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수감·역사 연구·4선 의원·주일대사…올해 4월 민주평통 취임

비판적인 의견도 경청…시민의 참여를 대통령 정책건의로

일본 공감대화에 참여·공감 확산 기대…재외동포 공공외교 강조

[헤럴드경제(도쿄)=송원서 기자] 4선 의원과 주일대사를 지낸 강창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지난 9월 제주시 평화통일 공감 시민대화에서 인상 깊게 들은 것은 한 여중생의 제안이었다. 정치나 이념 대결로 흐르기 쉬운 주제보다 기후위기 대응과 남북 청소년 교류처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일에서 평화를 시작하자는 의견이었다.

강 수석부의장은 헤럴드재팬과의 인터뷰에서 평화를 일상에서 실천하자는 학생들의 제안을 떠올리며 “학생들 나름 고민하고 고심했다는 흔적을 읽을 수 있어서 가슴 뿌듯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가 강조한 민주평통의 방향은 이 장면에 담겨 있다. 시민이 평화통일의 논의에 직접 참여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며, 그 목소리가 국가의 정책을 만드는 데 쓰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강 수석부의장은 “소수 의견이라 해서 무조건 무시된다면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겁니다”라고 했다.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난 그는 민주화운동과 역사 연구, 의회 정치와 외교를 두루 경험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재학 중이던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후 일본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배재대 교수와 제주4·3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제주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청춘을 바치었고, 결국 1999년 말에는 ‘4·3’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2004년 국회에 처음 입성해 제주에서 17~20대 국회의원을 내리 지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양국 의회 간 교류에 나섰으며, 2020년 총선 불출마 한 이후 2021~2022년 주일대사를 맡았다.

올해 4월 취임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국내외에서 모은 평화통일 여론을 대통령에게 전하는 자리다. 민주평통은 헌법 제92조에 근거한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의장은 대통령이다.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며, 평화통일에 필요한 의지와 역량을 모아 정책을 건의한다. 강 수석부의장은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도 정확히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되,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하나의 결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일본동부협의회가 여는 ‘2026 일본 평화통일 공감대화’에 대해서도 참여와 공감이 일본 동포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했다. 주일대사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일관계의 변화와 민간교류의 중요성을 짚으며, 해외 자문위원과 재외동포가 현지 사회에서 쌓는 신뢰를 한반도 평화의 자산으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이후 민주평통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일은 무엇인가.

▶대화와 소통, 그리고 교육이다.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평화통일 사회적 대화, 평화통일 100만 국민인터뷰, 평화통일 시민교실, 청소년 평화통일 교실 등을 통해 대화와 공감, 미래 통일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과 공감 없이는 평화통일도 진척되기 어렵다. 남남갈등과 국론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평화통일을 논의하는 것은 모래성을 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먼저 대화하고 소통하며 공감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이나 사회적 대화에서 끝내 합의하지 못한 의견은 어떻게 다뤄야 하나.

▶소수 의견이라고 무조건 무시한다면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없다. 비판적인 의견이라는 이유로 내용을 의도적으로 빼거나 삭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우려하는지, 정확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사회적 대화의 목표는 합의가 아니다. 계약서에 서명하듯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고 그 차이를 줄여가는 과정이다. 최종 합의까지 억지로 몰고 가면 끝장 토론은 될 수 있어도 사회적 대화는 될 수 없다. 다름은 다름의 가치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장에서 들은 국민의 목소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되나.

▶민주평통은 의장인 대통령에게 분기별로 한 차례씩, 연간 네 차례 정기 정책건의를 한다. 자문위원은 지역회의나 지역협의회, 분과위원회 등을 통해 참여한다. 정책포럼에서 학계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수시로 건의하고, 국민 통일여론조사도 정책건의에 활용한다.

