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마늄 中 영향 올해 110% 급등

지난해 1400억 생산시설 투자결정

생산 2년 당겨 내년부터 판매 시작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통제와 첨단산업 수요 증가로 게르마늄 가격이 올 들어 두 배 이상 뛰면서 고려아연의 선제적인 투자 결정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1400억원 규모의 게르마늄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올해는 생산 일정까지 앞당기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원자재 데이터 플랫폼 CBC금속망에 따르면 중국의 금속 게르마늄 가격은 23일 기준 ㎏당 2만8750위안으로 연초 대비 약 1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산화게르마늄 가격도 ㎏당 1만9900위안으로 121% 올랐다.

게르마늄 가격은 2023년 8월 ㎏당 약 9000위안에서 2024년 1만9000위안까지 두 배 이상 오른 뒤 한동안 조정을 거쳤지만,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가격 급등의 핵심 원인은 중국에 집중된 공급 구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금속 게르마늄 1차 생산량의 91%를 차지했다. 나머지 9%도 대부분 벨기에 소재 기업 유미코아에서 생산될 정도로 공급처가 제한적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반도체·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자 2023년 8월부터 수출허가제를 시행했다. 2024년 12월에는 미국을 대상으로 게르마늄 수출금지 조치를 발표하는 등 규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후 중국의 게르마늄 수출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2023년 41.2톤이던 수출량은 2024년 25.3톤, 지난해 11.1톤으로 줄어 2년 새 약 73% 급감했다. 올해 1~8월 수출량도 6.0톤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10.8% 줄었다.

중국의 수출통제가 장기화하면서 주요 기업들은 게르마늄 재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광통신·방산 등 첨단산업의 수요 증가, 다른 소재로 대체하기 어려운 특성까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처럼 중국에 편중된 게르마늄 공급망을 탈피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울산 온산제련소에 총 1400억원을 투입해 게르마늄 정제설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달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장기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고려아연은 내년 1분기부터 중간재 판매를 시작하고, 하반기에는 순도 99.999%의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을 상업생산한다는 목표다. 미국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구매계약 체결도 협의 중이다.

고려아연의 경쟁력은 기존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르마늄은 아연 등 비철금속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회수할 수 있는 희소금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상승을 계기로 고려아연이 추진해온 희소금속 생산 다변화 전략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아연·연 제련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전략광물 공급기업으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략광물 사업은 이미 고려아연의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려아연의 올해 2분기 희소금속 매출은 970억원으로 전분기(790억원)보다 약 23%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률도 78.5%에 달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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