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실업률 등 5개 지표 중 3개 이상 두 달 연속 기준 초과 시 위기 판단
금융위기·코로나19·카드대란 적용해 검증…고용유지지원금 확대 근거 마련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앞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전국적인 고용 충격이 발생하면 정부가 고용률과 실업률 등 5개 핵심 지표를 활용해 위기 상황을 감지하고 고용유지지원금 확대에 나선다. 고용지표가 일정 기준 이상 악화하는 상황을 조기에 포착해 기업의 대규모 해고를 막고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5개 지표 가운데 3개 이상이 두 달 연속 위험 기준을 초과하면 전국적 고용위기 판단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당시의 고용 충격도 포착할 수 있는 기준으로, 그동안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의존했던 전국 단위 고용위기 대응을 객관적인 통계에 기반한 체계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일 한국노동경제학회가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수행한 '전국적 고용상황 악화 판단 기준 마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 고용위기를 판단하기 위한 5개 핵심 지표와 위기 발동 기준이 도출됐다.
고용률·실업률 등 5개 지표 활용…3개 이상 두 달 연속 기준 넘으면 위기
전국적 고용위기 판단에 활용되는 핵심 지표는 고용률, 고용률 3개월 이동평균, 구직급여 지급자 수(일용직 포함), 경영상 이유에 따른 피보험자 상실자 수, 실업률 등 5개다.
이들 지표는 고용시장 전반의 악화 정도뿐 아니라 실직 증가와 기업의 고용조정 움직임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단순히 실업률이 상승하거나 취업자가 감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위기를 판단하지 않고 여러 고용지표의 움직임을 함께 살피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5개 지표 중 3개 이상이 사전에 설정된 위험 임계치를 2개월 연속 초과하면 전국적 고용위기 판단 기준을 충족한다. 명절 효과나 기저효과 등으로 나타나는 일시적인 통계 변동을 걸러내고 고용시장 악화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연구진이 이 기준을 과거 대형 고용위기 시기에 적용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9월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6월~2021년 2월의 핵심 위기 구간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험 통계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던 2003년 카드대란 당시에도 고용률과 실업률 변동만으로 위기 감지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2000년대 이후 발생한 세 차례의 주요 국가적 고용위기를 모두 식별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국적 위기 감지하면 심의 거쳐 지원 확대…지역·업종별 대응과 구분
전국적 고용위기 판단 기준이 마련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한 정부의 대응도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고용위기가 발생하면 고용위기선제대응지역이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을 통해 특정 지역과 업종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전국적인 고용 충격에 대해서는 별도의 명시적인 발동 요건이 없어 임시 특례를 마련하거나 고용노동부 장관의 재량적 판단과 고용정책심의회 심의 등을 거쳐 대응해야 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전국 단위 고용위기에 대응할 특별지원 요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상황에 따라 임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이에 노동부는 고용상황이 전국적으로 현저히 악화한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 고용보험법은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을 겪는 사업주가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휴업이나 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 수당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직전 6개월 평균과 비교해 매출액이 15% 넘게 감소하는 등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지원 대상이다. 현행 일반적인 지원 한도는 피보험자 1인당 하루 6만8100원으로, 연간 최대 180일까지 지원된다. 전국적 고용위기 발생 시에는 관련 법령과 심의 절차에 따라 지원 확대 여부가 결정된다.
전국적 고용위기 감지 체계는 개정법 시행과 함께 이미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핵심 고용지표가 정해진 요건을 충족하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관련 심의를 거쳐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조치가 발동되는 구조다.
노동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전국 단위 고용위기에 대응할 특별지원 요건이 없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특정 업종이나 지역에 국한된 개별 위기는 기존의 지역·업종 지정 등으로 해결하고, 국가적 위기는 이번 새 기준을 적용하는 식으로 대응을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fact0514@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