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한국 자동차의 수출경쟁력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전기차 수출 점유율은 2019년 8.9%에서 지난해 4.6%로 6년 만에 거의 반 토막 났다. 전기차 수출경쟁력을 보여주는 현시비교우위지수(RCA)는 2019년 3.02에서 지난해 1.48로 떨어졌다. 2023년 2.92와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2019년 0.19에서 지난해 1.49로 상승해 한국을 앞질렀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경고다.
한경협은 중국의 전기차 수출시장 점유율 상승세가 2030년까지 이어질 경우 한국 전기차 수출액 가운데 16억1400만달러, 약 2조2000억원이 경쟁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수출액의 14.7%에 해당하는 규모다. 추세 산정 기준에 따라 노출액은 14억~23억달러로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 전기차 수출 기반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지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6%에서 지난해 25%로 6년 만에 10배 가까이 확대됐다. 올해는 29%에 이를 전망이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 세계 신차 판매의 절반 안팎을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막대한 정부 지원과 압도적인 생산 규모, 배터리와 핵심 부품을 아우르는 공급망을 바탕으로,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의 60%가량을 차지했을 정도다.
자동차는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대표적인 수출 품목이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2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친환경차 수출도 258억달러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다만 친환경차 수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하이브리드차로, 전기차의 위상은 약하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시장에서도 국산 전기차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국산 순수전기차의 내수시장 비중은 2019년 73.7%에서 지난해 57.0%로 하락했다.
정부가 국내생산촉진세제 추진 과정에서 전기차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다시 포함한 것은 다행이지만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주요국은 이미 자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과 공급망을 지키기 위해 세제 지원과 보조금, 관세 등을 활용하고 있다. 세액공제 등 투자와 생산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단순 보조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국내 생산과 고용, 연구개발, 핵심 부품 공급망 확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국회도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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