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보관·결제업무 원활한 협의 기반 마련

美 의결권 서비스 기업 브로드리지와 협력

국내외 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개선 밑그림

외국계 금융사 결제 담보부담 개선도 추진

‘T+1’ 결제주기 단축 일정 변수에도 대비중

이윤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예탁원 서울사옥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뉴욕사무소 설립을 추진해 현지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이윤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예탁원 서울사옥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뉴욕사무소 설립을 추진해 현지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한국예탁결제원(KSD)이 1974년 설립 이후 반세기 만에 미국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에 사무소 설립을 추진한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로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예탁원이 한국 자본시장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특히, 예탁원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과 국경을 넘는 주주권 행사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뉴욕 사무소 설립 외에도 미국의 글로벌 의결권 서비스 기업 브로드리지와의 협력, 전자주주총회 플랫폼 이봅(eVOP) 정착 및 서비스 확대, 주식 결제주기 단축(T+2→T+1) 준비 등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이유다.

뉴욕 사무소 설립 추진…美 자본시장 네트워크 확대 시동

이윤수 예탁원 사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KSD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가 확대되면서 해외 기관과 조율할 업무가 늘고 있다”며 “뉴욕 사무소는 현지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기관과의 업무 조율을 원활하게 하는 거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욕 사무소 설립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기관과 협력할 필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예탁결제기관인 DTC(Depository Trust Company) 등 현지 인프라 기관과 소통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해외 보관·결제 업무와 관련한 협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한국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기관이 해외 결제 인프라를 이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한국 투자자와 연결되는 사업 기회를 확보하려는 해외 기관의 협력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탁원은 지난주 뉴욕 사무소 설립을 위한 이사회 보고를 마쳤고, 향후 후속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외국인 주주 접근성 높이는 ‘전자 주총’…서학개미 해외주총 참여 플랫폼 기대도

예탁원은 앞서 글로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지난달 29일 미국의 글로벌 의결권 서비스 기업 브로드리지와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브로드리지는 전 세계 1100곳 이상의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및 상장사에 주주 의결권 행사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금융기술 기업이다.

이 사장은 “브로드리지와의 MOU는 외화증권 관련 업무에서 국내 투자자와 해외 보관·결제기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예탁원을 바라보는 글로벌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 계기”라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쳤지만 글로벌 자본시장 속에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은 적극적인 자세로 MOU에 나서는 글로벌 기관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체감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브로드리지와의 업무협약으로 국내외 투자자의 주주총회 참여와 의결권 행사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9일 개통한 전자주주총회 플랫폼 ‘이봅(eVOP)’을 통해서다.

현재 이봅은 국내외 투자자가 국내 기업 주주총회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밖에서 안을 향한’ 서비스가 중심축이다. 이를 더 확장해 향후 국내 투자자가 미국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안에서 밖으로의’ 서비스로 확장하는 방안까지 모색한다는 게 이 사장의 구상이다.

이 사장은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 상장사 주주총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려는 수요도 생기고 있다”며 “브로드리지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투자자와 해외 기업, 해외 투자자와 국내 기업을 연결하는 의결권 행사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본 결제담보 부담 낮추고 계좌 개설 절차 간소화

예탁원은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주식 결제에 필요한 담보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29일부터 결제촉진대금을 현금뿐 아니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주식·채권으로도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장내 결제를 통해 받을 예정인 주식까지 담보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으로, 이 사장은 관련 조치를 다음달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담보 제도 개선은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시장에서 거래하기 위해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 현금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매를 직접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지만, 결제에 필요한 담보 부담이 클수록 자금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국내 시장 거래 비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외국계 금융사가 국내 시장에서 거래할 때 결제에 필요한 현금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증권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결제 불이행에 대비해 한국증권금융과 최대 1조원 규모의 증권담보대출 약정을 맺는 등 결제 안정성을 뒷받침할 재원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법인의 국내 계좌 개설 절차를 간소화한 곳도 예탁원이다. 예탁원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법인식별기호인 LEI(Legal Entity Identifier)를 활용해 외국 법인의 신원 확인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장은 “LEI를 보유한 외국 법인이 확인서를 받기 위해 해외 기관을 따로 찾아가는 대신, 예탁원이 국제기구와 협의해 확인서를 발급하고 국내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예전에는 외국인 투자 등록증을 발급받은 뒤 관련 기관이나 대리인을 거쳐 서류를 전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예탁원이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고 LEI 발급 건수도 누적 수천 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T+1 전환 일정 변수…해외 시장과 보조 맞추기 과제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 온 역점 사업 중 하나는 국내 주식 결제주기 단축(T+2→T+1)이다. 예탁원은 이와 관련, 최근 연기된 도입 시점 결정과 별개로 기존 사업을 추진하며 준비해간다는 입장이다.

결제주기 단축은 국제 결제 관행에 맞춰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과제다. 당초 홍콩거래소(HKEX)의 단축 일정에 맞춰 국내 도입 시점을 내년으로 계획했지만, 홍콩의 시행 시점이 2028년으로 연기되면서 국내 일정에도 변수가 생겼다. 외국계 기관들도 환전과 시차, 규제 등의 문제로 충분한 준비 기간을 요구해 국내 도입 시점 연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원장은 “한국은 결제주기 단축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예탁원도 해당 일정에 맞춰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홍콩이 결제주기 단축 시점을 2028년 9월로 연기하며 변수가 생겼다”며 “한국과 홍콩의 시행 시점이 달라지면 외국계 금융기관 입장에선 시스템을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고 얘기하는 만큼 아시아 시장이 비슷한 시기에 전환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

정책과 시장 잇는 조정자…“변화 안착시키는 게 예탁원 역할”

최근 취임 6개월을 넘긴 이 사장은 예탁원의 핵심 역할로 정책당국과 시장 참여자를 잇는 조정 기능을 꼽았다. 금융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것 못지않게 이를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과 업무 절차로 구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장은 “자본시장국장과 증권선물위원으로 일할 때는 주로 금융정책 도입과 제도 개선이라는 큰 그림을 다뤘지만 정책이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과 노력까지는 미처 다 알지 못했다”며 “예탁원 사장으로 부임해 지난 반년간 그 디테일을 채우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예탁원이 정책당국과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중요한 조정자이자 구현자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한국이 가진 정확한 결제 시스템에 대해서는 자부심도 엿보였다. 이 사장은 “한국과 대만은 연간 증권 결제 불이행률이 대부분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정받는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3~5% 수준의 결제 지연이 발생한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온다”며 “수백개 금융기관과 수천개 상장사가 이용하는 필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국내 시스템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탁원은 국내외 투자 확대와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주식 결제주기 단축, 토큰증권 시장 개설, 증시 거래시간 연장 등 자본시장의 굵직한 변화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 사장은 “정책 도입 과정에서는 시장 참여자를 비롯한 현장의 목소리를 당국에 충실히 전달하고, 제도 실행 단계에서는 변화가 실제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하고 안착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신뢰받는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진·문이림 기자

이윤수 사장이 걸어온 길

▷1969년 인천 출생

▷1994년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사

▷2004년 미국 플로리다대 경영학 석사(MBA)

▷1995년 제39회 행정고시 합격

▷2016~2017년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

▷2011-2019년 금융위원회 금융시장분석과장, 중소금융과장, 보험과장, 은행과장, 자본시장조사단장

▷2021-2023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2023-2024년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2024-2025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2026년 4월-현재 제24대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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