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서울 강서구에서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514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이 가상의 국가와 처벌 규칙을 만들어 피해자를 통제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가해 남성은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의학자는 영상을 보다가 중단할 정도로 “끔찍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올 6월20일 오후 2시24분쯤 서울 강서구의 한 반지하방에서 발생한 강서 고문 살인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당시 28세 직장인 임잔디 씨(가명)가 의식을 잃었다는 남자친구의 신고를 받고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임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부검 결과 임씨는 갈비뼈 21개가 골절되고 주요 장기가 파열된 상태였다. 집안에 설치된 홈캠에는 네 살 연하의 남자친구 전씨가 임씨를 3시간20분 동안 무려 514차례나 폭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제작진이 임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두 사람 사이에서 ‘국프’라는 낯선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국프는 ‘국가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뚜리국’이라는 가상의 국가를 만들고 운영에 필요한 각종 규칙과 문서를 작성하는 작업이었다.
전씨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국프는 둘이 정한 규칙으로, 덜 싸우기 위해 만든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든 의사소통 지침에는 “거짓을 선택하는 순간 너는 그 어떤 인간적인 대우도 불가하다”, “처벌이 시작되면 그 어떠한 소명과 해명도 불가능하다”, “처벌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전씨만 처벌을 집행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전씨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임씨의 거짓말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전씨가 감정적으로 흥분해 폭행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규칙을 강요하며 피해자를 통제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건 당일 영상에서도 전씨는 여러 차례 죽음을 언급하면서도 언성을 높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으면서 섬뜩할 정도로 상대를 폭행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법의학자인 제가 보더라도 끔찍하다”며 “사실은 보다가 좀 중단하고 다시 보고, 그 정도로 굉장히 심각하다. 수많은 악인들의 나쁜 행위를 봐왔지만 이건 개인적으로 고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씨의 부모는 임씨가 아들을 가스라이팅했다고 주장했으며, 전씨는 유가족을 평생 부양하며 사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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