지난 4월부터 추진한 평화통일 100만 국민인터뷰에는 10월 현재 국내외 27만여명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자문위원들이 지역 행사 현장에서 국민을 직접 만나고, 해외에서는 케이팝 축제 등에서 교민과 현지 시민의 의견을 들어왔다. 바람직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한 의견을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정책건의에 반영할 것이다.

강창일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인터뷰 모습

강창일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인터뷰 모습

사진제공: 민주평통 사무처

-취업과 주거가 급한 청년에게 평화통일이 자신의 삶과 연결된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하겠나.

▶예전에는 통일을 무조건적인 당위로 받아들였지만, 지금 청년에게는 그런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청년은 합리적이고, 나름의 이유가 있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합당한 이유와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남북 간 군사대결로 우리는 경제적 부담과 비용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전쟁 위험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자본 유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방비 부담의 일부를 청년 지원이나 청년 신산업 투자로 전환할 수 있다면 청년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이 직접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려 한다.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위한 로드맵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나.

▶전문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꾸려 준비하고 있다. 지금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초점은 한반도 평화를 실천하는 데 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면서 무엇을 협력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선제적으로 관리할지 계획과 제안을 담으려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민여론을 모으고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평화공존이 분단의 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어떻게 답하겠나.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총부리를 겨누는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바꿔야 한다. 우선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 우발적 충돌을 막고 군사적 긴장을 낮추며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일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평화협정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구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남북 간에 충돌과 갈등을 부추기는 반평화적이고 반통일적 언행은 근절되어야 한다.

평화공존은 분단을 굳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먼저 평화를 이루고 교류협력을 거쳐 평화통일로 나아가자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북한 인권 문제도 대화와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인권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2021~2022년 주일대사 재임 당시와 비교해 지금의 한일관계는 어떻게 달라졌나.

▶예전보다 한일관계가 많이 좋아졌고 진전이 느껴진다. 대사로 일할 때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양국 분위기가 냉랭해 어려움이 컸다. 위기를 관리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정상적인 관계와 우호 증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관계뿐 아니라 양국 국민 사이의 우호와 신뢰도 더 깊어졌으면 한다. 정치인들의 정치적·선동적인 발언에도 흔들리지 않는 민간 차원의 우의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역사 문제를 풀면서 한일 협력을 진전시키려면 양국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나.

▶한국과 일본은 성장 과정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서로의 강점을 보완하고 신뢰를 두텁게 쌓아야 한다. 그렇다고 ‘과거사’ 문제를 덮어둘 수는 없다. 양국이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죄, 일본군의 관여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계승해야 한다. 한국은 진정성 있는 사죄 위에 더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위안부 재단을 복원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양국의 친선과 협력이 강화되면 두 나라 국민과 국가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큰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일본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 ‘평화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한반도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되는 일본이 되기를 바란다. 북일대화를 재개하려는 노력과 함께 남북대화가 진전될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책임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인도적 사안에서도 한일 외교 공조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지지를 얻고 북한과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외교적 선택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일본동부협의회가 여는 ‘2026 일본 평화통일 공감대화’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나.

▶핵심은 참여와 공감이다. 자문위원과 국민 모두에게 대화와 소통의 문화를 확산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것이다.

일본동부협의회는 도쿄부터 센다이, 삿포로까지 넓은 지역을 아우르며 동포사회 화합과 일본 내 공공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대화가 일본 지역 전체로 참여와 공감을 넓히는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자문위원과 동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해외 자문위원과 재외동포는 일상에서 한반도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현지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문화와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신뢰를 쌓는 것이 공공외교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2만 5천여 명 가운데 해외 137개국에서 활동하는 5천여 명도 공공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자문위원으로서 책임감과 봉사정신을 갖고 활동한다는 점을 자부하고 싶다.

대학과 시민단체, 청년이 중심이 되는 민간교류는 첫 시작이 가장 어렵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소통 통로를 마련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우리 동포들이 현지 사회에서 잘 어울리고 신뢰를 쌓으며 모범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만큼 좋은 공공외교는 없을 것이다.


wss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