을 띄워 시원하게 즐겼다. 뜨거운 국밥을 먹은 뒤 찬물을 마시는 풍경도 익숙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의 ‘얼죽아’ 문화를 조명한 AFP통신은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아이스커피의 인기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뜨거운 음료는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아이스 음료는 받자마자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사 후 커피까지 마셔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좋은 선택지다.
중국은 한여름에도 온수…“뜨거운 물이 건강 지킨다”
반면 중국에서는 한여름에도 뜨거운 차나 온수를 마시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중의학에서는 따뜻한 물이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혈액순환과 독소 배출을 돕는다고 여긴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 1862년 상하이발 콜레라 유행 당시 남부 지역에서는 피해가 적었다. 당시 주민들은 뜨거운 물을 마시는 습관 덕분에 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믿은 것으로 알려졌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는 정부가 위생 제고를 위해 끓인 물을 마시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면서 온수 음용 문화가 더욱 확산했다.
한편 차가운 음료의 과도한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찬 음료는 위장 기능을 떨어뜨려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추운 날씨에 찬 음료까지 마시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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