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교섭 무응답에 3주간 400명 파업”…QC·물류 등 간접 부서 우회

법원 결정 제외된 ‘신규 해동 거부’ 거론…대체 투입에 영향은 제한적

커뮤니티서 집행부 성토 쇄도…노조원 3800명대 축소 속 내부 분열 가속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입구의 모습. 인천=임세준 기자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입구의 모습. 인천=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노사 간 재개 교섭 테이블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도 전에 ‘끝장교섭 후 파업’을 공언하며 한국노총 연대를 추진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 결국 2차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지난 5월 1차 파업 이후 6개월 만이다.

법원이 주요 생산공정의 정상 가동을 유지하도록 가처분 결정을 내리자, 노조는 간접 부서 인원을 중심으로 파업에 나서는 한편 법적 제한에서 제외된 ‘신규 세포주 해동 작업 거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1차 파업 이후 실익 없는 투쟁과 쟁의기금 징수에 반발해 조합원들의 탈퇴가 잇따르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행부 책임론이 분출하는 등 내부 결속마저 급격히 흔들리는 양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오는 6일 0시부터 27일까지 약 3주간 2차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는 “회사가 교섭에 대한 응답이 없음에 따라 파업에 돌입한다”며 “약 400명 내외 규모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여 대상은 품질관리(QC) 테스팅 부서, 품질보증(QA) 부서, 물류 부서 및 생산 부서 중 간접 지원 직무 조합원들이다.

노조는 “공정 파업도 가처분 결정을 지키며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쟁의 중에도 교섭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교섭 테이블 차리기도 전 ‘파업 예고’…무산된 대화

이번 2차 파업은 양측이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13차례에 걸친 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결렬을 겪은 뒤 어렵게 마련된 재개 교섭 국면에서 발생했다.

당초 노사는 지난달 28일 사전 조율을 통해 이달 초 교섭을 재개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노조가 협의 직후 대외적으로 ‘다음 주 끝장교섭 후 파업’을 선언했고, 사전 대화에서 ‘교섭은 한국노총에 위임하고 노조는 파업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이 나오며 노사 간 신뢰가 급격히 흔들렸다. 다만 상생노조는 현재 한국노총에 정식 가입된 상태는 아니다.

여기에 노조가 지난달 30일 사내 집회에서 사측 교섭위원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자, 사측은 신뢰 회복을 위해 교섭 일정을 2주간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가 이를 ‘사측의 무응답’으로 규정하고 파업 일정을 확정하면서 협상은 다시 파행을 맞았다.

사측은 “실질적인 타결 노력보다는 파업 명분 쌓기에 치중하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대화 자세를 촉구해왔다.

법원 결정 피해 ‘간접 부서’ 우회…‘신규 해동 거부’ 실효성은 미지수

노조가 이번 파업 규모를 ‘400명 내외’로 설정하고 대상 직무를 QC·QA·물류 등 간접 부서로 한정한 것은 사법부의 가처분 결정을 의식한 조치다.

지난 5월 1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1차 전면 파업 당시에는 전체 조합원 4000여명 중 2000~2500명이 연차를 내는 방식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번 파업 인원은 1차 대비 16~20%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셈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제1민사부는 지난달 16일 사측이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배양부터 원액 충전까지 9개 핵심 생산공정에 대해 평상시와 같은 인력과 가동시간으로 작업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위반 시 1회당 2000만원의 간접강제금 지급도 명했다.

세포주 해동 후 작업이 중단되면 세포가 사멸하거나 변질되고, 냉동 일시 정지 역시 곤란하다는 점 등을 들어 노조법 제38조 제2항에 따른 ‘보안작업(원료·제품의 변질·부패 방지 작업)’ 유지 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쟁의 기간에 새로 해동한 세포주에 대한 작업’은 제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를 근거로 노조에서는 기존 공정은 유지하되 향후 신규 세포주 해동 작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생산 라인 유입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해동된 세포주를 활용한 배치가 완료되기까지 수주 이상의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세포주 해동 작업은 소수 인력으로도 진행이 가능해 사측의 비조합원 및 기술 인력 대체 투입이 용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지난 4월 말 자재 소분 부서 소속 60여명이 벌인 부분 파업 당시 사측 추산 약 1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어, 간접 부서 파업 장기화가 생산 차질을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익 없이 월급만 깎여”…쟁의기금 반발 속 ‘탈퇴 러시’

문제는 노조 내부의 동력 이탈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집행부의 전략 부재와 무리한 파업 강행을 질타하는 임직원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직원은 “유리한 패를 들고도 결과가 이 정도면 뭘 잘못한 건지 돌아봐야 한다”며 “집행부 고생 대가를 조합원이 임금과 기회로 치르는 것은 안타깝다”고 적었다. 또 다른 직원은 “파업 며칠 했다고 무노동 무임금으로 월급 100만원 넘게 빠졌는데, 이긴 것도 없고 남은 건 깎인 월급과 바닥난 신뢰뿐”이라며 “책임질 거 아니면 깃발을 내려라”고 토로했다. “그냥 5월에 삼성전자보다 먼저 파업한 게 패착”, “2차 파업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이어졌다.

특히 쟁의기금 강제 징수를 둘러싼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노조는 지난달 21일 조합원 설명회 당시 조직국장이 기금 미납 시 “징계 또는 탈퇴 처리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22~25일 모바일 투표를 거쳐 쟁의기금(1인당 기본 20만원, 최대 30만원) 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한 반발과 이번 2차 파업 선언이 맞물리며 조합원들의 탈퇴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노조위원장은 최근 “쟁의기금에도 허들이 있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현재 쌓여있는 탈퇴 요청을 보니 참담함을 느낀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4000명을 넘겼던 조합원 수는 최근 잇단 이탈로 현재 3800명대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사측은 공정 및 품질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는 원만한 임단협 타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있으며 교섭을 통한 합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노조가 파업 확대 등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는 건설적인 대화와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가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환자와 고객사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 운영 및 품질 안정성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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