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관악·동작구, 체납관리단 운영…징수 넘어 복지 사각지대 발굴

전화·현장 방문으로 체납 원인 파악…분할납부 안내하고 복지서비스 연계

체납액 징수와 미환급금 반환, 일자리 지원까지…‘휴머니즘 세정’ 확산

강남구 세정동행단 활동 (사진제공=강남구청)
강남구 세정동행단 활동 (사진제공=강남구청)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세금은 소득이 많든 적든 누구에게나 부담이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생활비조차 빠듯한 서민들에게 세금 납부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서울 자치구의 세무행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납자의 생활 형편까지 살펴 복지서비스와 일자리를 연계하는 이른바 ‘휴머니즘 세정’이 확산하고 있다.

강남구와 관악구, 동작구가 대표적이다. 이들 자치구는 전화 상담과 현장 방문을 통해 체납 원인을 파악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주민에게는 복지 지원과 일자리를 연결하고 있다. 반면 납부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는 체납자에게는 재산조사와 압류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강남구(구청장 김현기)는 지난 8월 출범한 ‘세정동행단TF’를 통해 두 달여 만에 체납액 5억7000만원을 징수했다.

기간제근로자 31명과 전담 공무원이 전화 상담과 현장 실태조사를 벌여 체납액 징수는 물론 복지 사각지대 발굴, 소액 미환급금 반환, 일자리 연계, 공공일자리 창출 등 이른바 ‘1석 5조’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체납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납부가 어려운 사정을 파악하고 분할납부 등 현실적인 납부 방법을 안내하는 현장 중심 행정이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체납 법인의 대표자 이름과 연락처가 같다는 사실을 발견해 관련 자료를 재검토하고, 지속적인 상담 끝에 체납액 납부를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돌려줘야 할 세금도 찾아냈다. 구는 소액 미환급금 약 3200건, 5억3000만원을 대상으로 환급 안내를 진행해 약 1200건, 3억원을 실제 반환했다.

복지 연계 성과도 거뒀다. 상담 과정에서 생계곤란 등 도움이 필요한 주민 20명을 찾아 관할 동주민센터에 연계했다. 30년간 가구 수리업에 종사한 주민에게는 기존 기술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도 연결했다.

관악구(구청장 박준희)도 체납자의 납부 능력과 생활 여건을 살펴 징수와 복지서비스 연계를 병행하는 맞춤형 체납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구는 올해 8월부터 기간제근로자 7명과 전담 공무원 등 총 8명으로 체납관리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3개월간 체납액 2억1000만원을 징수하고,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 복지서비스 24건을 연계했다.

체납관리단은 전화와 방문 상담을 통해 체납자의 경제 상황과 납부 능력, 생활 여건을 세심하게 확인한다.

조사 결과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고의로 납부를 회피하는 고질·상습 체납자에게는 재산조사와 압류 등 관계 법령에 따른 체납처분을 실시한다. 반면 경제적 어려움으로 납부가 곤란한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분할납부를 안내하고, 복지·일자리 지원이 필요한 경우 담당 부서의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한다.

지난 8월에는 지방세 체납자와 전화 상담을 하던 중 일정한 소득이 없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주민을 확인했다. 해당 주민은 “직접 찾아와 사정을 들어주고 도움받을 수 있는 길까지 연결해 줘 감사하다”며 “생활이 안정되면 체납액도 형편에 맞게 조금씩 나누어 납부하겠다”고 말했다.

동작구(구청장 류삼영) 역시 지난 8월 출범한 지방세입 체납관리단을 통해 체납액 징수와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병행하고 있다.

구는 지난 7월 체납관리단 10명을 채용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직무교육 등을 거쳐 전화 상담과 현장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10월 15일 기준 체납자 711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총 2580건, 1억4500만원의 체납액을 징수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확인된 주민 5명에게 복지상담을 지원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했다.

거동이 불편하고 기초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80대 어르신의 가정을 방문해 복지상담 신청서 작성을 돕고, 동주민센터에 기초생활보장급여 상담을 의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작구는 체납자의 경제적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체납액 징수와 복지 위기가구 발굴을 이어가고, 내년에도 체납관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세 자치구의 사례는 지방세무 행정의 역할이 단순한 세금 징수에서 주민의 생활실태까지 살피는 적극적인 행정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무행정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징수도, 무조건적인 배려도 아니다. 납부 능력이 없는 주민에게는 복지와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납부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세금을 회피하는 체납자에게는 엄정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세금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재원이지만, 세금을 걷는 과정 역시 주민의 삶을 살펴야 하는 행정이다. 체납자의 사정을 먼저 듣고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는 세정이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행정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eouldream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