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스케일러 5곳 회사채 발행 급증
코어위브 채권값, 액면가 80% 밑돌아
AI 기업 간 순환금융 비중 50% 넘어
韓, AI 충격 전이 과거보다 커질 수도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빚을 내 투자를 늘리면서 AI발(發) 금융리스크에 대한 경계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5곳(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오라클)이 올해 9월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2300억달러로 지난해 연간의 두 배를 넘었고, AI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고 다시 제품을 사주는 ‘순환금융’ 비중은 5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윤경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종합팀 과장 등은 27일 ‘AI 산업 자금조달의 주요 특징과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들어 과잉 투자, 급격한 레버리지(차입) 확대, 순환금융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계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는 장기 회사채를 중심으로 외부자금 조달을 빠르게 늘렸다.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오라클 등 5개사의 올해 1~9월 회사채 발행액은 약 2300억달러였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 발행 규모(2년물 이상)의 33%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잔액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2%에서 4.8%로 두 배 넘게 커졌다.
이들 기업의 투자 비용이 수익보다 빠르게 늘면서 내년에 영업이익이 자본지출을 밑돌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네오클라우드(AI 전문 클라우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담보 신용과 전환사채로 돈을 끌어왔다. 2분기 기준 총부채를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비율은 하이퍼스케일러가 0.6~5.6배인 반면 코어위브는 10.6배, 네비우스는 121.5배에 달했다. 그만큼 부채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시장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코어위브의 2032년 만기 채권 가격은 지난 14일 액면가의 80% 아래로 떨어졌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9월 말보다 2.7%포인트 뛰었다.
재무제표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부외금융’도 늘고 있다. 부외금융은 특수목적기구(SPV)·합작법인(JV)이나 미개시 리스·구매약정을 통해 빚을 장부 밖에 두는 거래다.
하이퍼스케일러의 JV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발행 잔액은 올해 1080억달러 이상에서 내년 3000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코어위브의 미개시 리스 규모는 2분기 말 355억달러로 엔비디아(250억달러)보다 많았다.
AI 기업 간 순환거래도 커지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AI칩 제조사가 AI랩 등에 투자하고, AI랩은 다시 이들의 클라우드와 칩을 사는 구조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런 순환금융 비중을 50% 이상으로 추정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 수주 잔액 가운데 OpenAI·앤트로픽 등 주요 AI랩과의 순환금융 비중도 40%으로 파악된다.
보고서는 이런 구조에서 AI 산업의 기대수익이 과대평가되고 최종 위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워 리스크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 ‘닷컴버블’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당시 광케이블의 실제 사용 비율은 2~5%에 그쳤지만, 올해 상반기 북미 주요 시장의 데이터센터 공실률은 1.4%에 불과하고 건설 중인 용량의 80% 이상이 이미 임대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 향후 수익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대형 선도기업의 재무 상황이 양호해 AI발 금융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장기금리 상승 국면에서 취약성이 점차 누적되고 있다”며 “특히 재무여력이 충분하지 않고 정보의 투명성도 낮은 네오클라우드 등의 잠재 리스크와 파급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I 호조의 최대 수혜국인 우리나라는 글로벌 공급망과의 높은 연결성으로 인해 AI발 실물·금융충격의 전이 강도가 과거보다 증폭될 수 있다”며 “잠재적 취약성 누적과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msta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