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투자 국내 산업계 영향은

무역법 301조 등 관세카드 여전

영향력 유지위한 투자압박 강화

전력망 확충·신재생에너지 수주

조선협력 ‘마스가’는 영향 적을듯

복잡해진 통상 방정식 해소 관건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부의 관세, 대미투자 정책의 변화 여부에 지구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상징인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  [뉴시스]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부의 관세, 대미투자 정책의 변화 여부에 지구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상징인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 [뉴시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정치 지형이 바뀌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회 장악력을 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 행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관세 수단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도 사업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의회 견제와 주정부 교체로 일부 에너지·전력 사업의 인허가와 추진 일정에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원전과 전력망 투자는 초당적 협력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는 투자세액공제 연장 여부가, 자동차·철강은 기존 고율 관세의 지속 여부가 관건이다.

5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첫 사업인 223억달러 규모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1차로 24억달러(약 3조2000억원)를 송금했다.

이어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 사업에 배정된 1200억달러 가운데 선급금 100억달러를 연말까지 송금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원전 프레임 워크는 대미투자 2호 프로젝트로 협의 중이고, 대미 투자 3호 사업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은 상업성 검토 단계다.

현재는 1호 프로젝트만 확정됐을 뿐 나머지 프로젝트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아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중간선거로 향후 사업 추진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는 것이 대미투자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대미투자관련 정통한 복수 관계자들은 “관세는 그대로 갈 듯 싶고 대미투자관련 1호 LNG발전 등은 인허가 규제로 지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그러나 원전 건설프로젝트는 민주당쪽에서도 인공지능(AI)등으로 대규모 전력이 필요해서 그대로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민주당은 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면서 “또한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로 폭증한 전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압박 수단 여전…대미 투자사업은 주정부 교체가 변수=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 동력은 약해졌지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 관세와 무역법 301조에 따른 불공정 무역 대응 관세 등은 기존 법률이 행정부에 부여한 권한을 근거로 한다. 민주당이 관련 법 개정에 나서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교역 상대국을 향해 관세 압박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면서 “일자리 등을 위해 투자 압박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대미투자 프로젝트는 해당 주지사들이 민주당소속으로 바뀌면서 인허가 절차가 지연돼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사업 집행에 대한 의회 차원의 점검과 감독을 강화할 방침인 데다 행정부와의 충돌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발생할 경우 인허가 등 행정 절차가 줄줄이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호 프로젝트로 확정된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소 건립 사업은 민주당 지나 이노호사 후보 당선이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이노호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즉각적인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인물이다.

최대 1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사업도 인허가 심사가 까다로워지거나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초기 비용 부담이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건설 기간이 긴 원전은 일정이 늘어질수록 금융 비용과 공사비 부담이 커진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텍사스 발전소 등은 초기 비용 외에는 공정 진도에 맞춰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투자금 반출을 조절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통제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 마련해 둔 납입·상환 조건이나 우산형 수익 배분 같은 안전장치들이 실제 현장에서 빈틈없이 작동하는지 점검하면서 미국 내 절차 진행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망 확충·신재생에너지 수주 청신호…마스가, 큰 틀 유지할 듯=전력망 확충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계에서는 ‘블루 쓰나미(Blue Tsunami·민주당 압승)’가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온다. 전력기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업계는 전력망 확충 및 데이터센터의 자체 전원 확보 과정에서 수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태양광·풍력발전 업계도 민주당의 세제 지원 확대 기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3월 신재생에너지 세액공제 복원 및 송전망 투자 확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에너지요금 구제법’을 발의한 바 있다.

1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도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조선업계가 기대했던 미국 군함의 해외 건조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의회는 양당 모두 대체로 군함 해외 건조에 반대하는 분위기이지만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 군사위원회는 미국 조선소에 투자한 동맹국 기업에 한해 비전투 지원함을 최대 2척까지 해외 조선소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국방수권법(NDAA)에 담는 등 절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반도체 세액공제 연장· AI 투자 속도조절 촉각=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미국에 추가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 중인 만큼 투자세액공제 연장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30년간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텍사스주의 경우 상원의원과 주지사가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바뀌면서 향후 세제 및 인허가 기조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2공장 건설에 돌입하며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신규 낸드 생산시설 후보지로 뉴욕주를 검토 중이다. 최대 35%의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제도가 예정대로 연말에 종료되면 12월 31일 이후 착공하는 건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양당이 모두 연장에 공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의 착공기한 연장과 지원범위 조정을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트라는 이날 ‘2026 미국 중간선거 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신규 시설투자의 세제지원 적용범위는 착공기한 연장 여부 및 후속 입법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을 겨냥한 대미투자 요구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바이든 정부 역시 칩스법(Chips Act·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보조금을 앞세워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에 주력한 바 있다. 양원의 주도권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가도 그 흐름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 후보들이 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를 강조한 점은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위축되면 그만큼 메모리 수요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15% 관세 유지 전망…배터리 보조금 부활 불투명=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조지아주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으로 바뀌면서 주정부의 투자 인센티브와 산업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조지아주에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기아 공장, SK온 배터리 공장이 있다.

수입 자동차·부품에 대한 15% 관세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현대차·기아의 관세비용을 최대 7조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 내 생산능력을 연간 12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는 민주당의 양원 장악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 부활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실제 복원은 불투명하다. 반면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을 지원하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45X)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적격 배터리 셀에 kWh당 35달러, 셀을 포함한 적격 모듈에 1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중국 등 우려국 기업과의 지분·원재료 조달 관계에 따라 지원이 제한될 수 있어 미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철강 50% 관세부담 지속…포스코·현대제철 美 현지화 속도=철강업계도 고율 관세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주요 수입 철강제품에 50%, 일부 파생제품에 25%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철강 노동조합과 제조업 지역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어 관세 완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대차·기아와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달러를 투자해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고 있다. 관세 장벽이 높을수록 현지 생산시설의 가치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사업 관련 예산 통과시켜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알래스카 LNG나 마스가 등) 대미투자 관련 사업의 경우 의원들 입장에서도 자기 지역구와 관련된 투자는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다.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배문숙·김현일·정경수·박혜원 기자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