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공동방위협정 3개국, 테헤란서 회동
이란전·호르무즈 봉쇄 등 중동 현안 논의
파키스탄, 트럼프 승인받아 중재안 제시
이란 대통령 “핵무기 보유 추구하지 않아”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 ‘메카 공동방위협정’ 회원국 3개국이 이란과 처음으로 고위급 회담을 열고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 등 중동 현안을 놓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메카 협정 회원국 3개국과 이란 대표단은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4개국은 성명에서 “참석자들은 역내 평화와 안보를 포함해 4개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나 후속 회담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담에는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과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겸 군 총사령관, 이브라힘 칼린 튀르키예 국가정보국장이 참석했다. 이란에서는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회담 이후 이란 국영TV에 출연해 “역내 안보는 역내 국가 스스로 보장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이 지역에 대한 모든 형태의 외부 개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내에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회담이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부 개입 배제에 관한 내용은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아 참가국들이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의견을 모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가능성을 비롯해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고위 당국자는 무니르 총사령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란에 분쟁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메카 협정 회원국과 카타르가 합의 이행을 보증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회동은 지난 7월 사우디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간 군사 충돌이 격화된 이후 사우디와 이란이 처음으로 가진 고위급 접촉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사우디 외무부는 회담 목적이 “현재 위기 당사자들 간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27일 후티 반군이 사우디 동부 지역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3발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메카 협정 3개국 대표단은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은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으로서 국제법과 협정의 틀 안에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평화적 목적의 핵 활동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지난 8월 7일 체결된 메카 공동방위협정은 회원국 한 곳에 대한 무력 공격을 3개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방위 체제다. 이번 회담은 메카 협정 회원국들이 이란과의 군사적 대립을 넘어 중동 분쟁의 외교적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