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적용 진단 완료·진행 기업 16.7%
규제 이행에 필요한 증빙자료 확보 취약
추가비용 발생에도 가격 전가 제한적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지난 8월 시행된 유럽연합(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에 대해 국내 수출기업 대부분이 아직 규제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7일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PPWR은 포장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확대를 위한 규정으로, 지난 8월 12일부터 포장의 중금속·과불화화합물(PFAS) 제한과 기술문서·EU 적합성 선언서 작성 등 기본 의무가 적용됐다. 재활용성과 재생원료 함량, 포장 최소화 등 주요 의무는 단계적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EU에 수출 중이거나 수출을 계획하는 기업 610개사를 8월 21일부터 9월 2일까지 설문한 결과 응답기업의 82.5%가 PPWR을 전혀 모르거나 개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자사 제품에 대한 규제 적용 진단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기업은 16.7%에 그쳤다.
규제 준수를 입증할 자료도 부족했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쓰는 기업 356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재생원료 공급자 증빙, 재활용성 평가, 확대생산자책임(EPR) 신고자료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EPR은 생산자에게 사용 후 포장폐기물의 수거·처리 비용 등 관리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다.
대응의 주요 애로로는 내부 전문인력 부족이 32.3%, 시험·인증·컨설팅 비용 부담이 30.3%로 꼽혔다. 일회성 투자비용을 산정하지 못한 기업은 49.3%, 연간 반복비용을 산정하지 못한 기업은 54.1%였다. 추가 비용 발생을 예상한 577개사 가운데 81.6%는 이를 거래가격에 전혀 반영하기 어렵거나 25% 미만만 반영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기업별 준비 수준과 애로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응 초기 기업에는 적용 진단과 우선 과제 도출을, 진단에 착수한 기업에는 증빙 보완과 시험·평가, 기술문서 작성을 지원하고, 비용 부담 기업에는 비용 산정 상담과 바우처를, 인력이 부족한 기업에는 실무교육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수출기업과 포장재 공급업체의 공동 자료 점검, 대체 소재 공급업체와 시험기관 연계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소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PPWR 대응은 포장재 변경뿐 아니라 적합성 입증과 공급망 관리까지 포함하는 과제”라며 “거래처 요구를 미리 파악해 증빙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품질·가격 경쟁력과 현지 유통망 강화를 병행한다면, 규제 대응을 EU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기업의 PPWR 대응을 돕기 위해 오는 29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EU PPWR 시행에 따른 기업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연다. 세미나에서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화장품·식품 수출기업 관계자들이 인증 절차와 업종별 대응 사례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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