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50)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깨어난 이후 단 한 순간도 고통이 없었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
미국 테네시주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50)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깨어난 이후 단 한 순간도 고통이 없었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

미국에서 사형 집행용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살아남은 여성 사형수가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사형수의 변호인단이 재집행에 반대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전기의자와 총살형, 질소가스를 이용한 사형 등 대체 집행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31일 워싱턴포스트(WP)와 CBS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50)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깨어난 이후 단 한 순간도 고통이 없었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내슈빌의 한 교도소에서 약물주사형 집행을 받았다. 당시 그는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지만 며칠 후 병원에서 혼자 의식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몸과 팔, 손, 목구멍에 통증이 이어지고 있으며 여전히 말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크는 1995년 당시 18세의 나이로 남자친구 등과 함께 19세 여성 콜린 슬레머를 살해한 혐의로 1996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성명에서 피해자 가족이 겪은 고통과 상실도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0년간 복역한 파이크는 지난 9월 30일 사형 집행용 약물인 펜토바르비탈을 두 차례 투여받았으나 숨지지 않았다. 결국 집행 절차가 중단됐고 응급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형 집행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형 집행팀은 파이크의 정맥을 확보하기 위해 약 한 시간 동안 주삿바늘을 10차례가량 삽입했다. 파이크는 약물 투여 과정에서 팔이 터질 것 같은 통증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6일 의식을 되찾았고 10일 퇴원해 교도소로 돌아갔다. 변호인단은 팔에 부종과 물집 등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파이크에 대한 사형 집행 실패 이후 올해 남은 사형 집행을 보류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리 주지사는 지난 28일 법원이 달리 판단하지 않는 한 파이크의 사형선고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파이크의 변호인단은 이미 겪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고려해 사형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 정부가 재집행을 추진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사형제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파이크는 사형 집행용 약물을 실제로 투여받은 뒤에도 살아남은 첫 사례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약물주사형을 대신할 사형 방식에 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테네시주 법률에 따르면 사형 집행의 기본 방식은 약물주사형이지만, 1999년 1월 1일 이전에 범죄를 저지른 사형수는 전기의자형을 선택할 수 있다. 교정당국이 합리적인 노력에도 약물주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고 공식 확인하면 전기의자를 대체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1995년 범행을 저지른 파이크는 법률상 전기의자를 선택할 수 있는 대상에 해당한다. 다만 파이크가 해당 방식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테네시주 정치권에서는 선택 가능한 사형 방식을 확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은 약물주사와 전기의자 등 사형 집행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캐머런 섹스턴 테네시주 하원의장도 총살형과 가스형 등 다른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총살형이나 질소가스를 이용한 사형은 현재 테네시주의 일반적인 법정 집행 방식이 아니다. 도입하려면 관련 입법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형 방식의 다양화가 잔혹한 형벌을 둘러싼 논쟁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수정헌법 8조는 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을 금지하고 있다. 약물주사뿐 아니라 전기의자와 총살, 질소가스를 이용한 사형에 대해서도 고통의 정도와 헌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