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동맹 관련 보도를 보면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미국의 정보공유 범위 축소 논란이나 방향을 돌린 한반도 지도를 제시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연설에 대한 국내 반응이 동맹의 결속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는 듯하다. 그러나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이, 오래된 동맹은 친숙함만큼 조정해야 할 이해관계도 많기 마련이다. 불협화음만으로 동맹의 위기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제정치학자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의 연구도 참고할 만하다. 그는 동맹국 사이에서 적대국 사이보다 분쟁 가능성이 높다는 역설적인 결과를 통계적 분석으로 제시했다. 이는 동맹이라는 관계 자체가 협력뿐 아니라 갈등의 접점도 만든다는 점을 시사한다. 동맹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기대와 의무, 개입과 간섭이 마찰을 낳고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면성은 동맹의 역사에서도 드러난다. 동맹은 자국의 힘을 확장하고 친구를 만드는 수단이다. 동시에 적이 될 수 있는 나라를 자기편에 묶어두고 상대의 독자 행동을 제약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강대국들은 동맹국을 보호하면서도 독자적 군사행동을 통제해 왔다. 핵시대 미국도 확장억제로 동맹국을 보호하는 동시에 핵비확산 의무의 준수를 관철시켜왔다. 안보를 제공하면서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동맹 현대화를 맞은 한미관계에서도 이런 양면성이 나타난다. 한국은 한반도 방위에서 더 큰 책임을 맡고, 미국은 여러 지역의 위협에 대응하도록 전력을 유연하게 운용하려 한다. 한국에서는 주한미군의 시선이 한반도 밖으로 향하는 듯 보일 수 있다. 북한에 집중하는 한국과 지역 안보까지 고려하는 미국의 우선순위 차이가 동맹의 도전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는 상호의존을 통한 협력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미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에 담긴 방산과 조선 협력이 그 기반이 될 수 있다. 한국의 함정 건조와 정비, 방산 능력이 미국의 전력 유지에 중요해질수록 한국의 산업 역량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관계에 미국이 한국의 방산과 군수지원 능력을 필요로 하는 관계가 더해지는 것이다. 한국의 역량이 미국의 전력 유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수록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야 할 이유도 커진다. 한국의 생산·정비 시설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는 일이 미국의 전쟁지속능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결은 미국의 한국 방위 의지를 뒷받침하는 ‘산업적 인계철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역할이 커질수록 미국도 한국을 더욱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처럼 갈등과 상호의존이 공존하는 동맹의 양면성을 고려하면, 동맹 관리도 이견을 줄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한국의 책임 확대를 논의할 때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한국의 산업 역량을 함께 고려하고, 방산·조선 협력이 한국의 안보를 뒷받침하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과 미국은 군사적 역할 분담과 산업 협력을 연계해 협의하고, 생산·정비 협력으로 형성되는 상호의존 관계를 안보 이익 확대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서로의 필요를 공동의 안보 이익으로 연결한다면 동맹 현대화는 갈등을 부르는 도전만이 아니라 동맹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광진 한국안보전략·시스템학회장전 공군대학 총장
shind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