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민주당 상・하원 장악
고물가·이란戰에 ‘앵그리 트럼프’ 표출
‘94년 보수의 아성’ 캔자스마저 붕괴
WSJ “현대사 가장 단호한 대통령 심판”
레임덕 직면한 트럼프 ‘거부권’ 예고
11·3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을 모두 탈환하는 완승을 거두면서,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예측을 뒤집었던 이른바 ‘샤이 트럼프’ 현상이 이번에는 자취를 감췄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던 숨은 지지층보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외교 정책에 분노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블루 쓰나미(민주당 압승)’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4일(현지시간) 중간선거 개표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민주당은 예상대로 연방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 데 이어 상원에서도 승리하며 의회 양원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 4일 미 동부시간 오후 8시 30분 기준으로 민주당은 연방상원(총 100석)에서 54석을 확보해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하원(총 435석)에서도 민주당이 240석을 확보해 과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승리한 것은 2006년 이후 20년만에 처음이다. ▶관련기사 3·4·5·8·18면
특히 민주당은 상원선거에서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캔자스, 오하이오, 아이오와, 메인 등 7개 주에서 현재 공화당이 보유한 상원 의석을 빼앗아 왔다. 최대 경합지 7개 주 가운데서도 승패가 확정되지 않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6곳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했다. 이는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민주당 우세 흐름과 일치하는 것으로, 과거 대선에서 여론조사 예측을 뒤집었던 ‘샤이 트럼프’ 현상이 이번에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높은 유가와 장기화한 이란 전쟁,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사익 추구 의혹 등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리거나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공화당의 ‘아성’이던 텍사스와 캔자스 등 지역들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텍사스는 1988년 이후로 민주당 상원의원이 배출된 적이 없다. 이곳에서 정치 신예인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상원에 입성하게 됐다. 상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후보였다. 텍사스에서는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다. 텍사스보다 더 보수 뿌리가 깊은 캔자스에선 1932년 이후 94년만에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애덤 해밀턴 후보가 당선됐다. 미 정치권에선 캔자스가 선거 막판 ‘경합지’로 분류된 것조차 이변으로 여겨졌다.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켄터키 제6선거구를 비롯해 텍사스, 미시시피, 앨라배마, 캔자스, 네브래스카, 미주리 등지에서 곳곳에 ‘파란색’을 칠하며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
이같은 ‘블루 쓰나미’는 갈수록 양극화하는 미 정치 지형에서 민주당이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이탈은 두드러졌다.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의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대선과 비교해 히스패닉과 가톨릭 신자, 30세 미만 유권자들 사이에서 민주당으로의 지지 이동이 두자릿수 포인트에 달했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2%포인트(p) 이상 차이로 지지했던 대졸 미만 유권자들도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를 49%, 공화당 후보를 47% 각각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55% 대 43%로 트럼프 대통령을 더 지지했던 남성 유권자 역시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에게 근소하게 더 많은 표를 줬다.
예상했던 것보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 공화당에선 ‘트럼프 시대의 종말’이라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의 이번 패배가 “현대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가장 단호한 심판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미국 정치사에서 대통령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지지를 상실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이란 전쟁과 교역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과 배치됐다는 지적이다.
WP도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고전하는 통상적 흐름을 넘어 이번 패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실패가 크게 작용했다고 짚었다. WP도 “일반적으로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통상 중간선거에서 타격을 입었던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관세 부과와 이란 전쟁 개시,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공개 반대 등 정책 결정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짚었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