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겪는 체납자에 복지·일자리 연계…세금 징수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병행

강남구 5억7000만원, 성북구 2억900만원, 동작구 1억4500만원 징수…AI 활용한 고의·상습 체납자 추적도 과제

강남구 세정동행단 현지 조사
강남구 세정동행단 현지 조사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세금은 누구에게나 부담이다. 소득이 많든 적든 납세 의무는 피할 수 없지만,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생활비조차 빠듯한 서민들에게 세금 납부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런 가운데 서울 자치구의 세무행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납자의 생활 형편까지 살펴 복지서비스와 일자리를 연계하는 이른바 ‘휴머니즘 세정’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와 성북구, 동작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자치구는 전화 상담과 현장 방문을 통해 체납 원인을 파악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주민에게는 복지 지원을 연결하고 있다.

반면 납부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는 체납자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재산 추적과 세원 발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세무행정의 역할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강남구, 세정동행단TF 두 달여 만에 5억7000만원 징수

강남구(구청장 김현기)는 지난 8월 출범한 ‘세정동행단TF’를 통해 두 달여 만에 체납액 5억7000만원을 징수했다.

기간제근로자 31명과 전담 공무원이 함께 전화 상담과 현장 실태조사를 벌여 체납액 징수뿐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 발굴, 소액 미환급금 반환, 일자리 연계, 공공일자리 창출 등 ‘1석 5조’ 성과를 거뒀다.

특히 체납자와 꾸준히 연락하며 납부가 어려운 사정을 파악하고 분할납부 등 가능한 방법을 안내하는 현장 중심의 접근이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체납 법인의 대표자 이름과 연락처가 같다는 점을 발견해 관련 자료를 재검토하고, 지속적인 상담 끝에 체납액 납부를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돌려줘야 할 세금도 찾아냈다. 구는 소액 미환급금 약 3200건, 5억3000만원을 대상으로 환급 안내를 진행해 약 1200건, 3억원을 실제 반환했다.

복지 연계 성과도 나왔다. 상담 과정에서 생계곤란 등 도움이 필요한 주민 20명을 찾아 관할 동주민센터에 연계했다. 30년간 가구 수리업에 종사한 주민에게는 기존 기술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연결하기도 했다.

강남구는 오는 11월 말까지 TF를 운영하며 체납 징수와 미환급금 반환, 복지·일자리 연계를 이어갈 계획이다.

성북구, 체납자 5573명 조사…1017명에게 2억900만원 징수

성북구(구청장 이승로)도 올해 8월부터 지방세입 체납관리단을 운영하며 소액 체납자에 대한 현장 중심 관리에 나섰다.

체납관리단은 10월까지 석 달 동안 체납자 5573명의 실태를 조사해 1017명으로부터 총 2억900만원을 징수했다. 납부가 이뤄진 체납 건수는 2318건이다.

조사 대상은 지방세 체납액 100만원 이하인 소액 체납자와 세외수입 체납자다. 팀장 1명과 지방세·세외수입 담당 공무원 2명, 기간제근로자 10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관리단은 전화로 체납 사실과 납부 방법을 안내하고, 납부 의사가 있는 주민에게는 가상계좌를 문자로 보내 즉시 납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직접 거주지를 방문해 체납 사실을 알리고 후속 상담을 이어간다.

주목할 점은 체납자의 납부 능력과 생활 여건을 함께 살핀다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생계형 체납자는 복지서비스와 연결해 단순한 세금 징수를 넘어 생활 안정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동작구, 체납 2580건 징수…복지 위기가구 발굴도

동작구(구청장 류삼영) 역시 지난 8월 출범한 지방세입 체납관리단을 통해 체납액 징수와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병행하고 있다.

구는 지난 7월 체납관리단 10명을 채용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직무교육 등을 거쳐 전화 상담과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월 15일 기준 체납자 711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총 2580건, 1억4500만원의 체납액을 징수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확인된 주민 5명에게 복지상담을 지원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했다.

거동이 불편하고 기초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80대 어르신의 가정을 방문해 복지상담 신청서 작성을 돕고 동주민센터에 기초생활보장급여 상담을 의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퇴직 후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에는 체납액 납부 방법과 자활사업을 안내하고 맞춤형 복지급여 신청을 도왔다. 배우자의 치료비 부담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주민과 정기적인 통원치료로 재취업에 제약을 받는 주민에게도 복지상담을 연계했다.

동작구는 체납자의 경제적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체납액 징수와 복지 위기가구 발굴을 이어가고, 내년에도 체납관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공정한 징수와 따뜻한 행정,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세 자치구의 사례는 지방세무 행정의 역할이 단순한 세금 징수에서 주민 생활실태를 살피는 적극적인 행정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체납액이 소액인 주민 가운데는 일시적인 실직이나 폐업, 질병, 고령 등으로 납부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납부를 독촉하기보다 체납 원인을 파악하고 현실적인 납부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반면 납부 능력이 충분한데도 재산을 숨기거나 고의로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체납자에게는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재산·소득 정보 분석과 체납 추적을 강화해 성실 납세자와의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세무행정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징수도, 무조건적인 배려도 아니다. 납부 능력이 없는 주민에게는 복지와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의적인 체납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세금은 공정하게 걷되, 사람의 사정은 따뜻하게 살피는 행정. 서울 자치구 세무행정에 부는 휴머니즘 바람이 주목받는 이유다.


seouldream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