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국제경제포럼서 ESG 특별기조연설
제품 판매 대신 사용료 받는 ‘PaaS’ 강조
“기업 경쟁력·공급망 안정성 높일 수 있어”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유권을 유지한 채 사용료를 받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의 성장 전략으로 제시됐다. 제품의 생산부터 소비, 회수와 재활용까지 고려하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기업의 수익 창출과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재홍 한국ESG학회 상임고문 겸 ESG실천국민연대 상임의장(제니스그룹 이사회 의장-ESG위원장)은 지난 27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2026 가을경제포럼’의 ‘ESG와 순환경제’ 세션에서 특별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상임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인류의 경제·산업 구조가 자원을 채취하고 소비한 뒤 폐기하는 ‘선형경제(Linear Economy)’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자원재생경제(Recycling Economy)’를 거쳐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원을 채취해 생산·소비하고 폐기하는 선형경제가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산업구조였다”면서 “환경보호 운동의 성과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자원재생 경제가 등장했으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미래를 보장하기엔 한계가 있는 과도기적 노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단순한 자원재생 재활용이라는 사후 처리를 넘어 자원의 기획, 제품의 설계, 생산 공정, 유통 과정, 그리고 소비를 거쳐 생산 공정에 재투입하는 순환경제가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상임의장은 순환경제를 실현할 새로운 사업모델로 ‘서비스로서의 제품(Product-as-a-Service·PaaS)’을 제시했다.
PaaS는 기업이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해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제품을 직접 보유하면서 이용자에게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다. 기업이 제품의 유지·보수와 회수까지 책임지는 구조인 만큼 내구성을 높이고 수리와 재제조가 쉽도록 설계할 유인이 커진다.
김 상임의장은 “순환경제 생산양식에서는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소비자에게 사용료를 받는 새로운 유통 형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순환경제 패러다임에서는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기업의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과 공급망 리스크의 최소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순환경제 정착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도 주문했다. 정부가 재생자원과 친환경 소재의 표준화 체계를 마련하고, 공공조달 과정에서도 순환경제 인증 제품의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는 제품을 기획하는 초기 단계부터 자원 순환성을 경영전략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연설은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베트남 국영방송 VTV의 해외채널인 VTV4는 김 상임의장이 강조한 PaaS 모델을 소개하며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고 수리와 재제조가 용이한 설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국ESG학회는 전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인 뚜오이쩨(Tuoi Tre)는 김 상임의장이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언급하며 기업들이 ESG 기준을 단순한 규제 부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 역량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 논의는 베트남 기업들의 ESG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현지에서는 중소기업들이 ESG 관련 데이터와 평가·인증 역량 부족으로 녹색금융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호찌민시에서는 중소기업의 ESG 전환과 녹색금융 준비를 지원하기 위한 협력 프로그램도 발표됐다.
김 상임의장은 과거에도 ESG를 단순한 기업의 환경보호 활동을 넘어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실천 과제로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2024년 9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ESG의 기본 개념은 지속 가능성”이라며 “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인권·노동·공정거래·환경보호 등을 제대로 실천하면 사회 개혁이고, 이를 교육에 도입하는 것이 혁신 교육”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3월 제주에서 열린 제5회 세계ESG포럼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재난 대응을 ESG 차원의 국제협력 과제로 제시하며 ‘아시아재난안전협력회의’ 창설을 제안했다.
이번 베트남 연설에서는 ESG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기존 메시지를 기업의 생산·유통 구조와 수익모델 혁신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김 상임의장은 제17대 국회의원과 서울디지털대학교 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ESG학회 상임고문과 ESG실천국민연대 상임의장, 제니스그룹 이사회 의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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