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크립토카드 강남서 사용해보니
크립토카드, 비자망 타고 국내 상륙
약국·쇼핑몰·인형뽑기 즉시 결제
캐시백 혜택…환율·수수료는 주의
외국인 환전없이 국내 가맹점 이용
자금이동 추적 등 제도 정비 시급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꽤 편리하겠네요. 환전할 필요도 없이 휴대전화만 대면 되니까요.”
28일 오후 2시 서울 신논현역 인근의 한 약국. 약사가 기자가 고른 인공눈물과 여드름 연고, 액상형 진통제 등 1만5000원어치 의약품을 담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결제수단은 애플페이에 등록한 크립토카드 트리아(Tria)였다. 실물 카드 없이 휴대전화를 토스 단말기에 가져다 대자 1초도 안 돼 계산이 끝났다.
계산대에서 받은 영수증에는 ‘해외 비자 카드’라는 문구가 찍혀 있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충전한 카드였지만 결제 과정은 일반 신용카드와 다르지 않았다.
이날 기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강남 일대 올리브영과 다이소에서도 크립토카드를 사용했다. 심지어 오락실의 1000원짜리 인형뽑기 기기에서도 휴대전화를 단말기에 대자 곧장 결제가 끝났다.
온라인 사용도 가능하다. 쿠팡 앱에서 해외 카드 등록 절차를 거쳐 트리아를 결제수단으로 추가한 뒤 5000원짜리 가글을 주문했다. 상품은 당일 저녁 로켓배송으로 집 앞에 도착했다. 발급 과정도 간단했다. 연회비 20달러를 국내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이메일로 받은 프로모션 코드를 앱에 등록했다. 이후 신분증 제출과 본인확인 등 고객확인(KYC) 절차를 거치자 비자 플래티넘 가상카드가 활성화했다. 여기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캐시백은 쌓이지만 환율·수수료 따져야=결제를 마칠 때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캐시백 팝업이 표시됐다. 약국에서 1만5000원을 사용하자 221.55원, 추가로 8000원어치 약을 구매하자 117.07원 상당의 캐시백이 안내됐다. 기자가 가입한 트리아 라이트(Lite) 멤버십은 월 1000달러까지 결제액의 1.5%를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이날 총 5만3000원을 사용해 약 760원 상당의 캐시백을 받을 수 있었다.
트리아 앱에서는 원화 결제액과 별도로 달러 환산액과 적용환율, 수수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리브영에서 2만원을 결제했을 때 차감액은 15.35달러, 약국에서 사용한 1만5000원은 11.51달러로 표시됐다.
캐시백으로 수수료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었지만 일반 신용카드보다 저렴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모든 거래에는 비자 환전 수수료 1%와 트리아 수수료 0.5%가 붙었다. 건당 0.15달러의 편의 수수료는 트리아가 대신 부담했다. 충전할 가상자산의 매수 가격과 결제 당시 적용환율, 지갑 간 송금 비용인 가스비까지 따져야 했다.
▶AI 구독료 환급부터 외국인 결제까지=그럼에도 이용자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 편의성과 환급 혜택을 크립토카드의 장점으로 꼽는다. 보유한 가상자산을 은행 계좌로 출금하거나 현지 통화로 미리 환전하지 않고도 결제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최근 가상자산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사이에선 AI 서비스 구독료 환급 행사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도 매달 나가는 구독료가 부담돼 해외 거래소의 프로모션을 보고 크립토카드를 발급받았다고 했다. 그는 “세금을 포함해 월 22달러인 클로드 프로 구독료를 결제하고 20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 USDG를 돌려받았다”며 “구독료 부담이 사실상 2달러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결제 수단으로도 거론된다. 국내 거래소의 실명계좌 이용 등에 제약이 있는 외국인은 보유 가상자산을 원화로 현금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장외거래(OTC)를 이용하는 대신 해외 크립토카드로 국내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수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을 통해 온체인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보유 자산의 일부를 곧바로 결제에 활용할 수 있어 효용성이 큰 편”이라고 했다.
▶규제 회피 ‘꼼수’로도 공유…점검 필요=편리한 결제수단을 넘어 자금 이동 추적이나 과세 관련 규제를 피하는 ‘꼼수’로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B씨는 현지 주류 매장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위스키를 구매하면서 엔화 대신 보유 중인 테더를 활용했다. 그는 “테더를 매도해 원화로 출금하거나 엔화로 환전하는 절차 없이 현지에서 곧바로 물건을 살 수 있었다”며 “세관에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크립토카드 결제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강남 일대 일부 피부과·성형외과에선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진료비를 전자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직접 받아 정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에서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 국내 업체들은 제도 미비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와 지급결제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 지갑 개발사 배래의 김정현 대표는 “기본법에서 최소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원칙을 정하고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관련 사업도 진행할 수 있다”며 “이용자는 다양한 가상자산으로 결제하더라도 가맹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실질적인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립토카드란
보유한 암호화폐나 스테이블코인을 카드 결제망에 연결해 실생활에서 결제할 수 있게 만든 선불·직불형 카드이다. 사용자가 크립토카드로 결제하면, 충전 또는 결제 시점에 암호화폐가 법정통화로 전환돼 가맹점에 지급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가맹점은 일반 카드 결제와 똑같이 처리하므로, 매장이 직접 코인을 받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다.
경예은 기자
kyo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