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지분 61% 1.3조 인수
거래구조 단순화·차입 최소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가 롯데렌탈 인수 과정에서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일부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권 지분 인수부터 향후 잔여 지분 공개매수까지 이어지는 전체 거래에서 자기자본(에쿼티)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되 외부 차입을 병행하는 구조다.
TPG는 인수금융 의존도를 낮춰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한편 기업결합 심사와 거래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도 최소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앞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인수가 무산되며 장기간 표류했던 롯데렌탈 매각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약 3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TPG와 롯데그룹은 지난달 30일 롯데렌탈 인수대금 납입과 주식 이전을 완료했다. TPG는 특수목적법인(SPC) 렉시콘코리아홀드코를 통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61.17%를 약 1조3105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2024년 12월 어피니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이듬해 3월 SPA를 체결했다. 어피니티는 당시 롯데그룹 보유 지분 56.2%에 대해 주당 7만7115원, 총 1조5728억원을 제시했다. 당시 주가의 2.6배에 달하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인수전에서 승리했지만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다.
공정위는 약 10개월간의 심사 끝에 올해 1월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어피니티가 이미 국내 렌터카 시장 2위 업체인 SK렌터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시장 1위 롯데렌탈까지 확보할 경우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롯데그룹은 재매각 과정에서 거래 종결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TPG와 한국앤컴퍼니가 경합한 가운데 TPG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자금 집행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국내 렌터카 시장에 경쟁 사업자를 보유하지 않아 기업결합 심사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실제 TPG는 지난 8월 SPA를 체결한 뒤 약 3주 만에 공정위 승인을 받았다.
TPG와 어피니티는 거래구조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어피니티는 롯데그룹 보유 지분 56.2%를 약 1조5728억원에 인수하고 별도로 2119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약 63.5%까지 높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구주 인수가격은 주당 7만7115원인 반면 신주 발행가격은 2만9180원에 불과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7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도 커졌다. 행동주의펀드 VIP자산운용은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하는 등 공개적인 주주행동에 나섰다.
반면 TPG는 별도 유상증자 없이 롯데그룹 보유 구주 전량을 인수하는 단순 구조를 택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5만9000원으로 어피니티보다 낮았다. 롯데그룹은 매각 지분이 약 5%포인트 늘었음에도 매각대금은 약 2600억원 줄었지만, 잔여 지분 처리 부담을 해소하고 거래종결의 불확실성도 낮췄다.
자금조달에서도 TPG는 자기자본 중심의 구조를 택하면서 일부 인수금융을 병행했다.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마친 데 이어 일반주주 등이 보유한 잔여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KB증권 등을 인수금융 주선사로 선정하고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공개매수 가격과 규모, 일정 등이 확정되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 의존도를 낮추면서 대출 심사와 약정 체결 등 자금조달 절차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였다”며 “매도자인 롯데그룹도 거래종결 가능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조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