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국제 금값이 온스당 530만원 선까지 떨어지자 중국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수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세계 금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가격 하락을 투자 기회로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증시 급락까지 겹치면서 갈 곳을 잃은 가계자금이 금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두 달 동안 중국 가계의 금 매수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중국 본토 증시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금값이 하락하면서 실물 금과 금 적립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이 같은 중국의 매수세는 국제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약 531만원) 선을 유지하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국의 통화긴축 우려에도 중국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가 금값의 하락 압력을 일부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금값 떨어질수록 매수 급증…상하이서 일주일간 430톤 거래

중국 투자자들의 금 매수 열기는 상하이금거래소의 거래량에서 확인된다.

상하이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금 현물 상품 ‘Au99.99’의 지난주 거래량은 4300만랏으로 집계됐다. 금 무게로 환산하면 약 430톤에 달한다. 지난 4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Au99.99는 순도 99.99%의 금을 거래하는 상품이다. 투자자는 거래대금 전액을 지급해야 하며 실물 인도가 수반되는 구조다.

증거금만으로 계약 규모를 키우는 레버리지 투자와 달리 실물 금 시장의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다만 430톤은 해당 상품의 전체 거래량으로, 중국 가계가 같은 기간 순매수한 금의 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격이 하락할수록 매수세가 강해지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진루이선물의 우쯔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중국 내 금 수요가 가격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월 국경절 연휴 기간의 금 구매 수요도 긍정적이었다며 최근 가격 하락이 장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진입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금값이 떨어진 지난주 은행을 통한 금 매입이 더욱 활발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목받는 상품은 소액으로 금을 조금씩 사 모을 수 있는 ‘금 적립 상품’이다.

은행에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해당 금액만큼 금을 매입해 적립하는 방식으로, 금괴 한 개를 구매할 목돈이 없어도 금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중국 주요 은행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1~9월 금 적립 상품 등을 통한 매입량은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지난주에는 금값이 추가 하락하면서 매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명절 소비를 넘어 가계의 자산 운용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서 3185조원 증발…부동산·국채 대신 금으로 몰린다

중국 가계가 금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다른 자산시장의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의 투자 매력이 약화한 데다 국채 수익률까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만한 투자처가 줄어들었다.

중국 증시의 상황도 좋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주식시장은 지난 5월 고점 이후 시가총액이 약 2조4000억달러(약 3185조원) 감소했다.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거나 기존 투자처의 수익성이 악화할 때 자산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중국에서는 최근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동시에 부진한 가운데 금이 대표적인 대체 투자처로 부상했다.

세계금협의회(WGC)가 지난 15일 발표한 중국 금 시장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 9월 중국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보유량은 전월보다 11톤 증가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로, 전체 보유량은 304톤에 달해 월말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전체 금 ETF 보유량은 27톤 늘었으며, 해당 기간 순유입 자금은 약 39억달러(약 5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세계금협의회는 중국 주식시장의 하락과 국채 수익률 감소가 투자자들의 자산 다변화 수요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 매입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금협의회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9월 금 23톤을 추가 매입했다.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월간 매입량이다.

이로써 중국의 공식 금 보유량은 2410톤으로 늘었다. 9월까지 23개월 연속 금 매입을 이어갔으며, 올해 3분기에만 63톤을 사들였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매입은 중국 가계의 금 투자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 금 판매량 2187톤…중국 매수세가 국제 금값 떠받쳐

중국 소비자들의 금 투자 확대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상하이금거래소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 수록된 중국 인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은행들이 개인 고객에게 판매한 금은 2187톤에 달했다.

전년 판매량의 세 배를 웃도는 규모다.

다만 해당 수치는 은행이 소비자에게 판매한 금의 총량으로, 이후 고객이 금융기관에 되판 물량은 반영되지 않았다.

금 적립 상품을 통한 정확한 순매수 규모도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중국의 금 수요 확대는 국제 금 시장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제 금값은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 압력이 커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된다.

금은 채권과 달리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낮아진다.

실제로 국제 금값은 지난 23일 장중 온스당 4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3개월여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러한 가격 하락이 오히려 매수 수요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세계금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상하이금거래소의 금 인출량은 92톤으로 전월 대비 48% 증가했다.

국경절 연휴를 앞둔 계절적 수요와 함께 가격 하락을 매수 기회로 판단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중국의 모든 금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3분기 중국의 도매 금 수요는 234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했다. 장신구 소비가 부진한 반면 금 ETF와 투자용 실물 금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등 수요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중국 본토의 금 매수세가 국제 금값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면서 기준 가격이 대체로 온스당 4000달러 위에 머무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금값의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는 미국의 통화정책과 국제유가, 중국의 실물 금 매수세 등이 꼽힌다.

특히 중국의 금 수요가 가격 하락기에 더욱 강해지는 흐름을 보이면서 세계 금 시장에서는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규모와 지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AI 위기론’ 넘어설까…앤트로픽발 훈풍에 나스닥 1.2%↑[투자360]

‘AI 위기론’ 넘어설까…앤트로픽발 훈풍에 나스닥 1.2%↑[투자360]

미국 뉴욕 증시가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추진을 계기로 AI 투자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상승을 주도하고 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16935

rainbo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