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김치연구소·한국광기술원, 빛 파장별 유산균 반응 차이 첫 규명

- 청색광에선 활성산소 증가·생장 감소, 빛으로 김치 발효 조절 가능성

배추김치.[세계김치연구소 제공]
배추김치.[세계김치연구소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김치 유산균도 빛의 색깔에 따라 영양분을 이용하는 방식과 스트레스 반응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빨간빛에서는 영양분 이용과 관련된 유전자 활동이 활발해진 반면, 파란빛에서는 세포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생장이 억제됐다. 빛을 이용해 김치 발효와 유산균의 대사 활동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세계김치연구소는 한국광기술원과 공동으로 적색·녹색·청색 발광다이오드(LED)가 김치 유산균의 유전자 발현과 영양분 이용, 산화 스트레스 반응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치 유산균은 당과 아미노산을 분해해 젖산 등 다양한 대사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김치의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그동안 온도와 산도, 영양 조건에 따른 유산균의 반응은 활발하게 연구됐지만 빛의 색깔이 유산균의 생리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김치에서 발견되는 유산균인 ‘락티플란티바실러스 플란타룸’의 연구용 균주(WCFS1)에 적색(630㎚), 녹색(525㎚), 청색(470㎚) LED를 각각 조사했다. 빛의 에너지는 단위 면적당 10J/㎠로 동일하게 설정한 뒤 빛을 비추지 않은 유산균과 비교했다.

그 결과 적색광에서는 탄수화물 이용과 영양분 수송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다. 녹색광에서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르기닌 대사와 스트레스 대응 관련 유전자 활동에 변화가 나타났다.

반면 청색광에서는 스트레스 대응과 단백질 품질 관리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지만 탄수화물과 지방산 대사 관련 유전자 발현은 감소했다.

빛의 색깔에 따라 유산균이 포도당과 아르기닌을 소비하고 젖산을 축적하는 양상도 달라졌다. 같은 양의 빛 에너지를 받더라도 유산균 내부에서 일어나는 대사 활동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파란빛은 유산균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LED 파장에 따른 유산균의 유전자 발현 및 생리대사 반응 분석.[세계김치연구소 제공]
LED 파장에 따른 유산균의 유전자 발현 및 생리대사 반응 분석.[세계김치연구소 제공]

연구팀이 빛의 에너지를 5·10·15J/㎠로 높여가며 실험한 결과, 청색광에서는 조사 에너지가 증가할수록 세포 내 활성산소(ROS)가 늘어났다. 가장 높은 에너지인 15J/㎠에서는 산화적 DNA 손상을 나타내는 지표인 ‘8-OHdG’도 검출됐다.

반면 적색광과 녹색광에서는 활성산소가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유산균 생장 실험에서도 청색광을 조사한 유산균은 포도당과 아르기닌이 충분히 공급된 조건에서도 빛을 비추지 않은 대조군보다 생장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빛을 활용한 유산균 배양과 발효 공정 제어 기술 개발의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정 파장의 빛을 활용해 유산균의 영양분 이용과 대사물질 생산을 조절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제 김치 발효 공정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산균과 식품 환경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이종희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식품 발효의 핵심인 유산균의 파장별 생리 반응을 이해한 이번 연구는 향후 식품미생물 연구와 광기술 융합을 위한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BMC 마이크로바이올로지(BMC Microbiology)’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