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업을 떼어내는 것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좋지 않다. 알짜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분할 신설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반복되면서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된다는 비판이 쌓인 결과다.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상장심사 강화 등 제도 보완도 이뤄졌다.
그러나 사업을 분리하는 것이 곧 분리 상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수단으로 사업부 분할 매각인 카브아웃(Carve-out)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업마다 성장성과 수익성, 투자 논리가 달라진 상황에서 모든 사업을 한 회사 안에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이지는 않다.
비핵심 사업은 적합한 새 주인을 찾아주고 핵심 사업에는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편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카브아웃 인수·합병(M&A)은 단순히 사업을 떼어내 매각하는 거래가 아니다. 기업의 미래 사업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대상 사업도 반드시 부진하거나 한계에 이른 곳일 필요는 없다. 그룹 안에 있을 때보다 독립하거나 새로운 주인을 만났을 때 더 큰 성장 가능성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 우량 사업도 얼마든지 카브아웃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좋은 사업을 떼어낸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적인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합한 매수인을 찾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격적인 분리에 앞서 M&A 자문사 등 시장 전문가와 함께 잠재적 투자 수요와 매각 가능성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분리 범위와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카브아웃 M&A는 일반적인 M&A보다 고려할 변수가 많다. 매수인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자산의 집합이 아니라, 인수 다음 날부터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사업체이기 때문이다.
출발점은 숫자다. 사업부 손익에는 본사의 인사·재무·정보기술(IT) 비용과 연구개발비 등이 복잡하게 섞여 있어 기존 손익만으로는 독립 이후의 수익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 같은 주요 수익성 지표도 독립 이후에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분리 과정에서 어떤 비용이 사라지고, 독립 운영을 위해 어떤 비용이 새롭게 발생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독립 운영 기준(stand-alone)의 재무정보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운영 측면에서는 더욱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떤 인력이 새 회사로 이동할지, 공용 설비와 지식재산권은 어떻게 나눌지, 고객·공급 계약과 인허가를 이전할 수 있는지 등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생산 공장이 있다면 생산 라인은 물론, 필요에 따라 토지까지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인사·재무·구매·IT 등 공유 기능 가운데 무엇을 자체 구축하고, 무엇을 일정 기간 서비스 계약으로 제공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결국 카브아웃의 가치는 사업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독립적인 사업체로 얼마나 원활하게 분리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충분히 준비된 카브아웃은 매수인에게 매력적인 M&A 기회가 된다. 최근 해외 전략적 투자자들도 한국 기업의 사업부 인수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체제에서 축적된 품질관리 역량, 고객 기반, 운영 경험을 확보한 뒤 이를 자국 시장이나 기존 사업과 결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성장성과 사업성이 다소 낮아졌다고 평가받는 사업도 산업 발전 단계가 다른 해외 시장에서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사모펀드 역시 독립 후 운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추가 인수를 통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키울 수 있는 카브아웃 자산을 유망한 투자 기회로 본다.
결국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사업이 누구의 소유 아래 있을 때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가깝다. 모든 사업을 계속 보유하는 것도, 비주력 사업을 무조건 매각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각 사업에 더 적합한 주인을 찾고, 그 과정에서 기업의 자본과 역량을 핵심 사업에 효과적으로 재배분하는 일이다.
다만 거래가격의 공정성과 주주 보호라는 원칙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충족된다면 카브아웃은 기업의 포트폴리오와 미래 사업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중요한 M&A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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