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할린 유전 개발 사업에

전쟁 후 美 기업 참여 방안 논의

러 국부펀드 제재 해제도 검토중

종전 협상 진척 없이 러에 선물만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UPI]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UPI]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이 러시아와 경유 거래를 재개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보류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최근 미국이 러시아 석유시장에 자국 석유 대기업들의 참여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경유뿐 아니라 러시아의 전체 석유시장을 정상 범위로 복귀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알려진 러시아 국부펀드에 대한 제재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국은 러시아를 종전 협상 테이블에 붙잡아두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종전 협상에서 어떤 양보 없이 러시아에 돌아온 이 모든 것이 푸틴 대통령에게는 그저 선물이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가 경유거래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보류에 합의한데 이어, 미국 기업의 러시아 석유시장 복귀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러시아는 전쟁이 끝난 뒤 극동지역 사할린 연안에서 미국 석유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합작사업 재개를 논의했다. 양국은 미국 석유 대기업들이 러시아 석유를 드루즈바 송유관으로 운송해 유럽에서 판매하는 계획에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사할린 석유 프로젝트에 미국 대기업들이 참여한다면, 엑손모빌이 복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사할린섬 인근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대규모 에너지 개발사업인 ‘사할린-1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에 러시아가 프로젝트에서 엑손모빌 지분 30%를 가압류했고, 사업권도 러시아 기업에 넘겼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러시아와 지분 압류에 대한 보상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 사업을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보하고 경유 거래를 한 데 이어, 국부펀드에 대한 제재 해제 등을 검토하면서 종전 협상에 대한 압박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에게 선물만 안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보하고 경유 거래를 한 데 이어, 국부펀드에 대한 제재 해제 등을 검토하면서 종전 협상에 대한 압박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에게 선물만 안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푸틴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알려진 러시아 국부펀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대표 국영 투자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DIF는 중동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과 공동으로 러시아 기업들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왔다. 전임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2월 RDIF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 펀드를 푸틴의 ‘비자금(slush fund)’이자 “러시아에 만연한 도둑정치의 상징”이라고 규정했다.

RDIF에 대한 제재 해제는 러시아가 미국과의 경유 거래 합의에서 요구했던 것 중의 하나다. RDIF는 미국과 러시아의 경유 거래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연이어 경제협력 방안을 협상하는 것이 종전 협상장에 러시아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협상 진행 구도상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압박하지 않은 채 푸틴 대통령에게 경제적 이익만 내주고 있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종전 얘기는 쏙 빼놓고 연일 푸틴에게 선물만 안기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한 당국자는 RDIF 제재 해제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경제제재와 그 밖의 비용을 완화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미국이 물러나고 있다는 매우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종전 협상과 사업논의가 한 테이블에서 이뤄지는 구도 자체도 문제라는게 외교가의 지적이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사업 거래를 논의했다. 이어 지난 21일 푸틴과 회담했을 때도 윗코프의 메모장에 ‘사업거래(Business Deals)’라고 적힌 메모가 보도사진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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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