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FICC 부문장 인터뷰
자본 확충과 레버리지 개선 동시에
해외 네트워크 ‘인바운드 비즈니스’
원자재 파생 수익 336%·외환 98%↑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하나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미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 글로벌 외화 조달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굳혔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악조건 속에서 거둔 쾌거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위상과 지원 의지까지 높이 평가하면서 이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이다. 그룹과 증권의 결속력, 특히 하나금융지주가 꾸준히 유상증자를 지원해 온 이력이 신뢰와 잠재력으로 호평받았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는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일반 채권처럼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고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다. 특히 하나증권은 이를 외화(달러)로 발행,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자본 구조를 다변화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4월 공모 한국물 시장에 데뷔한 하나증권은 올해 5월 말 중동사태 와중에도 3억달러 규모의 선순위 달러채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 신종자본증권까지 영토를 넓히며 글로벌 조달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 굵직한 딜의 중심에는 채권·외환·원자재(FICC, Fixed Income·currency·commodity) 부문을 진두지휘하는 김정훈 FICC 부문장(전무)이 있다.
그가 이끈 신종자본증권은 3억달러 규모로, 지난달 30일 발행됐다. 30년 만기에 발행 5년 뒤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30NC5’ 구조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고, 수요예측에는 전 세계 120여개 기관이 참여해 공모액의 약 6배인 17억달러의 주문이 몰렸다. 발행금리는 미국 5년물 국채금리에 169bp(1bp=0.01%포인트)를 더한 6.50%로, 최초 제시금리보다 30bp 낮췄다.
▶“날짜 잡는 게 지옥”…고심 끝 거둔 흥행 = ‘흥행’이라는 단어 이면에는 피 말리는 눈치 싸움이 있었다. 김 부문장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회고하며 “날짜를 정하는 게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고 털어놨다.
발행이 가능한 날은 추석 연휴 직전 3일과 직후 3일뿐이었다. 중동사태와 글로벌 재정위기 고조 탓에 미국채 5년 금리는 발행 검토를 시작할 때보다 50bp나 오른 상태. 같은 주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채권 발행까지 예정돼 있었다. 고심 끝에 9월22일 발행금리를 확정했고, 직후 금리가 다시 20~30bp 튀어 오르는 것을 보며, 부서원들과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나증권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일차적인 배경은 자본 확충이다.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머니무브’ 현상으로 증권사들의 자산과 부채가 동반 상승하면서, 레버리지 비율 규제 부담이 업계의 숙제로 떠올랐다. 김 부문장은 “자산과 부채가 함께 커지는 것은 리스크 측면에선 큰 의미가 없지만, 회계상 양쪽을 다 잡다 보니 레버리지 비율이 증권사 공통의 제약이 됐다”며 “비즈니스 확대에 대비한 유휴자본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외화자본증권 발행 검토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꾸준한 러브콜도 기폭제였다. 지난해 공모 한국물 데뷔 이후 로드쇼를 진행할 때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묻는 해외 기관들이 적지 않았다. 실수요를 파악해 보니 5년 만기 선순위채와 5년 콜옵션 자본증권의 발행금리 차이(스프레드)는 70~80bp 안팎에 불과했다. 김 부문장은 “그 정도 금리만 더 얹으면 자본성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국내 발행보다 비용과 조건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단순 조달 넘어 비즈니스 교두보 = 해외 투자자가 하나증권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인바운드 비즈니스를 키우려면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김 부문장은 “주식, 대체투자, 블라인드 펀드 등 한국의 매력적인 자산을 세일즈하기 위해서는 이번 발행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한 명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자본 확충과 함께 해외 자본을 한국 시장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수익 창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높이 평가한 것은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위상과 지원 의지였다. 투자자들은 그룹과 증권의 결속력, 특히 하나금융지주가 꾸준히 유상증자를 지원해 온 이력에 주목했다. 또 파생결합증권 분야에서 10년 가까이 선두를 지켜온 역량과 백투백 구조로 위험을 통제하는 능력, 자산관리(WM) 부문의 성장세 등이 설득력을 더했다.
달라진 한국물의 위상도 한몫했다. 아시아 달러채 시장에서 15~20% 수준이던 한국물 발행 비중은 올해 들어 범중국 발행 비중(30%)에 육박할 만큼 커졌다. 한국물 크레딧 스프레드는 2~3년 넘게 역사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부문장은 “한국물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하나증권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역시 한국물의 다양성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4조원 투자 여력 장전…조직 개편 ‘시너지’ =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하나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약 280%p 오르고, 레버리지 비율은 약 48%p 개선됐다. 9월 말 기준 NCR은 1726.9%, 레버리지 비율은 839.3%다.
김 부문장은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돼 NCR과 레버리지 비율을 동시에 개선하고, 확충된 자본을 바탕으로 부채를 최대 10배 일으킬 수 있어 전사 비즈니스에 두루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3억달러(약 4000억원) 조달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면 4조원가량의 레버리지 여력이 생긴다. 하나증권은 이중 2조5000억원 안팎을 사용할 계획이다.
우선 확충된 자본 여력을 세일즈앤트레이딩(S&T)과 기업금융(IB)에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성장 사업 분야에 투입한다. 생산적금융 및 대형 프로젝트에도 자본을 활용한다.
향후에도 시장 변화와 금융환경에 따라 외화 조달 체계를 유연하게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해외 발행 잔액은 20억달러 안팎이다. 김 부문장은 “지난해 최초 공모 발행 당시 ‘3년간 매년 3억달러씩 꾸준히 발행해 신뢰받는 발행사로 자리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지속적인 글로벌 조달 의지를 내비쳤다.
김 부문장이 이끄는 FICC 조직의 자체 경쟁력도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말 FICC를 본부에서 부문으로 격상하며 상품·운용·법인금융상품 등 세 개 본부를 하나로 통합했다. 김 부문장은 “법인 및 영업 본부 내에 흩어져 있던 여러 기능들을 FICC와 결합하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직 개편 이후 올해 들어 원자재 파생 관련 수익은 전년 대비 336%, 외환(FX) 관련 수익은 98% 급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향후 외화채에 파생 구조를 결합한 ‘구조화 EMTN(Euro Medium Term Note)’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국내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회계·규제 제약으로 위축된 만큼, 해외에서 새 수요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해외 대체투자 상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것을 넘어 해외 투자자를 국내 블라인드펀드 및 운용사에 연결하는 양방향 비즈니스도 본격화한다. 김 부문장은 “이번 발행으로 넓힌 해외 투자자 네트워크가 이런 인바운드 비즈니스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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