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 경쟁이 재점화된 가운데 주가 급등과 유통물량 부족이 추가 지분 확보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실제 장내에서 매집 가능한 물량은 전체 주식의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호반그룹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우호 지분까지 넘어서려면 대규모 주식 매입이 필요한 만큼 장내매집만으로는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진칼 지분은 지난 7월 기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20.57%), 호반그룹(20.15%), 델타항공(14.90%), 산업은행(10.58%), 국민연금(5.11%), LX판토스(3.83%), GS리테일(1.50%) 등 7곳이 76.64%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잔여 지분은 23.36%다. 여기에 기관투자자가 장기 보유 중인 물량까지 고려하면 실제 시장에서 매집할 수 있는 주식은 전체의 10%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부 기관투자자는 한진그룹과 사업적 관계를 맺고 있어 호반그룹이 이들 지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2022년 반도그룹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한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대신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의 사모펀드가 있다. 두 운용사가 보유한 지분은 합산 9.06%으로 추정된다. 해당 펀드에는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한진그룹과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펀드 만기가 도래했을 당시에도 투자자들은 환매 대신 만기 연장을 택했다.
이들 지분까지 제외하면 잔여 물량은 전체의 14.30%로 줄어든다. 다른 기관투자자의 보유 지분까지 제외하면 소액주주 물량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물량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전날) 한진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데는 경영권 분쟁 재점화에 따른 매수세 유입보다 유통물량 부족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 측(20.57%)과 우호 주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4.90%)의 합산 지분율은 35.47%이다. 호반 측이 이를 넘어서려면 약 15.32%포인트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실제 유통물량을 전체 상장주식의 10%로 가정하면 약 668만주에 불과해 이를 모두 사들여도 355만주가량 부족하다.
제한적인 유통물량에 주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장내매집만으로 경영권 경쟁의 판도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46% 넘게 급등했다. 시가총액(11조6967억원)도 한진칼의 핵심 자회사인 대한항공(10조7336억원)을 넘어섰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이틀간의 과도한 주가 상승은 조원태 회장 측과 호반그룹 두 주주 모두에게 추가 지분 확보의 비용 부담을 높인다”며 “장내 매수를 가정하면 1%포인트의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1170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 과반을 확보하려면 29.85%포인트를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매입 비용은 약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호반 측의 장내매집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KCGI는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약 9%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2019년 3월부터 12월까지 주식을 집중 매입했다. 2020년 3월 말에는 주가 급등에도 236억원을 투입해 36만5370주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율을 19.36%까지 높였다. 당시 2020년 4월 기준 한진칼의 유통주식 비율은 12.04% 수준으로 추정됐다.
장내매집에 한계가 있는 만큼 호반그룹이 당장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기보다 장기전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반그룹은 수조원대 현금을 보유한 법인인 반면 조 회장은 개인 자금과 지분 담보 대출로 맞서는 개인이기 때문이다.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상속세도 조 회장 측의 지분율 하락 요인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호반은 지금 지분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협상력을 상당히 키 울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가는 연말까지 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반그룹의 지분 변동 공시와 최대주주 변경 관련 재공시, 조원태 회장의 주식 매입 예정일 등을 앞두고 최대주주 지위를 둘러싼 지분 경쟁이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기주주총회 의결권 기준일인 12월 31일을 앞두고 양측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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