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민주당 압승 중간선거

히스패닉 밀집 64곳 공화 득표율 평균 14%P↓

흑인·여성 원주민·무슬림 등 주지사 첫 당선

공화당 상·하원 경합지 승리 ‘0곳’…참패 상징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개표가 대부분 완료된 약 2200개 지역 중 99%에서 공화당 득표율이 2024년 대선 당시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전역의 민심 이반이 분명히 드러나는 결과다. 이 외에도 ‘0’, ‘94’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들이 있다.

먼저 민주당의 압승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숫자로 ‘99’를 들 수 있다. 로이터와 USA투데이가 공동 집계한 선거 결과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오전 기준 개표가 대부분 완료된 미국 내 약 2200개 카운티(행정구역)의 99%에서 공화당 득표율이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낮아졌다.

이 같은 표심 변화는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았다. 부유층과 저소득층 거주 지역은 물론 대도시와 교외 지역에서도 공화당 지지세가 일제히 수그러들었다. 집계 대상 지역에서 공화당 득표율은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평균 8%포인트 하락했다.

다음으로 공화당에 뼈아픈 숫자 ‘0’을 들 수 있다.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경합지 중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주요 경합지로 분류됐던 하원 선거구 20여 곳에서, 상원 7곳 중에는 6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상원 격전지 중 알래스카만 4일 동부시간 오후 8시(한국시간 5일 오전 10시) 기준 75%의 개표율을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이 0.3%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공화당의 참패를 여실히 보여주는 숫자가 ‘0’이다.

‘94’는 대표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인 캔자스주에서 94년 만에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한 것을 보여주는 숫자다. 로이터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까지 무너졌음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를 보여주는 숫자는 ‘64’다. 연방 상원의원 선거가 실시된 히스패닉계 다수 거주 카운티 64곳에서 공화당 득표율은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평균 14%포인트 낮았다.

‘11’은 공화당은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11%포인트 미만의 격차로 승리했던 선거구를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다는 의미에서 상징적인 숫자가 됐다. 연방 하원의원을 뽑은 해당 지역 중 단 한 곳에서도 이날 오전까지 공화당 승리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10’은 공화당이 탈환 대상으로 삼았던 민주당 현역 의석 15곳 가운데 민주당이 지킨 의석의 숫자다. 나머지 5곳은 아직 당선자가 가려지지 않았지만, 공화당으로 넘어간 의석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공화당은 연방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선거구 재획정(게리멘더링)까지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3’은 그나마 공화당이 거둔 승리도 매우 간발의 차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숫자다. 민주당 앤지 닉슨 후보는 플로리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애슐리 무디 후보에게 불과 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근거지로 삼고 있는 플로리다주조차도 민주당 지지세가 확대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에서 ‘3’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한국계 민주당 정치인 3명이 당선된 것이다. 매사추세츠주에서 댄 고 후보가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역대 7번째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이 됐다. 이어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4선 고지에 올라, 중견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이날 오후 8시께 데이브 민 연방 하원의원도 승리를 확정 지으며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급습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흔들려는 시도에 담대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미관계는 여전히 강력한 동맹이며 다음 임기에도 (이를 지키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란 포부를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쏟아진 다양한 ‘최초’ 기록들은 총 ‘6’가지다. 공화당 강세 지역인 조지아주에서 민주당 소속 키샤 랜스 보텀스 후보가 당선되며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주지사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위스콘신주에서도 민주당 데이비드 크롤리 후보가 주 역사상 첫 흑인 주지사가 됐다.

공화당에서도 최초의 흑인 남성 선출직 주지사가 배출됐다. 플로리다주의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최초의 원주민 여성 주지사도 나왔다. 민주당 소속 뎁 할랜드 후보는 뉴멕시코주에서 공화당 후보를 꺾고 승리를 쟁취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민주당 에이미 액턴 후보의 당선으로 주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이자 첫 유대계 주지사가 탄생했다. 상원 경합지 중 하나였던 미시간주에서는 이집트계 무슬림인 압둘 엘사예드 후보가 여유있게 승리하면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