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앙헬 로페스 보레고 티센크루프 CEO
e-SAF·메탄올, 바이오매스 가스화 등 개발
완성차 부품·청정연료 기술 韓기업 협력 모색
지정학적 변화가 방산 협력 새 기회 만들어내
미겔 앙헬 로페스 보레고 티센크루프 최고경영자(CEO)가 자동차 부품과 수소 등 탈탄소 기술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맞붙은 한국 방산업체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로페스 CEO는 서울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아·태평양 독일 비즈니스 콘퍼런스(APK 2026)’에 이어 헤럴드미디어그룹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산업 역량과 경쟁력을 고려하면 현재 저희 사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충분하지 않다”며 “그만큼 사업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티센크루프는 1811년 출발한 독일의 대표 철강·산업 그룹이다. 철강을 비롯해 해군 조선, 소재유통, 자동차 부품, 탈탄소 기술 등 5개 사업을 거느리고 있다. 로페스 CEO는 지멘스 등을 거쳐 2023년 6월 취임했다.
그가 꼽은 기회는 자동차와 탈탄소 기술이다. 티센크루프는 조향장치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 세계 자동차 4대 중 1대에 자사 조향 부품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로페스 CEO는 “한국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시장점유율이 매우 낮아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탈탄소 분야에서는 수전해 설비와 청정연료 기술을 내세웠다. 자회사 누세라는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만드는 전해조를 생산한다. 화학 플랜트 설계·건설 자회사 우데는 2007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코크스 공장 건설을 수주했고, 포스코의 코크스 공장 증설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그는 “전해조와 티센크루프 우데의 기술을 활용해 전기 기반 지속가능항공유(e-SAF), e-메탄올, 바이오매스 가스화 등 새로운 청정연료 분야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관련 기업들과 대화를 시작했고, 실제 협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방산 분야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티센크루프 자회사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는 지난 7월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오션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TKMS는 지난해 10월 분리 상장했으며 티센크루프가 지분 51%를 갖고 있다.
로페스 CEO는 “두 기업 사이에 큰 격차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매우 근접한 수준에서 경쟁한 상당히 좋은 경쟁이었다”고 평가했다.
제3국 방산 프로젝트 공동 추진이나 기술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변화가 유럽연합(EU)과 독일, 한국 사이에 새로운 협력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 독일·유럽 기업과 한국 기업 사이에 더 많은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공장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을 추진한다. 철강 생산과 화학 플랜트 등 위험한 작업장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로페스 CEO는 “새로운 기술을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직원들의 안전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고 싶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본 작업을 학습하고 나면 활용 범위가 상당히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티센크루프는 산업 복합기업에서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TKMS와 소재유통 사업에 이어 철강, 자동차, 탈탄소 기술 사업을 차례로 분리해 2030년까지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분리한 사업회사 지분은 티센크루프가 51%를 유지하고 나머지 49%를 기존 주주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철강 사업은 매각 대신 상장을 추진한다. 티센크루프는 독일 최대 철강사로, 지난해 조강 생산량 941만톤으로 세계 47위를 기록했다. 인도 진달스틸과 철강 부문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지난 5월 보류했고, 연 1150만톤 수준인 생산능력을 출하량 기준 870만~900만톤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티센크루프 철강 부문은 지난 9월 28일 자본시장 설명회에서 지난 회계연도 3억8400만유로였던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를 중기적으로 최소 12억유로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로페스 CEO는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다른 방식의 거래보다 자본시장 거래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스틸 전환도 추진한다. 티센크루프는 독일 뒤스부르크 제철소의 고로 1기를 연산 250만톤 규모의 직접환원철(DRI) 설비로 대체할 계획이다.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이 아직 부족해 초기에는 천연가스 80%, 그린수소 20%를 섞어 가동한다. 로페스 CEO는 “천연가스만 활용해도 기존 공정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50% 줄일 수 있다”며 “새 설비로 독일 전체 배출량의 약 0.5%를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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