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국가재난선포와 제2녹화운동으로 지켜내자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지난 40여 년간 산림 공직자로, 또 산림청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산림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역사의 현장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돌이켜보면 지난 50년은 그야말로 기적의 시간이었다. 헐벗고 황폐했던 우리의 산야는 온 국민의 헌신적인 참여와 범정부적인 끈질긴 노력 덕분에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푸르고 울창하며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났다. 이는 단순한 자연의 회복을 넘어, 우리 국민이 하나 되어 이룩한 위대한 국가적 성취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피땀 흘려 가꾼 이 소중한 숲이 중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른바 ‘소나무 에이즈’이자 숲을 잿더미로 만드는 ‘소리 없는 산불’이라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 때문이다. 한 번 감염되면 치료 약이 없어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이 무서운 급성 전염병은 최근 ‘기후재난’과 맞물려 그 확산세가 더욱 맹렬해지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제 이 전염병이 일반 산림을 넘어 백두대간의 핵심 생태 축인 국립공원, 소중한 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문화유산 보호구역, 그리고 우리 국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생활권 주변의 숲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고들며 국가적 확산 위기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소나무재선충병을 단순한 산림 병해충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을 때와 같은 최고 수준의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산불이나 산사태처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자연재난이자 사회재난으로 공식 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 재난관리 체계의 핵심인 ‘예방-대비-대응-복구’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매뉴얼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때다.

현재의 치명적인 확산세는 산림청이나 지자체 산림부서만의 고군분투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국가 위기경보 체계인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 중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를 즉각 선포하여 비상하게 대처해야 한다. 가축 전염병에 온 국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총력 대응하듯, 중앙정부와 유관기관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예산과 인력을 총동원하는 완벽한 ‘범정부적 대처’가 시급하다.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선제적 대응을 해야만 확산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정부의 총력 대응과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다. 과거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었던 그 절박하고 뜨거웠던 마음으로, 이제는 이 치명적인 재난으로부터 우리의 숲과 소나무를 지켜내는 ‘제2 녹화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늘날의 숲은 단순한 공유지를 넘어 우리의 삶터이자, 일터이며 쉼터다. 숲이 곧 ‘나의 귀중한 재산’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만 기후재난과 재선충병 방제 활동에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주말에 산에 가거나 생활권 주변을 산책할 때 소나무의 잎이 붉게 변색되거나 죽어가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야 한다. 관할 시·군·구의 산림부서나 산림청 방제 전담 콜센터(1588-3249)로 전화 한 통만 걸면 된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는 ‘재선충병 신고 포상금 제도’를 대폭 활성화하여 일상 속 자발적인 예방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앞선 세대의 땀과 눈물이 빚어낸 결실인 숲, 이제는 우리가 범정부적 대처와 제2 녹화운동이라는 깃발 아래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


kwonh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